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득 1억 차주, 지방보다 주담대 한도 3000만원 준다[머니뭐니]
9월 2단계 스트레스DSR 수도권 차등 적용 핵심
스트레스금리 수도권 1.2%·지방 0.75%로
“은행 주담대 6.5%뿐, 실수요자 불편 제한적”
소상공인 지원방식 ‘일회성 지원→부채관리’ 제안
신뢰회복 위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도 강조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정부가 수도권에 대한 은행 주택담보대출 한도 규제를 지방보다 강화하는 핀셋 규제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집값 상승에 따른 가파른 대출 증가세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달 새 5조원 이상 가파르게 늘어나는 은행 주담대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우리 경제와 금융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특단의 대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9개 은행장 및 은행연합회장과 만나 9월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수도권·지방 차등화 등 가계부채 관련 정부 조치사항을 전달했다.
이번 간담회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말 취임한 후 처음으로 은행장들과 만나는 자리로 상견례 성격을 겸했다. 김 위원장이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 첫 주자로 금융지주 회장이나 금융협회장 대신 은행장들을 먼저 보기로 한 것은 은행 가계부채 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는 가계부채와 소상공인 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소금융권 건전성을 우리 경제가 직면한 4대 리스크로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은행권의 주담대는 5조6000억원 늘어나며 1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 거래 회복 및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가 7조6000억원 급증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은행 가계대출은 5조5000억 늘어나며 4개월째 증가세를 지속했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가 상반기부터 늘어난 데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은행권과 정부가 합심해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 자율적으로 상환능력 즉, DSR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이날 은행권에 내려보낸 가계부채 대책은 수도권·지방에 대한 은행 주담대 한도 규제 차등화 조치다.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수도권에서 보다 강화해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9월부터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는 기본 스트레스 금리(1.5%)에 가중치를 50% 반영한 0.75%지만, 수도권에는 가중치를 75%로 높여 1.2%로 상향 적용할 예정이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세, 은행권의 주담대 우대금리 축소 움직임 등을 고려해 1.2%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의 은행 주담대 한도 축소폭은 기존에 예상됐던 3~9%보다 더 확대될 전망이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은행 신용대출에도 적용되는 만큼, 차주들이 체감하는 영향과 불편은 더 커질 수 있다.
소득 1억원 차주가 30년 만기로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스트레스 DSR 도입 전 6억5800만원 대출이 가능했지만 1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시엔 6억3000만원으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을 받으면 수도권은 5억7400만원, 비수도권은 6억400만원으로 지역별 차이까지 난다.
다만 금융위는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하더라도 대출한도 축소 영향을 받는 차주가 DSR 37~40% 수준으로 은행권 주담대의 6.5% 비중에 그친다고 추산했다. 또 최근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정금리(혼합형·주기형) 주담대는 스트레스 금리의 30~60%만 반영되는 만큼 실수요자 불편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한도 규제에 더해 금융위는 9월부터 은행권은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내부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고, 내년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은행별로 DSR 관리계획을 수립·이행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또한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필요시엔 DSR 적용범위를 확대하거나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의 추가 조치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주담대 가산금리를 줄인상한다는 비판에 대해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주택담대 우대금리 축소, 가산금리 인상 등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있어 은행별 주담대 금리 추이를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권이 엄정한 상환능력 심사,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조치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한편, 9월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과 관리목적 DSR이 은행 스스로의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며 은행의 선제적 관리를 당부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은행이 우리 금융산업의 중심축으로서 높은 건전성을 유지해 왔으며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민생 안정에 큰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 은행의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은행권의 경쟁 의지나 혁신, 상생 등을 화두로 제시하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상공인 지원과 관련해서는 일회성 지원에서 상환능력을 고려한 부채관리로 접근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금년 상반기 소상공인 대출잔액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에 비해 약 380조원 늘어났다”며 “은행권의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접근방식을 ‘차주 상환능력을 고려한 부채관리’를 시스템으로 내재화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 보자”고 말했다.
은행권 혁신 지원을 위해서는 규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은행권이 예대마진과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전통적 영업모델을 탈피하고, 디지털·데이터 경제로의 전환,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진력해야 한다”며 “은행권의 혁신 노력에 장애가 되는 규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걷어 내겠다”고 했다.
최근 은행권의 잇딴 횡령, 부정대출 등으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달라”며 “그 과정에서 내년 1월 시행되는 책무구조도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번 은행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한 달 간 여신금융(8월 22일), 보험(8월 28일), 증권(8월 29일), 저축은행(9월 2일), 자산운용(9월 5일), 상호금융(9월 9일), 금융지주(9월 11일) 등 업권별로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하며 업권별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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