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수요 '뚝'…명품 플랫폼 '옥석 가리기' 본격화
젠테, 매출 성장세…올 상반기 흑자
'부티크 소싱' 전략…자금 확보 관건
코로나 기간동안 급성장했던 명품 플랫폼들이 고전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명품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이에 따라 명품 플랫폼들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부티크로부터 상품 공수를 내세운 플랫폼은 성장을 지속한 반면, 병행수입을 함께 운영하는 경우엔 인기가 시들해졌다. 명품 플랫폼들은 생존을 위해 부티크 직매입을 늘리고 글로벌 사업 확대, 중고명품 등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급성장한 곳 어디
명품 플랫폼 중 급성장하고 있는 곳은 '젠테'다. 젠테는 올해 상반기 매출 330억원, 영업이익 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4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젠테 측은 "1분기에 이어 매출 대비 광고비를 1%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가품 0%, 부티크 100%를 통한 신뢰도 구축으로 입소문을 통해 양적,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뤘다"고 강조했다. 젠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고객 평균 재구매율은 55.5%, 평균 구매횟수는 7.3회다.
명품 플랫폼 업계의 후발주자인 젠테는 지난 2020년 론칭했다. 2022년만 해도 명품 풀랫폼 대표 주자였던 발란과 트렌비와는 수백억원의 매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막혀있던 해외여행 등 소비 채널이 확장되자, 명품 플랫폼에 대한 수요는 점차 줄어들었다.
하지만 젠테는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젠테의 지난해 매출은 488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발란, 트렌비의 매출은 각각 392억원, 402억원으로 전년보다 56%, 54% 감소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매출 규모 면에서 기존의 발란과 트렌비를 넘어설 만큼 덩치를 키웠다.
다만 대부분의 명품 플랫폼들이 가지고 있는 수익성 악화 문제에 있어서는 젠테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지난해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더욱 확대됐다. 광고 선전비는 줄어든 반면, 재고자산, 물류센터 확보 등 인프라 투자를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확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비결은 '부티크'
젠테가 이처럼 덩치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젠테가 중점을 뒀던 '부티크 소싱 정책'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1세대 명품 플랫폼이 직구 위주였다면, 2세대에 해당하는 발란, 트렌비 등은 병행수입 셀러를 기반으로 한 오픈마켓과 부티크 소싱 등을 함께 운영하는 형태였다. 젠테는 부티크 소싱으로만 상품을 구성해 시장을 공략했다.
부티크는 명품 브랜드의 1차 도매상이다. 과거 지역 유지들이 귀족과 상류층을 상대로 옷이나 가죽제품 등을 판매하던 가게들로, 수백년 간 사업을 영위해 온 회사들이다. 전체 명품 거래의 약 60%가 부티크를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부티크 소싱은 가품 유통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부티크들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따라서 검증되지 않은 플랫폼은 부티크와의 계약이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현지 관계자들과의 신뢰를 쌓아야 하고, 외국어가 능통해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수 있다.
젠테는 부티크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지난 2020년 50개에서 202년 110개, 현재(8월) 152개로 늘렸다. 여기에 젠테는 자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인 '젠테포레'를 구축했다. 젠테포레는 유럽의 다양한 부티크들과 실시간 재고 연동을 통해 젠테가 모든 제품을 부티크에서 직접 공급받고 실시간으로 재고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물류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주문 처리와 배송 시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낮은 품절율로 고객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결국은 자금력
이에 따라 타 플랫폼들도 부티크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발란은 최근 기존 부티크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글로벌 서비스 '발란 닷컴'과 연계하고, 부티크로부터 직접 공급받아 기존 국내 직구 채널 대비 최대 3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플랫폼에 '발란 부티크' 채널도 개설했다. 발란 관계자는 "영세한 판매자들이 커버하지 못한 브랜드 아이템을 부티크와 교섭해 직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비도 현재 10%가량인 부티크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트렌비 관계자는 "다른 사업이 얼마나 신장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15-20%정도의 비중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티크로부터 직매입하는 데에는 그만큼 비용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명품 플랫폼들은 투자 유치,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발란은 올해 하반기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투자 유치가 성사될 경우 시리즈D 라운드가 된다.
젠테는 올 하반기 글로벌 플랫폼을 론칭해 해외 진출과 함께 해외 물류 확장도 검토할 예정이다. 젠테 관계자는 "투자 유치의 경우 현재 공식적으로 시리즈B 투자 라운딩을 돌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먼저 미팅을 제안하는 국내외 벤처캐피털(VC)들이 있어 긍정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렌비는 부티크 사업 강화와 동시에 중고사업을 돌파구로 찾았다. 올해 외형성장보다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고객과 파트너사와의 신뢰를 쌓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중고 사업 강화를 위해 오프라인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트렌비는 연내 오프라인 중고 매입 위탁 센터를 10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트렌비 관계자는 "현재 명품플랫폼의 입점 비즈니스 형태는 수익화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타 플랫폼과의 차별화된 전략인 중고사업의 경우 매월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회사 전체의 수익 구조 개선에도 큰 영향을 준다"라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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