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었던 DB 지주사 전환…이번엔 어떻게 피할까

김창현 기자 2024. 8. 20. 08: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DB의 밸류업은 가능할까]④돈 마른 DB 2000억원은 어디서?
[편집자주]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는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벌어들인 과실을 투자자들과 함께 향유하려는 기업의 진정성이 동반돼야 한다. DB하이텍은 비금융 상장사 중에서 가장 먼저 밸류업 예고공시를 내놓는 등 전향적 모습을 보였으나 동시에 DB Inc 지주사 만들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과 소통문제가 덤으로 거론된다. 자본시장에서 DB와 DB하이텍의 진로는 어디일까.

DB 주가 추이/그래픽=김다나
지주회사 지정을 회피해온 DB Inc.(DB)가 지난 5월 다시 지주사 전환 수순을 밟게 됐다. 결과적으로 알짜 자회사 DB하이텍 지분을 늘려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DB가 DB하이텍에 비주력 자회사 디비월드를 넘기자 시장에서는 지분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편법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물적분할에 흡수합병까지, 지주사 회피 흑역사
DB Inc 지주사 지정 일지/그래픽=이지혜
지난 5월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DB가 공정거래법상 자격요건을 충족해 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이면서 전체 자산 대비 자회사 지분가치 50%를 넘어서는 회사는 지주회사로 전환된다. 지난해 4분기 DB의 자산총계는 8909억원, 전체 자산 대비 자회사 지분가치 비중은 52%로 전환요건을 충족했다.

DB가 지주사 통보를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당시 실적호조 등으로 DB가 보유한 DB하이텍의 주식가치가 커지면서 2021년 1분기부터 지주사 전환요건을 충족했다. 이에 2022년 5월 공정위는 DB에 지주사 전환을 통보했다. 지주사로 전환되는 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30%까지 높이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매각해야 한다. 당시 DB하이텍 지분은 12%에 불과했다. 하지만 DB하이텍 지분을 사들이기엔 DB가 가진 현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DB가 이 시기에 물적분할과 흡수합병 등을 동원한 이유다.

2022년 7월 DB는 DB하이텍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사업부를 물적분할하고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DB하이텍 주가는 반년 만에 8만원에서 4만원대로 급락했다. 반도체업황 둔화가 맞물리며 DB는 일시적으로 지주사 요건에서 벗어났다. 2023년 8월에는 이사회를 통해 합금철 제조사업을 하는 자회사 DB메탈을 DB에 흡수합병하겠다고 결의했다. 시장에서는 물적분할에 이은 또다른 주가상승 압박의 꼼수로 받아들였다.

지주사 회피 의혹이 커지자 결국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는 김준기 DB 창업회장을 공정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후 DB는 경제환경이 불확실해졌다며 DB메탈과 흡수합병을 철회했다.
전문가들, 꼼수 통하는 시대 아냐…정공법으로 지분 늘려야
DB Inc 현금자산추이/그래픽=김다나
공정위로부터 DB가 올해 다시 지주사 통보를 받자 DB와 DB하이텍 주주들은 또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더는 지주사 요건을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DB의 현금사정이 여전히 좋지 않은 탓이다. 지난 7월3일 DB가 DB하이텍에 골프장과 부동산사업을 영위하는 디비월드를 500억원에 넘긴 사실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나온다.

올해 2분기 DB가 보유 중인 DB하이텍 지분은 약 20%로 여전히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DB하이텍 종가 4만5000원 기준으로 지주사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1980억원(약 440만주)이 필요하다. DB하이텍 주가가 더 떨어진다면 DB가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 수 있지만 DB가 보유한 유동자산은 별도기준 1437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현금성자산)은 344억원으로 여전히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DB하이텍의 자사주매입과 소각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 역시 DB하이텍 주주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12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 등 선단공정에 투자할 돈이 지주사 지분을 끌어올리는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자회사 지분을 늘리려면 원칙대로 접근해야 한다"며 "DB하이텍 지분을 가지고 싶다면 지주사 또는 총수일가가 자산을 외부에 팔아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