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과 똑같은데?’…‘폭군’ 김강우· 김선호 “모두가 가장 두려워 하는 말”[인터뷰]
전작 ‘귀공자’와 달리 액션 전무…말로 겨룬다
“배우의 몫은 세상에 있는 듯 디테일 표현하는 것”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전작 ‘귀공자’(2023)가 개봉한 지 약 1년 만에 박훈정 감독과 배우 김강우, 김선호의 조합이 같은 누아르 장르인 ‘폭군’으로 선을 보였다. 같은 감독에, 같은 장르인 탓에 전작과의 기시감이 들 수 있다는 우려는 실제 배우들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두 주연배우가 액션이 빠지고 대사만 남은, 연기하기 녹록지 않았을 ‘최국장’과 ‘폴’을 최대한 매력적으로 빚어내는데 전심을 다했다는 데에 대부분의 시청자는 공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두 배우는 전작과 겹치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강우는 “보시는 분들이 ‘어 이 영화, 전의 것이랑 똑같은데’ 하는 것이 제일 무섭다. 그게 배우한테는 진짜 치명적인 것”이라며 “그래서 배우들은 어떻게든 변주해 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본상의 차별화는 있다고 본다. ‘귀공자’에서 한이사가 굉장히 다혈질이고 행동이 앞선 인물이었다면 폴 같은 경우는 직접 행동을 하지 않는다. 미국을 대변하는 좀 더 주도면밀한 브레인이다. 저는 많이 다르다고 봤다. 그리고 다르게 연결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선호 또한 “둘 다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지만 ‘귀공자’는 액션이 있고 이번 최국장은 감정을 내적으로만 표출한다는 차이가 있었다”면서 “배우로서 이런 작은 변화가 다가올 때 겁이 나기 마련인데, 감독님이 많이 믿어주셨고, 두 번째 작품이라 서로 원하는 것을 소통하기가 한결 더 수월해질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선호가 맡은 ‘최국장’과 김강우가 맡은 ‘폴’은 극의 주축이자 여러 차례 맞붙는 호적수다. 외양, 대사의 톤, 표정 뿐만 아니라 가슴 속에 품은 인물의 사명까지도 대척점에 서있을 정도로 상반된다. 다만 둘 다 휘하 부하들을 거느리는 수장들이라 직접적인 액션은 거의 소거되고 ‘말발’로 붙는 편이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는 최국장을 김선호는 버석한 면을 최대한 살려 연기했다.
“저한테는 사실 리스크 아닌 리스크가 있었어요. ‘최연소’ 국장이란 장치가 있긴 했지만 (나이와 직책에서 나오는 무게감을 위해) 수염을 그려볼까 고민도 했죠. 근데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 것 같은 어색함이 있어서 그만뒀어요. 타고난 생김새나 목소리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찾아야 했죠. 결국 제가 한 선택은 외적인 모습이 아닌 최대한 절제된 모습을 표현하자는 거였어요. 최국장은 수다쟁이가 아니에요. 프로젝트를 숨기고, 끝까지 끌고 나가기 위한 집단의 수장이기에 뚝심 있고 직선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려고 했죠. 다만 ‘능구렁이’ 같은 면도 있다고 해서 토스트 신에서 그 면모를 보여주려고 의도했어요.”
김강우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서 미국인이라는 우월감을 지닌 폴을 연기하면서 최대한 ‘재수없어지려고’ 노력했다.
“폴은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고, 한국 문화를 능숙하게 이해하고 있는 교포예요. 아마도 미국과 한국 중에서 국적을 선택했어야 하는 시점엔 당연히 더 ‘사이즈’가 큰 미국을 주저없이 선택했을 거고요. 말투, 눈빛, 시선은 물론 직접적인 대사에서 상대를 깔보는 우월감이 다 표출되죠. 연기하기가 쉽진 않은 인물이에요. 오로지 대사만으로 인물과 그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대사량도 많아요. 2분이 넘는 신에선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끔, 내용이 귀에 꽂혀야 해요. 그래서 좀 더 스피디하게, 리드미컬하게 대사를 했어요. 애드리브도 자제했죠.”
배우는 최대한 납득할 만한 연기를 하고자 했지만, 솔직히 ‘폭군’은 불친절한 작품이다. 인물의 전사(前事)는 작품 내에서 유추하기 어렵다. 시대적 배경도 모호하다. 김선호 조차도 “같은 대학을 나온 것으로 설정돼 있는 최국장과 폴은 아마도 경찰대학 동기일 거 같다. 시대적 배경은 아무튼 ‘현재’는 아닌데, 정확히 몇년도인지는 알 수 없다”고 추측할 뿐이었다.
아울러 왜 최국장은 동료들이 모조리 죽어나가는데도 폭군 프로그램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로 짧게 정리되는 그의 신념은 어디에 기반하는지, 반대로 폴은 왜 그것을 꼭 무너뜨려야 하는지 인물의 동기에 대해서도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진 않는다.
김강우는 “감독님이 표현하려는 색깔이 조금 평범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감이 결여되면 안되기에, 자꾸 디테일을 고려하는 것”이라며 “배우의 몫은 ‘왜 그러는거지?’라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거기에 맞게, 최대한 세상에 있는 것처럼 호흡을 넣고 감정을 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선호는 “매번 수월한건 없는 것 같다. 사실 ‘귀공자’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저 스스로도 질문을 많이 했다”며 “반면 최국장은 감독님한테서 처음 배역을 제안받을 때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정도 납득이 갔다”고 말했다.
스크린이 아닌 디즈니+로 전세계 시청자에게 안방에서 동시 공개되는 점에 대해서는 기대와 걱정을 내놓았다.
김강우는 “영어 대사를 하면서 좀 부담감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영어 잘하는 분들 많지만 외국엔 훨씬 더 많으니까.(웃음) 다른 나라 시청자들은 어떻게 볼 지 반응이 슬슬 나올텐데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선호는 “배우로서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다. 이렇게 까지 주변 사람들한테서 제 얼굴을 캡처해서 받아본 적이 없었다.(웃음) 저도 또 계속 제가 나온 걸 보고 있고, 흥미롭고 신난다”고 답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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