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서울 취수원은 팔당댐이라는 공식, 바꿔야 합니다"
"팔당댐 수질 점점 오염되고 탁해져…수질 깨끗한 곳으로 옮길 필요"
박동석 아이뉴스24 사장과 대담서 밝혀…"자체사업 '센트럴N49' 추진"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서울을 위해서라도 취수원을 팔당댐이 아닌 소양댐으로 바꿔야 합니다. 남양주만이 아니라 서울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기 위해서라도 취수원을 옮기는 게 필요합니다."
공무원 중에서도 남다른 클래스인 '정통 기획재정부 출신' 공무원으로 잔뼈가 굵은 이계문 남양주도시공사 사장이 처음 취임했을 때만 해도 금융·재정 전문가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반신반의했다. 개중에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데 남양주도시공사 사장을 할 수 있겠냐"는 항간의 우려섞인 얘기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이 사장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은 명분, 자금, 입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면서 개발 공기업을 이끌어나갈 CEO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악착 같이 현장을 뛰면서 익혀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그렇게 꾸준히 이행했다. 직접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공직 생활 때부터 몸에 익힌 현장소통 DNA를 그대로 공사 공영에 투영시켰다. 취임 후 18개 주민협의체와 39회 간담회를 하고 내부 직원들도 10회 가까이 만났다. 공식적인 자리만 그렇다. "이렇게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사장은 처음"이란 얘기가 들린 건 당연했다. 그가 스스로 '현장+소통 전문가'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남양주도시공사 사장으로 1년. 공사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는 이제 남양주만이 아닌 서울을 위해서라도 취수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남양주를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꿈꾸고 있는 그를 만나 남양주 도시 개발의 방향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사장과 일문일답.
남양주도시공사에서는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나.
"시설관리공단의 역할을 맡고 있어 지역의 체육문화 시설과 주차장 시설 별내선 역사 관리 등도 하고 있다. 도시 개발사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 토지 등 부동산 규제가 많아 취임 전부터 진행했던 주상복합시설인 '센트럴N49' 개발사업은 시공사와 계약 해지가 되면서 지금은 다시 이를 추진하기 위해 끌고 가고 있다. 구도심인 와부읍의 읍민회관 있는데 우리 공사가 이를 재개발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이 승인해 실무 협의까지 끝냈다. 우리가 지역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직접 추진한다."
공무원으로 기재부, 금융위원회 산하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을 역임했지만, 부동산 개발이나 시설 관리 분야 경험이 없었는데….
"지역에 계신 어떤 사람도 똑같이 '도시 개발을 안 해보지 않았냐'고 하더라. 맞다. 안 해봤다. 그래서 제가 '도시 개발에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되물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세 가지가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게 명분'이라고 답했다. 일산 등 1기 신도시와 김포 등 2기 신도시는 모두 그린벨트 바깥쪽에 있다. 당시에는 자연보호 명분이 컸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는 부동산 정책이 실패해 3기 신도시는 대부분 그린벨트 안에 있다. 부동산 시장을 잡아야 한다는 명분이 그린벨트 보전보다 컸던 것이다. 특히 남양주는 100% 그린벨트 지역으로 명분이 중요하다. 그다음 중요한 게 자금과 땅(입지)을 갖춰야 한다. 저는 금융 전문가라고 얘기했다. 여기 남양주는 땅이 좋다. 서울에서 가까운 위치다. 이 세 가지를 얘기하니 지역 분이 더 이상 얘기 안 하더라."
공사가 기업 유치를 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규제 등을 완화해서 첨단 기업들을 남양주에 유치하는 방안도 필요하지 않을까.
"남양주는 '상수원' 문제 때문에 (개발이) 안 된다. 상수원은 예외를 둘 수 없는 문제다. 2007년 경기도에서 팔당댐의 취수원을 청평댐으로 옮기자는 주장에 강원도, 춘천 지역에서 반발이 있었다. 팔당댐의 총 저수량은 2억4400만톤이다. 청평댐은 1억8500만톤으로 저수량 자체가 적다. 소양강댐으로 옮기면 저수량은 29억톤이고 물이 깨끗하다. 팔당댐도 식용에는 지장이 없지만 물이 점점 탁해지고 있다. 오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양강댐으로 취수원을 옮겨 물이 깨끗해지면 서울시민도 좋아진다.
