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해리스…‘3대 관문’ 뚫어야 백악관행

김원철 기자 2024. 8. 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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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가자전쟁·인플레이션 과제
15일(현지시각) 미국 부통령이자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미국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 카운티에서 연설하고 있다. 프린스조지/로이터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각)부터 나흘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공식 데뷔한다.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경선에서 하차한 뒤 한달 동안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와 같은 정치적 구호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성공한 해리스는 16일 경제 공약을 발표하는 등 선거전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해리스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특히 불법 이민자, 가자전쟁, 인플레이션 문제는 돌파하기 쉽지 않은 난제로 꼽힌다. 공화당은 이 지점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민자 가정 출신, 불법 이민자 대처는 어떻게

“국경을 방문할 계획이 있습니까?”(앵커)
“갈 겁니다. ‘우리’는 국경에 가봤습니다.”(해리스)
“‘당신’은 가지 않았죠.”(앵커)
“(머뭇거린 뒤) 저는 유럽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말하려는 바를 잘 모르겠네요. 저는 국경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습니다.”(해리스)

‘국경’은 해리스의 아킬레스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 남부 국경에 이민자들이 몰려드는 문제가 심각해지자, 부통령 해리스에게 ‘폭력과 자연재해, 경제적 곤궁’ 등 불법 이민자가 몰려드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라며 일을 맡겼다. 해리스는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2021년 6월 엔비시(NBC) 간판 앵커 레스터 홀트와 한 인터뷰는 이런 인상을 강화한 결정타였다. 바이든의 중도 사퇴로 민주당 후보가 된 뒤 약 한달간 해리스는 제대로 된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는데, 저 인터뷰의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올 정도다.

해리스 쪽은 억울해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에게 국경 관리 업무 전반을 맡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지시는 ‘원인 해결’이었다. 해리스는 엘살바도르·온두라스·과테말라 등 중앙아메리카 국가에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데 집중했다. 일자리를 창출해 불법 이민자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52억달러(약 7조원)를 유치했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장기적 접근법이 효과가 가시적인 강력한 국경 통제보다 인기가 없다는 점이다. 공화당이 “‘국경 차르(정책 최고책임자라는 비유적 표현)’였던 해리스는 무엇을 했는가”라고 공세를 펴는 이유다.

‘차르가 아니었다’는 해명이 먹혀들지 않자 해리스는 작전을 변경했다. 지난 10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그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경력을 강조하며 “불법으로 우리 나라에 들어온 초국가적 갱단, 마약 카르텔, 인신매매범들을 추적했다. 그들을 기소했고 승소했다”며 “이민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고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강력한 국경 보안과 시민권 획득을 위한 길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경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지만, 해리스는 강인하다’라는 광고도 시작했다. 하지만 소수인종 지지세가 강한 민주당 소속이고, 자신이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는 점이 ‘불법 이민에 관대하다’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세 커지는 반유대주의…이스라엘을 어찌할 것인가

“해리스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에게 재앙이다.”(즈비카 클라인, ‘예루살렘 포스트’의 편집장)

이스라엘 문제는 민주당의 ‘뜨거운 감자’다. 미국 전역을 휩쓴 대학가의 가자전쟁 반대 시위에서 확인했듯, 젊은 유권자들은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정책에 비판적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카고에서는 친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한창이다. 대부분 해리스의 주요 지지층이다.

그렇다고 해리스가 반유대주의 쪽으로 기울 수도 없다. 최근 몇년 동안 많은 미국 유대인이 공화당 쪽으로 기울고 있기는 하지만 유대인은 여전히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층이다. 유대인은 미국 성인 인구의 약 2.4%에 불과하지만, 조직력·자금력이 막강해 선거, 특히 경합주에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기도 하다.

최근 민주당 하원의원 경선에서 최대 유대인 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맹목적 지원을 비판하고, 백악관 근처에서 시위도 했던 민주당 하원의원 2명을 낙선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내 경쟁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만든 ‘슈퍼 팩(PAC·정치행동위원회)’들을 통해 광고비 2500만달러(약 334억원)를 쏟아부은 결과였다.

유대인 그룹에선 해리스가 팔레스타인에 ‘동정적’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부통령 후보 1순위’로 꼽혔던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지명하지 않으면서 분출하고 있다. 셔피로는 유대인이다.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진보적 민주당원들은 ‘그를 지명하지 말라’며 해리스를 압박했다. 그의 진짜 탈락 이유와 무관하게 유대인 민주당원들은 셔피로가 유대인이라서 해리스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다.

해리스는 줄타기 중이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에도 반대한다. ‘하마스 위협 제거’라는 이스라엘의 군사 목표에도 동의한다. 동시에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적 재앙은 비난한다. 올해 3월 가자지구의 상황을 “끔찍하다”고 묘사하며 즉각 휴전을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줄타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경제문제를 다룰 능력이 있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바이든 대통령 시기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미국인 대부분의 실질소득이 줄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대규모 정부 지출 때문이라고 해도 여당에 불리한 조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은 한결같이 ‘그가 대통령일 때 살기 좋았다’고 말한다. 1992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빌 클린턴의 역사적인 문구가 이번 대선에서 다시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다.

18일 발표된 에이비시(ABC) 뉴스, 워싱턴포스트, 입소스의 조사를 보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응답자의 89%가 경제, 86%가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1, 2위다. 해당 이슈를 다루기에 믿음이 가는 후보로는 트럼프가 선택됐는데, 해리스를 9%포인트 앞섰다.

최근 발표된 시엔비시 올 아메리카(CNBC All-America) 경제 조사에서도 트럼프는 전체 지지율에선 해리스를 2%포인트 앞서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면 당신의 경제적 상황이 나아지겠나’라는 질문에서 응답자 40%의 지지를 받아 해리스(21%)를 압도했다.

해리스에게 다행인 점은 인플레이션이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보다 0.2% 올라 연 2.9% 상승했다. 2021년 3월 이후 첫 2%대다. 하지만 계속된 필수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누적된 피해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공화당은 이 지점을 공략하고 있다.

해리스는 16일 식료품 가격 인상을 연방 차원에서 금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필품 가격 급등에 맞서기 위해 초강수를 둔 셈이다. 트럼프는 즉각 공산주의 정책이라며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 플랜'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의 부채를 고스란히 물려받아야 하는 현직 부통령이라는 점도 해리스에게 난감한 지점이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인플레 해결에 올인하겠다’고 해리스가 말하자 이렇게 반박했다. “해리스의 첫날은 3년 반 전이었다. 해리스는 그동안 어디에 있었나? 왜 이제껏 그걸 안 했나?”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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