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도, 공화도 ‘北비핵화’가 사라졌다
북한 비핵화·외교적 대화·북한 인권 문제 사라져
공화당은 ‘한국’ 언급도 없어…대북정책 기조 우려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발표한 새 정당 강령(정강·platform))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가 모두 빠졌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도발을 단행하는 현 상황이 ‘억제’(deterrence)가 필요한 단계이지만, 대선을 앞둔 미국의 두 정당이 대북정책의 원칙인 ‘북한 비핵화’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 원칙이 약화돼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민주당이 전당대회 개막일인 19일(현지시간) 발표한 91쪽 분략의 새 정당 강령(정강)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톱다운’식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미국은 파트너들이 강할 때 가장 강하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중시’ 외교노선을 이어가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 새 정강은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들과 더불어,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이 부과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왔다”며 “한일과의 3국 협력 강화를 통해 우리는 한반도와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 정강은 “북한의 불법적인 미사일 역량 구축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에 맞서 동맹국, 특히 한국의 곁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강에서 북한을 여섯 차례 언급하며 동맹인 한국의 편에 서겠다는 의지가 담겼지만,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만든 현재의 민주당 정강에 담긴 ‘북한 비핵화 목표’와 ‘외교적 대화’ 방침, ‘북한 인권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현 민주당 정강에는 “우리는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적인(longer-term)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외교 캠페인을 구축할 것”, “우리의 동맹국들과 함께, 그리고 북한과의 외교를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지역에서의 호전성에 의해 야기되는 위협을 억제 및 통제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당시 발표된 정강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발표한 공식 국가안보전략(NSS)에 반영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NSS 보고서는 한반도와 관련해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 민주당 정강에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지하고, 북한 정권이 총체적 인권 유린을 중단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며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새 정강에는 북한 인권 문제도 삭제됐다.
이는 이번 정강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점을 강조하는 전반적인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새 정강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아첨하며 그를 정당화하고, 북한의 독재자와 ‘러브레터’들을 주고받으며 이 지역에 대해 다른 접근법을 취해 세계 무대에서 미국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재임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 등 친분을 과시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달성하지 못한 ‘북한 비핵화’ 목표를 언급하기보다 한미일 3국 협력을 통해 대북 억지력 강화를 강조해 차별화를 두기 위한 것이다.
적극성이 결여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2.0버전이라는 비판이 거센 것도 사실이다. 스스로 대화를 차단한 북한과 대화가, 나아가 비핵화 협상이 당장에 어려운 현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언적으로나마 원칙을 꾸준하게 발신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민주당의 대북정책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 미국의 두 정당의 정강에 ‘북한 비핵화’라는 대북정책 기조가 담기지 않은 것은 향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공화당이 발표한 정강에도 “미국 국익에 중심을 둔 외교 정책”을 언급하면서도 북한은 물론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2020년 대선에서 공화당은 2016년 정강을 다시 채택했는데, 2016년 정강에는 북한의 핵확산 활동에 대한 완전한 책임 촉구와 함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CVID)의 핵무기 프로그램 해체’를 요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북한의) 변화가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핵 재앙에 맞서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의 긍정적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중국 정부에 촉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미국 내 전반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전통적인 미국 전략가들이 비현실적인 것에 매달리지 말고 북한이 핵을 쓰지 못하도록 억제하면서 핵군축으로 가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진보진영쪽에서는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등 원칙이 흔들리는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 자체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고, 현재는 북한의 핵 개발을 막는 억제의 국면이 맞지만 동시에 지금부터는 대화를 적극적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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