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진격한 젤렌스키, 새 점령지로 빼앗긴 영토 되찾을까?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침공 작전이 전략적 성공으로 이어질지, 무모한 도박으로 끝날지 고비를 맞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 군 수뇌부와 만나서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필요하다면” 군 사령부 설치를 논의했다고 밝혀, 점령을 지속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 이호르 클리멘코 내무장관은 “완충지대” 설립이 “적의 일상적 공격으로부터 우리 국경 마을들을 보호하기 위해 구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국경에서 18㎞ 떨어진 루스카야코노펠카 등 쿠르스크 전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했고, (…) 전날 우크라이나가 지난 24시간 동안 최대 420명을 잃는 등 공격을 시작한 지난 6일 이후 모두 2030명과 탱크 35대, 장갑차 31대 등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 우크라이나의 침공 작전은 2주째에 접어들면서 점령지 추가 확보는 더 어려워지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공습에 노출될 위험은 커지고 있다고 군사 분석가들은 평가한다. 우크라이나가 발표한 대로 점령지에 완충지대를 만드는 등 점령을 지속하려 한다면, 병력과 자원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러시아 영내 공격에 나토에서 훈련받은 1만명 이상의 3개 여단 정예병력과 무기들을 동부 전선에서 차출한 것으로 알려졌다.(한겨레 8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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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와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내 쿠르스크로 진공해, 전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외신 등 언론에서 난리네! 어떻게 봐야 하는 거야?
A. 아이들이 모래 장난을 할 때 부르던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동요가 떠오르네. 우크라이나가 기존 전선에서 밀리자, 러시아 영내에서 새 전선을 만들어, 점령지를 확보해 전쟁의 양상을 바꿔보려는 것 같아. 그 동요를 이 상황에 대입하면, “두껍아, 두껍아, 내 땅 더 줄게 너 땅 다오”라고 할 수 있지.
Q. 그게 무슨 말이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점령하려는 것은 알겠는데, 자기 땅을 포기한다고?
A. 병력과 자원에서 열세여서 모든 전선에서 수세와 후퇴를 하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진공에 필요한 병력과 자원이 어디에서 나오겠어? 기존 전선에 쓰이는 자원을 이번 작전에 투입했을 텐데, 기존 전선에서 줄 영향이 있겠지.
물론 이번 작전이 러시아에 압력을 가해, 기존 전선에 있던 병력과 자원을 쿠르스크로 돌려서 기존 전선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력을 완화한다는 목표도 있겠지.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런 효과가 없다고 서방에서도 인정하네. 중요한 동부전선의 도네츠크 등에서 러시아의 공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고 하네.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7일 동부전선인 도네츠크의 포크로우스크, 토레츠크에서 “수십차례의 러시아 공격”이 있었다고 인정했어. 우크라이나에게 포크로우스크는 도네츠크 전선에서 중요한 병참 중심지야. 현재 러시아군은 적어도 포크로우스크 외곽 10㎞까지 진공해, 함락이 임박해 주민 소개령이 내려졌어.
도네츠크 등 기존 동부전선에서 러시아군의 진공 격화는 우크라이나의 병력과 자원이 쿠르스크로 빠졌기 때문이야. 우크라이나는 이번 진공에 나토에서 훈련받은 3개 여단의 1만여명 병력과 서방이 지원한 탱크와 장갑차, 사거리 300㎞에 달하는 장거리 지대지 전술 탄도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 중거리 다연장 이동 로켓시스템인 하이마스(HIMARS) 등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어. 주요 전력을 쿠르스크에 쏟아붓는 거지.
우크라이나가 기존 전선에서 추가 손실을 감내하고라도,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점령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아닐 수 없어. 비비시는 18일 “우크라이나의 문제는 러시아군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에서 진공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도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내 공격에서 철수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들은 이제 여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분석했어. 그래서 “내 땅 더 줄게, 너 땅 다오”라고 지적한거야.
Q. 그래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 진공한 것 자체가 큰 성공이잖아.
A. 이번 작전이 러시아를 한번 때리고 철수하는 차원이 아님이 명백해졌어. 이제, 성공 여부는 점령을 유지할 수 있냐에 달려있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내로 계속 진공할 수는 없어. 공세 종말점이 온 뒤에 진공한 지역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완충지대로 굳히냐가 관건이야.
우크라이나의 진공은 1주일이 지나면서 사실상 멈춘 상황이야. 우크라이나는 15일에 쿠르스크의 거점 도시 수드자 등 82개 마을 등 점령지가 1150㎢이라고 발표했어. 하지만, 서방의 군사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진공 지역은 그 절반 정도라 평가하고, 수드자 외곽에서도 여전히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
진공 초기에야 우크라이나가 기습 공격해서 성과가 있었지. 하지만, 이미 러시아군이 병력과 자원을 투입해 반격을 시작했어. 우크라이나는 추가 병력과 자원으로 대응해야 하지. 우크라이나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지.
Q. 러시아 영토를 점령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거야? 우크라이나에 이번 작전은 다른 의미는 없는 거야?
A.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피로감이 높아졌어. 우크라이나에서도 병력이 부족해 길거리에서 남성들을 징집하자, 이를 피하려고 국외로 도피하는 등 민심 이반 조짐도 있지. 우크라이나로서는 기존 전선에서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없자, 러시아 영내 진공과 점령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고 할 수 있어.
