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공포'…플랫폼 비중 높은 벤처캐피탈도 위기오나

뮤렉스파트너스 퍼플랩스·퍼플랩스헬스케어 감액 처리

VC 투자 분야별 비율(출처=한국벤처캐피탈협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종혜 기자 = 플랫폼 기업에 투자한 국내 벤처캐피탈(VC)들의 연쇄 투자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플랫폼 투자 비중이 높은 VC는 투자기업들이 자본잠식으로 감액처리가 이어지면서 신규 벤처펀드 결성도 위협받고 있다.

그간 국내 VC들이 테크 투자 전문성보다는 플랫폼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만 주력하는 투자관성을 유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기업들의 자본잠식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퍼플랩스와 퍼플랩스헬스케어가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투자한 VC들은 감액, 즉 손실 처리를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벤처펀드 청산 수익률 하락이 관측된다.

퍼플랩스는 자본금 18억원, 자본총계는 –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상태고, 퍼플랩스헬스케어는 자본잠식 상황이다.

VC가운데 지분율이 가장 높은 뮤렉스파트너스로 퍼플랩스헬스케어의 지분은 11.6%를 보유하고 있다. 뮤렉스파트너스는 뮤렉스퍼플1호투자조합, 뮤렉스웨이브1호 1코노미투자조합, 뮤렉스웨이브2호 액티브시니어 투자조합 등 3개 펀드로 투자했다.

해당 펀드에 출자한 모태펀드는 '자펀드 감액손실평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본잠식률 100%가 넘는 포트폴리오를 '완전 감액' 처리한다. 비망가액(명목가격) 1000원을 제외하고는 전액 감액해야한다. 감액한 투자금액은 투자 잔액 집계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위탁운용사(GP) 입장에선 관리보수가 삭감되는 구조다.

한국성장금융 역시 사후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부실발생 또는 감액이 예상되는 사유가 발생하면 내규에 따라 사후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즉시 수시보고를 해야 한다.

2018년 설립된 퍼플랩스헬스케어는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 ‘세리박스’, ‘닥터브리오’ 등을 운영했다. 이정재, 김태희, 이영지 등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면서 주목받았다. 식품 이커머스 플랫폼 ‘더반찬’ 창업자인 전종하 대표가 동원그룹에 매각한 뒤 퍼플랩스, 퍼플랩스헬스케어 등을 창업했다. 매출은 3년 연속 줄어들었다. 2021년 382억원이었던 매출은 2022년 317억원, 2023년 223억원으로 줄었다.

매출 규모의 절반을 마케팅비용에 소진해온 회사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자 매출도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3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퍼플랩스헬스케어는 결손금이 123억원에서 112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적자가 지속됐다.

더욱이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 섹터에 대한 투자가 얼어붙으며 미정산 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발란, 정육각 등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중간 정산일에 폐업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스텔라(인테리어 오픈마켓 알레츠) 역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그간 업종별 신규투자 금액은 ICT서비스, 바이오·의료가 투톱이었다. ICT 서비스는 ▲2020년 1조764억원 ▲2021년 2조4383억원 ▲2022년 2조3518억원 ▲2023년 1조4595억원 이었다. 유통·서비스 역시 같은 기간 증가한 ▲2020년 7242억원 ▲2021년 1조4548억원 ▲2022년 1조3126억원이었지만 2023년 7254억원으로 50% 가량 줄었다.

당분히 리스크 해소는 쉽지 않다. 플랫폼 기업들이 외부 자금을 조달해 증자하거나, 이익 등을 통해서 해소되어야 하는데 투자 혹한기에 돌입한 2022년 하반기부터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데다 자본잠식상태가 이어진 곳들은 투자 난이도가 더 높다.

한 VC 대표는 “VC들마다 포트기업들의 완전자본잠식 때문에 평가손실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심각하다”라며 "그간 투자섹터 비중이 치중된 곳들은 손실이 이어지면서 신규펀드 결성도 어렵고 중소형 VC들도 매물로 나오는 곳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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