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보급로 차단’ 쿠르스크 교량 또 폭파…자국 동부선 열세

장예지 기자 2024. 8. 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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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한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진지를 향해 보병전투차량(BRM1k)에서 공격 준비를 하고 있다. 도네츠크/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공격을 감행한 뒤 2주차에 접어든 19일(현지시각) 쿠르스크 지역의 세 번째 교량을 폭파했다는 러시아 쪽 발표가 나왔다. 이 지역으로 반격해 들어오려는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완전히 차단해 이미 작전 수행 중인 군 병력을 포위하려는 목적이란 분석이다. 반면 수개월째 러시아의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선 주요 물류 거점이 위협받는 등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날 “지난 18일 주거 시설과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로켓 및 포격용 무기의 포격 결과로 쿠르스크의 세임강을 가로지르는 세 번째 다리가 손상됐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16∼17일 두 차례에 걸쳐 세임강 글루시코보와 즈반노예 마을 근처 교량 2곳을 파괴한 데 이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이 발표한 성명과 러시아 관리들의 설명, 군사 평론가들의 온라인 게시물 등을 보면 이 강을 건너는 세 개의 다리가 모두 파괴되거나 손상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가 1250㎢ 규모로 92개 정착촌을 통제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전날 연설에서 “침략자 영토에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도 (진군 목적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듯 러시아군 핵심 보급로를 차단해 완충 지역을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체적인 완충지대 목표 범위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5㎞ 내외로 떨어진 세임강과 국경 사이에 있는 글루시코보 마을이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장악한 수자에 이어 다음 목표지로 꼽힌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현재까지 쿠르스크주 9개 접경지에서 대피한 주민은 12만10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선 러시아군에 유리한 전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토레츠크와 포크로우스크를 겨냥해 양방향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토레츠크와 가까운 잘리즈네 마을을 해방시켰다고 주장했다. 잘리즈네는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 중 가장 큰 곳으로, 전쟁 전 인구는 약 5000명가량이었다. 러시아가 점령하려는 토레츠크는 2014년 이래 러시아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 세력들이 장악한 영토와 가까운 전선이기도 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포크로우스크 지역 관리들은 러시아군의 진격에 대비해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이날 이 지역 군사 관리자인 세리히 도브리악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주민들이 2주 안에 대피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포크로우스크는 전쟁 전 인구가 8만6000명이었지만, 현재는 5만3000명 정도가 남아있다고 이 지역 군 정보정책 책임자 카테리나 얀줄라는 말했다. 러시아군은 현재 포크로우스크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서 진격 중이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사령관도 이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45차례 습격했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포크로우스크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주요한 두 도로가 교차하는 물류 중심지로, 이곳이 뚫리면 동부 산업 지대에 대한 추가 공세의 문이 열린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결국 러시아 본토를 타격해 러시아 동부에서의 전진을 막으려는 우크라이나의 시도가 현재로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선 국경 지대 보호 필요성과 함께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이 러시아 영토 내 무기 사용에 대한 현재의 제한을 해제한다면, 쿠르스크 지역에선 물리적으로 진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서방이 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해 허용하지 않고 있는 장거리 미사일 사용 등을 허용해 달라는 것으로, 그는 “우크라이나가 전선에서 러시아의 진격을 막는 건 오직 우리 파트너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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