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박살, 브리핑 전쟁, 암울한 미래"...'충격 성명' 스털링도 사정 있었다? 갑자기 말 바꾼 감독→"일부는 떠나야 해" 선언
[OSEN=고성환 기자] 라힘 스털링(30, 첼시)의 깜짝 성명문에도 모두 사정이 있었다. 엔조 마레스카 감독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와 미적지근한 대응이 갈등의 씨앗이었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스털링과 첼시: 깨진 신뢰와 브리핑 전쟁, 암울한 미래"라는 제목으로 스털링과 첼시 사이의 갈등을 집중 조명했다.
첼시는 19일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1라운드 개막전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0-2로 패배했다. 전반 18분 엘링 홀란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수비 숫자가 훨씬 많았지만, 밀고 들어가는 홀란 한 명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후반 39분 마테오 코바치치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시즌 노출했던 문제가 여전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경질하고 레스터 시티의 승격을 이끈 엔조 마레스카 감독을 새로 데려왔지만, 아쉬움이 컸다. 공격진의 마무리는 무뎠고, 동료 간 호흡도 잘 맞지 않았다. 수비에서도 집중력이 부족했다.
물론 첼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페드로 네투를 포함해 선수 영입에만 1억 5000만 파운드(약 2651억 원)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중 아무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새로운 첼시를 보려면 더 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경기장 밖에서 터졌다. 스털링이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자 경기 시작을 앞두고 성명문을 발표한 것. 마레스카 감독은 놀랍게도 스털링을 벤치에도 앉히지 않았다. 프리시즌 6경기에 모두 출전했던 스털링이기에 예상치 못한 선택이었다.
스털링 대변인은 곧바로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스털링 측은 "첼시와 계약 기간이 3년 남아있다. 그는 개인 훈련을 위해 2주 일찍 복귀했고, 새로운 감독 밑에서 긍정적인 프리시즌을 보냈다. 긍정적인 프리시즌을 보내며 감독과 좋은 관계를 쌓았다"라며 "스털링은 팬들에게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자 언제나 헌신하고 있다. 우리는 스털링이 이번 주 구단의 공식 프리매치 자료에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해 그가 이번 경기에 나설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우린 언제나 첼시와 긍정적 대화를 나눴고, 스털링의 미래에 관해 확신을 받았다. 이번 상황에 대한 첼시의 명확한 대답을 기대한다. 그때까지는 새로운 시즌을 긍정적으로 시작하고자 하는 스털링의 뜻을 응원할 것"이라며 마레스카 감독과 구단 측에 설명을 요구했다.
공개적인 불만 표출이었다. 이날 마레스카 감독은 스털링 대신 크리스토퍼 은쿤쿠와 콜 파머에게 양 측면을 맡겼고, 벤치에는 네투와 미하일로 무드리크, 마르크 기우, 노니 마두에케 등을 앉혔다. 2년 전 4500만 파운드(약 779억 원)의 이적료로 첼시 유니폼을 입은 스털링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만도 했다.
일단 마레스카 감독은 "기술적인 결정이었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라며 문제를 일축했다. 여론도 스털링에게 등을 돌렸다. 그간 첼시에서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준 여파로 보인다. 그는 PL 통산 123골을 기록 중인 윙어지만, 첼시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맨시티 출신 마이카 리차즈는 "다들 선수 시절 명단 제외를 당해봤을 것이다. 우리도 물론 성명문을 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스털링과 그의 측근 의도는 분명하다. 팀에 잡음을 일으키려는 것이다"라며 "문제는 이미 첼시엔 잡음이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첼시 선수들이나 구단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첼시 선발 라인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명문을 낸다? 절대 좋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리버풀에서 뛰었던 제이미 레드냅 역시 "선수는 그저 묵묵히 열심히 하면 된다. 스털링은 맨시티를 떠나 첼시로 향한 후 절대 만족스럽지 않다. 만약 감독이 그런 선수를 기용하지 않기로 했다면, 선수는 묵묵히 할 일을 하면 된다"라며 "스털링의 이번 행동은 완전히 쓰레기다. 더 나은 대응을 보여줬어야 했다. 그의 대변인들도 마찬가지다. 정말 형편없는 성명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팬심도 마찬가지다. 첼시 팬들은 "스털링의 성명은 그가 스쿼드에 포함될 권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첫 경기부터 불만을 표출하는 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아니다. 방출해야 한다", "마치 그가 전성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도 된 것 같은 행동", "스털링의 성명은 그를 제외한 결정이 옳다는 걸 보여준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스털링도 나름대로 발끈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마레스카 감독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꿨던 것. 스털링은 이미 지난 금요일에 맨시티전에서 제외될 것이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 애슬레틱은 "스털링은 명단 제외에 놀라지 않았다. 그는 금요일 코밤 훈련장에서 마레스카와 짧고 정중하게 대화를 나눴고, 맨시티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통보를 받았다. 마레스카 감독은 네투를 영입한 뒤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언급했다"라고 밝혔다.
스털링이 먼저 언론 성명을 낸 것도 아니었다. 디 애슬레틱은 "스털링 측은 경기 시작 전에 적극적으로 성명을 발표하지도 않았다. 지난주에 이미 스털링이 맨시티전 첼시 스쿼드에서 빠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 발언은 팀 소식이 확인되자마자 '데일리 메일' 기사에 대한 응답으로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스털링 측근은 스털링이 마레스카 감독에게 자기 상황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 이적시장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스털링으로선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마레스카 감독은 프리시즌 때만 해도 스털링을 두고 '우리 팀에서 아주 중요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맨시티전을 마친 뒤에는 '기술적 결정'이라고만 짧게 말할 뿐이었다. 며칠 사이에 태도가 완전히 바뀐 것.
디 애슬레틱도 "마레스카의 언급 방식은 현저히 대조적"이라며 "스털링 측은 성명에서 마레스카 감독과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의 공개적인 표명은 선수와 클럽 간 신뢰가 낮음을 보여준다. 첼시 소식통에 따르면 클럽이 감독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미 첼시 내에서는 스털링 영입을 실수로 여기는 분위기다. 디 애슬레틱은 "이 모든 것의 배경은 클럽 고위 인사들이 스털링 영입이 주요 영입 실수 중 하나였다는 점을 기꺼이 인정한 것이다. 이들은 토드 보엘리 구단주 부임 직후 혼란스러웠던 초기 몇 주 동안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라고 덧붙였다.
마레스카 감독은 스털링의 방출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경기 후 스털링이 팀에 남길 원하냐는 질문에 "난 스털링을 원한다. 하지만 난 우리가 가진 30명을 모두 원한다. 그러나 그들 모두를 원한 자리가 없다. 그들 중 일부는 떠나야 한다"라고 답했다. 현재 스털링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유벤투스 등의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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