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친팔 시위대 "줄곧 민주당 찍었지만, 이번엔 아냐"
행사장 인근공원에 친팔 시위대 오전부터 집결
다양한 주제 나왔지만, 핵심은 '가자 전쟁 종결'
시위대 "전쟁 끝낼수 있지만, 바이든 하지 않아"
또 다른 시위대 "이번엔 민주당 찍지 않겠다"
미시간 등 경합주에서 아랍계 영향력 적지않아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후보로 확정하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19일(현지시간) 시카고의 유나이티드센터에서 개막한 가운데, 행사장 인근의 유니언 파크에는 오전부터 각양각색의 손 팻말과 피켓을 든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공식 행사는 오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공원 곳곳에서는 시위대들이 그룹별로 미리 모여 행인들에게 전단지와 피켓을 나눠주고 구호를 외치는 등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앞서 미 전역의 200개 이상 단체가 참가한 'DNC 행진(March on the DNC)'측은 전대 첫날과 마지막날 수만 명이 참여하는 '팔레스타인을 위한 행진'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유니언파크에 모인 시위대들도 거대 자본의 해체, 낙태권, 기후변화 대응,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다수는 가자지구 문제 해결 촉구였다.
'DNC 행진'의 주최측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돕고 있다"고 강조해 이번 시위의 방점이 '가자 지구 전쟁'에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날 유니언파크에서 만난 존 패튼(71)씨는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소개한 뒤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해본 적이 없겠지만, 직접 참여해본다면 분명 느끼는 바가 다를 것"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라도 이 자리에 와야한다고 생각했다"며 "미국이 당장 전쟁을 그만두자고 마음먹으면 그 전쟁을 곧 끝낼 수 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패튼 씨는 "지금까지도 왜 가자지구에 폭탄이 터지게 하면서 수많은 인명피해를 내고 있느냐"고 반문한 뒤 "미국이 이스라엘의 전쟁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표된 민주당의 새 강령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가 언급되지 않았다.
가자지구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정강 초안 작성 단계에서부터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결국 최종안에는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미 언론들은 "이 문제가 당의 결속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 진보파들은 이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 지구 전쟁'은 바이든 행정부를 난처하게 만드는 이슈 중 하나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고 서둘러 휴전 협상을 이끌어내야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렇다고 전통적인 우방인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즉각 중단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사실이다.
집권당인 민주당으로선 양측에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하지만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
친팔레스타인으로 분류되는 아랍권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미시간 등 경합주에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27일 미시간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80% 넘는 득표율로 승리했지만, 2위 후보는 13%에 달한 '지지 후보 없음'이었다.
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보여준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아랍계 유권자들의 항의 표시였다.
이민자 출신인 메리(66)씨도 이날 시위 현장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줄곧 민주당을 지지해왔고, 지난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을 택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우리의 아이들, 여성들, 노인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중단해야한다"며 "팔레스타인 민족이 집단 학살을 당하고 있는 것을 어느 누구도 방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유니언 파크에 모인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예상보다 크게 못미치는 수천명 수준이었다.
주최측은 "월요일 아침에 시위를 시작하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만, 민주당 전당대회에 맞춰 시위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며"며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시카고에 더 많은 시위대들이 모일 것이고, 전대 마지막 날에는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출신의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은 "이 도시가 시위대가 평화롭게 모일 수 있는 안전한 대회를 보장할 준비는 됐지만, 폭력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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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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