또 지금 팔당댐 같은 경우 취수원으로 써야 해서 홍수에 대비해 물 높이를 확 낮출 수 없다. 취수원을 옮겨 홍수 조절용으로만 쓰면 비가 물 높이를 크게 낮출 수 있어 비가 올 때 잠수교만이 아니라 고수부지도 잠기지 않는다. 그럼 땅이 생기면서 강변북로 같은 것도 지하로 옮길 수 있다.
그렇게 서울이 좋아지면 규제가 없어져 남양주를 비롯해 한강을 끼고 있는 여주, 가평, 양평 등이 다 좋아진다."
소양강댐으로 취수원을 옮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거리가 너무 멀어지는 것 아닌가.
"취수원 논란이 있었던 2007년에는 기술이 안 됐지만, 지금은 GTX 사례만 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GTX-A 노선은 선로만 82.1㎞다. 수로를 놓는 기술은 (거리가 멀어도) 다 준비돼 있다."
그럼 과거처럼 강원도민이 반발하지 않겠나.
"소양강 위쪽에는 도시가 없다. 개발을 못해 영향을 받는 남양주, 양평, 가평, 여주, 이천 등지에 지원하는 수계관리자금(물 이용 부담금)이 있다. 이 자금을 강원도에 통으로 지원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취수원을 소양강댐으로 옮기면 서울도 좋아지고 인천까지 (수로를) 뚫는다면 인천시민도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어 더 좋아지는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시민을 위해서고, 결과적으로 우리 남양주도 좋아지는 것이다."
과거 서민금융진흥원에서처럼 남양주도시공사 내부에서도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오고 있다고 들었다. 소통을 잘 하는 비결은?
"노력을 많이 했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게 없으니 취임 후 직원들을 한 열 번은 만났다. 우리 남양주도시공사는 일반직, 무기계약직 등 전체 인력이 730명에 달한다. 공사가 체육문화센터 등 시설 관리 업무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만족도가 낮은 편이었다. 남양주도시공사가 16년 된 기관인데 사장을 처음 봤다는 직원도 있었다. 워크숍만 봐도 직원들이 현장 대민서비스로 인해 참석이 어렵다. 올해도 160명 밖에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아 예산을 활용해 MBTI나 스트레스 관리, 리더십 등 6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290명이 참석하도록 했다.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등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려 한다.
현장 중심으로 소통하려 한다. 그 다음에 직원들이 힘든 점을 없애려고 했다. (취임 후) 18개의 (불편) 사안을 없앴다. 오프라인으로 채용 등 결재를 받아야 하는 사안들을 전산화해서 직접 공사에 방문하지 않도록 전자 직인을 만들었다. 인트라넷을 통해 증명서도 발급도 가능하도록 바꿨다."
칼럼을 기고하거나 자녀들에게 손 편지를 쓰는 등 평소에도 글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안다.
"칼럼은 주로 주말에 쓰는데, 하나 당10~15시간 꼬박 걸린다. 글 쓰는 것도, 평소에 꽃 사진 찍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밌게 즐기면서 하려 한다. 예전부터 썼던 글들도 있어 언젠간 이런 글들을 엮어 책을 내고 싶다."
앞으로 계획은?
"이제 개발 사업에 집중하려 한다. 규제 등으로 인해 아이템을 크게 만들어 국책 사업화를 고민하겠다. 10년, 20년 걸리는 프로젝트는 출발부터 단추를 잘 끼워놓으면 사장이 바뀌더라도 사업을 지속 추진할 수 있다. 그런 사업을 만들고 싶다. 취수원 변경은 남양주도, 서울도 개발이 빨라질 수 있어 필요하면 연구원과 협의해서 고민해보려 한다. 단기적으로는 와부읍민회관 재개발처럼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려고 몇 가지 준비하고 있다."
◇이계문 남양주도시공사 사장=1960년생 경기 가평, 조종종합고 졸업, 동국대 산업공학과 학사. 서울대 행정학 석사, 아시아공과대학 경영학 석사, 동국대 경영학 박사. 행정고시 34회. 주태국대사관 1등 서기관·기획재정부 문화방송예산과장·국방예산과장. 기재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기획재정담당관.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재경관). 기재부 대변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 동국대 석좌교수, 남양주도시공사 사장
대담=박동석 아이뉴스24 사장, 정리=이효정 기자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사진=정소희 기자(ss082@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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