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의심과 좌절 그리고 기쁨이 만들어낸 성장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밤샘 촬영 때문에 30분 밖에 자고 나오지 못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사과를 계속 건네는 배우 김선호의 눈빛은 그의 말과 달리 반짝였다. 다음 날 역시 촬영이 예정되어 있지만, 피로감보다는 더 성장할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여전히 연기가 재미있다는 김선호는 의심과 좌절, 기쁨을 반복해 나가며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폭군'(연출·극본 박훈정)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 드라마다.
김선호는 비밀리에 폭군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설계자 최국장 역을 맡았다. '폭군'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선호는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 좋다"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정보기관 이너서클의 수장 최 국장은 모든 일에 냉철한 인물로 시종일관 차분함을 유지한다. 김선호 역시 "총소리에도 눈 깜짝하지 않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캐릭터를 빌드업해 나간 과정을 밝혔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라는 자신만의 신념이 굉장히 강한 인물이라 리스크 아닌 리스크가 있었어요. 배우로서 타고난 생김새, 목소리, 성량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뭐를 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다른 분이 하셨다면 절제된 최국장이 아닐 수도 있는데 저는 무게감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빌드업했어요."
특히 박훈정 감독과 나눈 많은 대화들이 도움이 됐다. 작품 속에는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최 국장의 전사들이 하나둘 모여 신념으로 뭉친 최국장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너 서클에게 발탁되고 엘리트로 키워진 인물이라고 하더라고요. 왜 이너서클이 만들어졌고, 죽음 이후의 여러 빌드업과 대비책을 세웠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도 나라를 위해 죽음을 각오했다는 설정이 가장 크게 다가왔어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는 말은 최국장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자 최국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다. 김선호 역시 최국장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최국장이라는 인물이 이거 하나로 움직인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무겁게 하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 이 인물의 무게감이 떨어질 것 같았어요."
폭군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최국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신의 머리에 담긴 폭군 프로그램 정보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다. 또 한 가지 이유는 폭군 바이러스 통제에 성공한 채자경(조윤수)의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통제에 성공한 자경의 모습을 본 최국장은 희미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자경의 모습을 보고 희열을 느꼈다고 생각했어요. 최국장이라면 확신을 가지고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폭군은 우리 거야'라고 하면서 총을 쏘는데 실제로는 무서웠어요. 죽음이 이렇게 쉬울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희열이 있다면 원동력으로 한 번의 실행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선호는 영화 '귀공자'에 이어 박훈정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귀공자' 촬영이 끝날 때쯤 박훈정 감독과 산책하며 나눈 이야기를 통해 합류까지 선택했다는 김선호는 박훈정 감독과의 작업 현장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저를 많이 믿어주셨어요. 외적으로 표출하는 대신 내적으로 표출하는 연기가 스스로는 하나의 도전이었거든요. 배우는 이런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다가올 때 겁이 나기 마련이거든요. 누구에게 보여지고 평가받기도 하니까요. 감독님이 '그거보다 재미있어질 수 있어', '봐봐 재미있잖아 한 번만 더하고 끝내자'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부담감은 사라지고 즐겁게 분석하는 시간만 남았어요."
멜로나 로코를 넘어 누아르 장르에도 도전하고 있는 김선호는 최국장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더 확장했다. 이에 김선호는 "아직도 단점만 보인다"며 '폭군'을 통해 배운 점을 털어놨다.
"익숙한 건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익숙한데 뭐가 저에게 맞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직도 단점과 부족한 부분만 보이거든요. 그래도 이번에는 침묵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로코는 침묵을 순간적으로 짧게 활용하는데 누아르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배우로서 말하지 않는 순간에 어떻게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최국장이 이토록 처절하게 움직이는 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다. 또한 김선호를 믿어준 선배들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배우 김선호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뭘까. 김선호는 "근본적인 건 연기하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가장 근본적인 건 연기가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신이 안 풀려서 고민하고 좌절하다보면 3일이 힘든데 신이 잘 풀리면 3일이 재미있어요. 작품이 완성되면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데 가장 원초적인 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에요. 또 저를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제가 여기 있다고 생각해요. 그분들께 실망을 끼쳐드리지 않으려면 겁내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면서 최소한 그 인물처럼 서 있을 수 있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김선호는 "뻔한 말이지만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말이 맞다"며 계속해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말이 뻔하지만 맞는 것 같아요. 무섭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멈추지 않고 연기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그런데 그런 건 교과서에도 없으니 계속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 도전하다 보면 팬분들도 '어느 순간 늘은 것 같아'라고 생각하면서 응원해 준 보람을 느끼시지 않을까요."
계속해서 도전하겠다는 김선호는 자신의 말처럼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망내인' 등 다양한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김선호는 반복되는 의심과 좌절, 기쁨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좋은 분들과 열심히 촬영하고 있어요. 열심히 하면서 의심, 좌절, 기쁨이 반복되고 있는데 좋은 모습과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배우 김선호가 이런 모습, 이런 사람으로 서 있는 것에 대한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위트홈' 작가 또다른 화제작 '돼지우리', 장기용·차승원 주연으로 시리즈화 - 아이즈(ize)
- [스포츠 토막상식] 축구 경기 중단하는 ‘쿨링 브레이크’ - 아이즈(ize)
- '충격 어깨 부상' 김하성 "이런 느낌 처음, 못 뛰겠다 직감" - 아이즈(ize)
- JYP·SM 트로트 도전, ‘임영웅+스키즈’ 탄생의 글로벌화 이끌까? - 아이즈(ize)
- '푹다행' 방탄소년단 진, 셰프 변신! '월드스타의 수준급 칼질' - 아이즈(ize)
- 윤종신家 1호 보이그룹 아크, 팀명 따라 미스틱 구원할 방주 될까 - 아이즈(ize)
- 신민아X김영대 '손해 보기 싫어서', 손해 없는 본방 사수 [종합] - 아이즈(ize)
-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권창훈이 돌아왔다...A대표팀에도 힘 보탤까 - 아이즈(ize)
- '엄마친구아들' 정해인·'백설공주' 변요한, 시청률 희비 갈린 두 엄친아 - 아이즈(ize)
- 올림픽도 막을 수 없던 '굿파트너', 꿈의 20%가 보인다 - 아이즈(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