러시아 영내 진공을 통해 △항전 의지 과시와 사기 진작 △서방의 지원 확대라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야. 우크라이나는 무기 지원을 늘리고 러시아 본토 공격에도 사용해달라고 서방에 졸라왔어. 이번 진공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에서 서방 무기 사용을 기정사실화했고, 서방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 진공한 이상 지원 확대를 강요받게 됐지. 전술적으로는, 동부전선 등에서 러시아의 보급로 교란과 발진 기지 무력화, 러시아군 공세 완화를 노렸어. 쿠르스크와 중심 도시 수드자는 모스크바에서 도네츠크 등 동부전선으로 가는 보급로와 기지가 있어.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내를 공격한 드론 및 미사일, 전투기 발진기지들이 있고.
무엇보다도 전략적으로는 미국 대선 이후 예상되는 휴전 및 평화협상에 대비해, 러시아 영토 점령이라는 지렛대 확보가 있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는 당선 뒤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호언했지. 트럼프 쪽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한다는 안을 보고했다고 지난 6월25일 보도됐어. 전쟁을 현 전선에서 동결하고는 △전쟁의 한 배경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장기적으로 불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넘겨줄 필요는 없으나 모든 영토 회복은 당분간 불가한 것이 현실 △대신에 우크라이나의 완전 무장 등을 담았어.
핵심은 결국 점령지 문제야.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까지 포함한 모든 러시아의 점령지를 반환을 주장하고, 러시아는 점령한 동·남부 4개주 전체를 자신들의 영토로 인정하라고 맞서고 있어. 종전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진공한 러시아 영토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러시아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거지. 이때문에 우크라이나는 기존 전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러시아 영내 진공 작전을 펼친다고 봐야지. 우크라이나로서는 ‘모 아니면 도’, ‘이판사판’으로 임하는 거지.
Q. 우크라이나의 이번 작전이 성공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야? 만약 실패한다면, 우크라이나가 치러야 할 대가는 뭐지?
A. 우크라이나가 점령 유지를 전략으로 굳힌 이상 성공이나 실패를 판단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왜냐하면,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 임하는 기본 전략은 소모전이기 때문이야.
러시아는 전선에서 진공도 중요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병력과 자원을 소모시키는데 주력하는 전략을 펼쳐왔어. 이는 러시아의 전통적 군사교리이기도 하지. 전선에서 공방을 통해서 적의 병력과 자원을 완전히 소모시킨 뒤 압도적 패배를 가하겠다는 거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의 영토로 진공한 이상, 최대한 병력과 자원의 소모를 강요하는 비용과 대가를 치르게 하려고 할 거야.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에서 서방의 군사 교리인 기동전 전략을 쓰고 있어. 즉, 기갑부대 등 화력을 일거에 집중해, 신속하게 전선을 돌파해 적을 물리치는 전략이지. 우크라이나는 전쟁 첫해에 러시아가 침공 뒤 진용을 갖추기 전에 이런 기동전 전략으로 하르키우 지역을 탈환하는 등 반격에 성공했어. 우크라이나는 이번에도 기동전으로 쿠르스크에 일단 진공했는데, 이를 유지하려면 적의 반격을 막는 공군력 지원의 제공권이 필요해.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제공권에서 큰 열세라는거야.
쿠르스크에 진공한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러시아의 공군력과 소모전에 직면할거야.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에서 자원과 병력을 소모하고 물러날 뿐만 아니라 동부 등 기존 전선에서도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지. 반면,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에서 점령을 유지해 성공적으로 완충지대를 확보한다면, 설사 기존 전선에서 손실이 크더라도 상쇄할 수 있을 거야.
Q.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 전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헷갈려. 서방이나 우리 언론들은 대체로 러시아가 경제도 몰락하고, 전쟁에서도 불리할 것으로 보도했는데, 러시아는 건재하잖아.
A. 전쟁에서 당사자들은 성과를 부풀리고, 손실을 축소하는 프로파간다를 펼치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우리가 접하는 전쟁과 전황 소식은 주로 서방과 우크라이나 쪽에서 나오는 거야. 우크라이나 전쟁의 보도 사진을 보면, 모두가 우크라이나 전선 쪽에서 찍은 거잖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첫해인 2022년에 공방을 펼치다가, 그해 11월부터는 러시아의 점령지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해. 러시아는 그때부터 점령한 동·남부 지역에 참호 등 방어선을 구축하고는, 전략적인 방어적 소모전에 들어갔어.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을 업고는 2023년 6월부터 대반격에 나섰으나, 성과가 없었잖아. 러시아는 올해 초부터 재반격에 나서, 점령지를 굳히기를 위한 완충지대 확장하는 단계야.
러시아가 건재한 것은 서방의 제재가 오히려 러시아로 하여금 새로운 활로와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줬기 때문이기도 하지. 러시아는 중국과 전략적 연대를 강화해, 석유 등 원자재를 팔고 중국의 상품을 사면서 미국이 주도한 기존 국제경제 생태계에서 벗어나고 있어. 인도 등 글로벌사우스와의 교역도 확대하고,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 결제체계를 확대하고 있어. 또 러시아는 유휴화됐던 거대한 군수산업 등 중공업이 이번 전쟁으로 다시 가동되며 노동력이 부족할 정도로 활황도 유지하지.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이 서방 국가보다 높은 3%가 넘는다고 국제통화기금은 발표했어. 제재를 가한 쪽이 피해를 보고, 제재를 받은 쪽이 활로를 찾는 제재의 역설이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협상과 종전의 길을 열려면, 당사자들의 프로파간다나 희망에 기댄 분석이 아니라 객관적인 전쟁의 현실을 인정해야 할 거야.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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