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차승원의 자기 관리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차승원의 철저한 자기 관리 동력은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총 4부작으로, 14일 전편 공개됐다.
'폭군'으로 디즈니+와 인연을 맺은 차승원은 "코로나19 이후 시장 상황과 생태계가 많이 바뀌었다. 어떻게 보면 기회가 많아지기도 했다"며 "이번에 시사회를 하면서 극장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무대인사를 하니까 좋긴 좋더라. 그건 또 그 나름의 맛이 있다. 어떻게 더 좋다, 나쁘다는 평가할 수 없다. 주어진 환경이 이러니 겸허한 마음으로 보려고 한다. 천만다행인 건 기본적인 드라마풀이 아니라 액션이 많다는 점이다. 4부까지 무리 없이 정주행 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차승원이 연기한 임상은 청소부다. 전 정부 요원으로, 최국장(김선호)의 의뢰로 '폭군 프로그램' 걸림돌들을 제거하는 인물이다. 차승원은 임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최국장보다는 10년 정도 선배다. 최국장이 들어왔을 때 임상은 이미 전설적인 사람이고, 퇴직을 앞둔 인물이었다. 최국장은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비밀 조직을 떠안고 이끌어나갈 만한 충분한 자질이 있는 친구였다"며 "임상은 최국장이 나이도 어리고, 자신보다 후배지만 일 수행 능력이나 일이 틀어졌을 때 비밀 유지를 하겠다는 믿음이 있었을 거다. 자신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 친구가 훨씬 더 잘 이끌어나갈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텐션이 굉장히 높고, 시리어스 하다. 임상은 그런 것들의 쉼표 역할이다. 임상을 가장 단적으로 표현하는 건 폴(김강우)이 얘기하는 '괴물 아저씨'다. 그 괴물 아저씨를 어떻게 괴물스럽게 표현하고, 어떤 차별점을 둘 지에 대해 고민했다"며 "소위 얘기해서 '콤마(,)'도 없이 민첩하게 의뢰받은 일들을 해결하지만, 일상 속에선 매가리 없이 한풀 꺾인 모습으로 밸런스를 맞춰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차승원은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은 기차 카페 장면이다. 원래 그 장면의 수위가 더 잔인했다. 그 옆에 고문 기계들도 있지 않냐. 고문을 하면서도 물을 한 잔 권하는 그런 모습들이 '이 사람 뭐야?'라고 생각하게끔 만든다"며 "바로 직전까지 사람을 죽이다가도 고등학생 애들한테 끌려가면서 웃음 짓게 하지 않냐. 그런 밸런스 조절을 했었다"고 말했다.
임상은 살벌한 능력을 가진 청소부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차를 타고, 바바리코트에 안경을 쓴 젠틀한 이미지다. 이에 대해 차승원은 "제가 안경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저도 이제 노안이 있어서 집에 돋보기안경이 6~7개 정도 있다. 그런 모든 소품들은 임상을 대변해 주는 메타포다. 오래된 재규어 차량, 폴더폰, 총, 바바리코트 등은 이 사람이 한창 독이 올랐을 시절의 모습에 정체돼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은퇴하고 나서 기차 한 량도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있지 않냐. 그것마저도 질주하는 임상에서 한 곳에 정착해 여생을 보낸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차승원은 "박훈정 감독님과 임상이 사이코패스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기본적으로 그렇게 보이길 원했다"며 "폐쇄된 조직에 오래 몸을 담고 있던 사람이 밖으로 나와서 종 잡을 수 없는 그런 인물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상은 살인은 저지르면서도, 동시에 위트를 잃지 않는 캐릭터다. 여기엔 '배우 차승원'의 신념도 녹아있다. 차승원은 "어떤 장면에서, 어떤 인물을 하더라도, 어떤 식의 위트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작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한다"며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주변에서 이 사람을 봤을 땐 '어?'라고 느끼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작품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차승원은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에 대한 장벽이 허물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텐션이 없어선 안 되겠지만, 이번엔 이중적인 얼굴과 이중적인 몸놀림으로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했다"며 "그런 부분들이 작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다. 허들을 낮춰야 접근하기 쉬워진다. 연기를 정말 잘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으면 도무지 공감하기 어려워진다. 그런 건 저 역시 별로"라고 신념을 밝혔다.
2년째 1일 1식으로 자기관리 중이라는 차승원은 "각자의 취향이자 성향이 차이지만, 저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살을 빼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한 저의 루틴이지, 특별히 운동을 좋아한다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진 않다. 그냥 건강하게 하는 날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제 나름의 루틴"이라며 "이런 부분들이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된다. 이번엔 오랜만에 총을 들고 액션을 했는데 제작된 총을 한 발씩 쏴야 하는데 겨울철이라 불발탄이 많았다. 그것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조윤수와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최근 제작 시장이 불황을 맞으며 배우들 역시 깊은 고민에 빠지고 있다. 차승원은 "저 같은 경우는 정말 감사할 일인지 모르겠으나 계속해야 될 일들이 있다. 다른 감독님들과도 얘기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해야 한다. 한 번 더 두들겨 보고, 한 번 더 의심해 보고, 한 번 더 필터링하는 과정들이 있어야 하지 않냐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 자기 검열부터 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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