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소식남서 장총 든 킬러로… “또 다른 제 얼굴 찾아 기분 좋아요”
살인에 찌든 은퇴 킬러 임상역
2:8 가르마에 어수룩하다가도
위기땐 15㎏ 장총 들고 싸워
“공무원 같은 킬러 표현하려해
스스로 값어치 있는지 늘 생각”
믿고 보는 박훈정표 누아르
전작 ‘마녀’ 와 전개 비슷하지만
캐릭터·액션 신은 훨씬 매력적
지난 14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에서 공개된 4부작 ‘폭군’은 ‘박훈정표 누아르’로 정의된다. 박훈정 감독이 앞서 연출한 영화 ‘신세계’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마녀’ 시리즈, 영화 ‘귀공자’에서 보여준 고난도 액션을 한데 버무려 놓은 듯하다. 익숙한 맛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대단하지만 신선도는 다소 아쉬운 이유. 그러나 차승원의 킬러 변신은 유난히 눈에 띈다. 평범해 보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폭발하는 액션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서 폭군은 인간 병기를 만드는 약물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최 국장(김선호 분)은 샘플을 강탈당하고, 킬러이자 금고 기술자인 채자경(조윤수)이 이를 되찾는 일을 맡게 된다. 여기에 채자경을 죽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은퇴한 킬러 임상(차승원)과 폭군을 손에 넣으려는 미국 정보기관 요원 폴(김강우)이 가세하면서 사태는 실타래처럼 꼬인다.
약물이 투입된 인간이 가공할 힘을 발휘하고 초인적인 스피드를 갖추게 된다는 ‘폭군’의 전개는 ‘마녀’와 판박이다. 하지만 잘 구축된 캐릭터와 화려한 액션 신은 진부함을 덜어내기 충분하다. ‘마녀’ 시리즈를 통해 발굴된 김다미, 신시아에 이어 ‘폭군’에는 주인공 채자경 역으로 신인 조윤수가 투입됐다. 그는 절도 있는 액션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활기를 불어넣는다.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배우 차승원이 연기하는 임상이다. 평소에는 항상 존댓말을 쓰고 어수룩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킬러 본능을 발휘하는 허허실실 연기가 백미다. ‘낙원의 밤’에서 차승원을 통해 ‘마이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던 박 감독은 이번에도 성공적인 ‘차승원 활용법’을 보여준다.
‘2:8 가르마’로 머리를 빗어 넘긴 임상은 다소 무기력해 보이지만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면 15㎏ 장총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차승원은 15일 문화일보와 나눈 인터뷰에서 “20년간 그 일(킬러)을 공무원처럼 수행한 사람이고, 장총은 임상의 메타포”라며 “자기 일을 할 뿐이지, 이를 즐기지 않는 킬러의 모습을 변별력 있게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살인에 찌든 50대 킬러 임상과 팔딱팔딱 뛰는 에너지를 가진 10대 인간 병기 채자경의 맞대결은 ‘폭군’의 하이라이트다. “그 장면을 위해 2주간 연습했다”는 차승원은 “서로 다른 색을 가진 킬러의 매력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두 인물이 비등비등하게 싸우는 힘의 균형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채자경 역의 조윤수가 다치는 등 고생이 많았다”고 전했다.
차승원은 ‘폭군’ 외에 4년 만에 돌아온 예능 ‘삼시세끼’와 박찬욱 감독이 제작한 넷플릭스 ‘전, 란’을 하반기에 잇달아 공개한다. “또 다시 전성기를 맞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차승원은 “‘폭군’의 박 감독을 비롯해 여러 감독이 또 다른 제 얼굴을 찾아주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며 “제가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는 동시에 스스로 그 정도의 값어치가 있는 인물인지 늘 생각해 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차승원과 조윤수가 ‘폭군’의 액션을 책임지는 두 축이라면, 국정원 국장 역의 김선호와 미국 정보 요원 폴 역을 맡은 김강우는 ‘구강 액션’으로 거든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작품에선 딱히 몸을 쓰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서로를 겁박하는 대화의 긴장감은 웬만한 고난도 액션 못지않다. 앞서 연출한 영화 ‘귀공자’에서 두 배우의 장단점을 파악한 박 감독이 ‘맞춤형 캐릭터’를 부여했다.
박 감독은 “왜 우리는 핵도 안 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안 되냐”는 최 국장의 대사를 통해 인간 병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박 감독의 속내가 읽히지만, 가슴을 울리는 묵직한 메시지로 보기에는 힘이 달린다.
‘폭군’은 4부작이다. 총 러닝타임은 2시간 30분 정도다. 기존 ‘박훈정표 누아르’를 즐겨 보던 관객이라면 시원한 액션이 돋보이는 짧은 호흡의 ‘바캉스 콘텐츠’로 추천할 만하다. 청소년은 볼 수 없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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