곡선 최희준·직선 최수열…두 지휘자가 들려주는 교향곡

임석규 기자 2024. 8. 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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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7~11일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수원시향 예술감독 최희준이 다음 달 8일 교향곡 2번과 피아노 협주곡 3번, 피델리오 서곡 등 베토벤 작품 3곡을 연주한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진중하고 학구적인 지휘자 최희준(52)은 베토벤 ‘교향곡 2번’을 골랐다. 파격과 실험을 마다지 않는 지휘자 최수열(45)의 선택은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이다. 20년 포디움 경력의 두 중견 지휘자가 다음 달 7~11일 롯데콘서트홀이 여는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곡들을 들려준다. 최희준은 답변지까지 따로 준비해 조심조심 둥글둥글 답했다. 최수열은 “슈베르트 교향곡을 좋아하지 않고, 멘델스존은 그냥 싫다”며 직설화법을 구사했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차례로 만난 두 사람은 곡선과 직선처럼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었다.

“다른 교향곡보다 덜 유명하지만, 긍정 에너지가 있어요. 청각장애가 심해지면서 만든 곡인데 말이죠. 베토벤은 포기하지 않았던 거죠.” 최희준은 “2번 교향곡은 베토벤이 고뇌와 절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음악과 예술을 위해 다시 일어서려는 의미를 담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피델리오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3번(피아니스트 김태형 협연) 등 모두 베토벤 작품으로 다음 달 8일 음악회를 채운다.

서울시향 부지휘자와 부산시향 예술감독을 거친 지휘자 최수열이 다음 달 9일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국내에서 9년 만에 선보인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리스트는 파우스트 교향곡을 위해 거의 일생을 바쳐 노력했어요. 독창과 합창이 있고 오르간 연주도 나오는 작품이죠. 꼭 해보고 싶었어요.” 최수열은 다음 달 9일 공연에서 서곡도, 협주곡도 없이 오로지 파우스트 교향곡 한 곡만 선보인다. 그는 “청중도 70분 분량의 이 교향곡 하나 들으면 충분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선 임헌정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가 2015년 연주한 게 마지막이니, 9년 만의 공연이다.

두 사람은 기초를 단단히 다진 실력파. 최희준은 독일 작센 극장 부지휘자로 실력을 쌓았다. 국립심포니·전주시향을 거쳐 수원시향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최수열은 독일의 세계적 현대음악 단체인 ‘앙상블 모데른’ 부지휘자로 안목을 넓혔다. 서울시향과 부산시향에서 부지휘자와 예술감독으로 활동했다. 이번 공연에서 최희준은 예술감독을 맡은 수원시향을, 최수열은 한경 아르테(arte)필하모닉을 각각 지휘한다.

최희준은 2~3시간을 훌쩍 넘기는 오페라가 출발점이다. 국립심포니 예술감독 시절 많은 오페라를 연주했다. 가장 자주 연주한 곡을 묻자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40차례 이상 공연했다”고 답했다. 그의 서재를 300여권의 두꺼운 총보가 꽉 채우고 있다. 그는 “세상 무엇을 다 준다 해도 내 땀이 묻어 쭈글쭈글해진 총보와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애착을 보였다. 리허설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협연자와 별도로 ‘사전 리허설’을 한다. “그래야 연주가 나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휘자 최희준이 40차례 이상 지휘해 땀에 젖어 쭈글쭈글해진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악보. 롯데문화재단 제공

최수열은 “1시간을 넘어가면 집중력이 떨어져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전문 분야인 현대음악은 대체로 길지 않다. 서울시향 부지휘자 시절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노바’에서 작곡가 진은숙과 보조를 맞췄다. 지난해엔 로봇 지휘자와 동시에 포디움에 올랐다. 그의 서재는 1천권쯤 되는 악보로 채워져 있다. 그는 “현대음악은 곡이 짧아 악보도 얇은데 그중에 5분의 4 정도는 딱 한 번 연주하고 치워버린 작품들”이라고 했다. 대신 현대음악을 보는 선구안을 길렀다. “한번 연주해보면 다음에도 연주될 작품인지 감이랄까, 촉 같은 게 와요.” 그는 가수 김동률을 “제 인생의 음악가”라고 꼽았다.

두 사람 모두 음악 가족이다. 서울대 교수에서 미국 피바디 음대 교수로 옮긴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최희준의 누님. 그에겐 멘토이자 음악 친구다. 최수열의 부친은 현대음악 작곡가 최동선 전 서울시립대 교수다. 최수열은 “어린 시절 들은 아버지의 현대음악은 죽을 맛이었는데, 제가 지금 그걸 하고 있다”며 웃었다. 최희준은 한양대, 최수열은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에게 지휘법을 전수하고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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