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이재명 지지 확인한 민주 전대… ‘反尹 적대성’ 더 커졌다 [Deep Read]
李, 강력한 권력 의지·정치적 생존 절박감으로 승리 견인… 당원들은 불가역적 지지로 화답
대선 앞둔 인적·제도적 정비 끝내… ‘민생과 反윤석열’ 투트랙 따른 대결 정국 심화 예고
더불어민주당의 8·18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85.4%라는 압도적 득표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특히 권리당원의 표를 대거 가져오면서 지난 2022년 당 대표 선거 때보다도 7.6%포인트나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당원들의 배타적 지지를 받은 이재명 일극체제의 완성이다. 그만큼 윤석열 정권과의 관계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배타적 지지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의 정치 정서를 확실히 알 수 있다. 250만 명에 달하는 민주당 당원 절반 가까운 수가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로 중앙정치에 등장한 2021년 이후 입당했다. 이 대표에 대한 지지가 당원 수 증가로 이어지고 이들이 당원 구성의 과반을 차지한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강렬한 팬덤을 보이는 개딸들이 민주당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모든 부분(권리당원, 대의원,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지지에 아주 큰 편차는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이 대표 지지의 ‘배타적’ 성격을 명확히 보여줬다.
이재명 리더십의 출발은 비주류라는 정체성에서 시작했다. 흙수저 출신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쳐 대권 도전이라는 공직 경력은 자수성가의 본보기가 된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보면,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는 강하지만 직접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공천이 친명 인사 일색으로 구성됐지만, 시스템 공천을 내세우며 당 대표로서 간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명분을 지키면서 실리는 모두 챙긴 것이다.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비명으로 분류되는 우원식 의장이 당선됐지만 이재명 리더십에는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0.73%포인트 차이로 졌다는 아쉬움도 그가 이후 보궐선거와 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대표의 강력한 권력 의지가 동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대선에서 패한 정치인들은 한동안 정치권에서 멀어졌지만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아픔을 극복하고 전대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이 대표의 입장에서는 정치권에 재기를 지원해줄 파벌이 없이 떠난다면 다시 도전할 기회가 없다는 절박감이 컸다.
◇대선가도 정비
이재명 체제 2기를 시작한 그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사법 리스크다. 대장동 게이트, 성남FC 불법 후원금, 대북송금 의혹, 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등이 있다. 이 대표에 대한 현재 지지도는 이러한 사법 리스크의 부정적 영향을 모두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 사건에 대한 재판의 1심 결과가 유죄로 나온다 해도 이 대표 지지자들의 태도는 별로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이 터지고 이 대표의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당내 지지는 견고하다. 즉 지지자들은 검찰과 법원의 정치적 편향이 부당한 사법적 판단을 가져왔다고 보는 사고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되는 상황이 오히려 권력에 탄압을 받는 피해자 이미지를 더해 줄 수도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계기로 민주당 권력지형의 변화를 예측할 수도 있다. 김 전 지사가 대권행보를 벌이게 된다면 친이에 맞서는 친노와 친문 세력의 규합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전대 국면에서도 확인했듯 대다수 최고위원 후보자도 이미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조력 중이다. 반이재명의 기치를 내세우는 순간 당원들의 강한 비판 공세가 몰아치는 정치적 위기를 감내할 정치인은 찾기 힘들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대표의 대선가도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됐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당헌을 개정해 당 대표 대선 출마에 따른 사퇴시한에 예외 규정을 뒀고, 이에 이 대표가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번 전대에서 민주당이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이라는 점과 이 대표가 강조해 온 ‘기본사회’라는 지향점을 강령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제도적으로 이 대표의 대선가도를 깔끔하게 정리한 조치들로 볼 수 있다.
◇투트랙
이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집중할 것이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집권당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민생 중심 대책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한 공세라는 투트랙 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쟁은 당에 맡기고 이 대표는 ‘먹사니즘’을 내세워 국민을 위한 정치와 교착상태를 풀어낼 통 큰 정치인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할 것이다. 이 대표는 당선되자마자 대통령에게는 영수회담을, 그리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는 양당 대표 만남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나 한 대표는 이 대표가 야당의 대선 주자로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이 대표가 주도하는 정책이나 제안에 순순히 응할 까닭은 없다. 윤 대통령은 여야 당 대표들 사이에서 정책이 합의됐다 해도 정부의 정책 주도권을 빼앗기는 듯한 구도를 수용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한 대표가 여당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기도 힘든 상황에서 한 대표는 대통령과의 협력과 차별이라는 모순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야당 대표와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즉 영수회담이나 대표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조건들만 산적해 있는 셈이다.
10월 중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무죄로 나온다면 민주당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윤 정부의 부당한 정치 탄압을 주장하고, 이 대표가 연루된 나머지 사건들도 같은 선상에 있다면서 정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만일 유죄로 나타날 경우에도 사법적 판단을 믿을 수 없다며 역시 정권의 부당한 정치 탄압을 주장할 것이다. 결국 대법원의 최종심이 내려지기 전까지 어떤 판결이 나더라도 민주당은 정부에 대한 더 강한 투쟁노선을 택하게 될 것이다.
현 정부의 부진한 정책 성과와 낮은 국정 지지율은 민주당의 강경 노선에 우호적 상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정권 획득이라는 뚜렷한 목표로 결집 중이다.
◇정국 경색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이 대표 지지에 소극적이던 민주당원들도 대세에 순응하는 입장을 취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이제 이 대표의 ‘대권 앞으로’ 행보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부담되는 모든 행위나 발언은 해당행위로 간주되는 획일적 논리가 확산할 것이다. 반윤 공세 수위가 높을수록 선명성을 인정받는 분위기가 만연해진다면 향후 정국은 지금보다 더 적대적이고 경색될 것으로 예측된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이재명에 대한 당원의 ‘배타적 지지’는 8·18 전대에서 88.1%의 지지를 받은 것에서 확인. 민주당 역대 전대 최대치이자, 본인을 첫 당 대표로 만든 2년 전 전대에 비해서도 10%포인트나 는 것.
‘먹사니즘’은 2000년 이후 새롭게 등장한 조어로 ‘먹고사니즘’의 준말. 원래는 생계 유지에 몰두하는 각자도생의 태도를 의미하는데, 최근 이재명의 민생과 실용 철학을 담은 내용으로 부활.
■ 세줄 요약
배타적 지지 : 민주당의 8·18 전당대회는 권리당원, 대의원, 여론조사 등 모든 부분에서 이재명에 대한 배타적 지지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줌. 이재명의 강력한 권력 의지, 정치적 생존에 대한 절박감이 승리의 동인으로 작용.
대선가도 정비 : 전대 국면에서 최고위원을 포함한 당의 모든 요소가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조력 중이라는 걸 확인. 인적 측면뿐 아니라 당헌 개정 등 제도적 측면에서도 이재명 대선가도를 위한 제도적 정비 끝내.
투트랙 : 민주당은 이재명을 중심으로 민생 중심 대책과 對윤석열 정부 공세라는 투트랙 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임. 당원의 배타적 지지를 받아 일극체제를 완성한 만큼 윤석열 정권과의 관계는 적대적이 될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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