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음악을 통한 달콤한 휴식

2024. 8.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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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더위에 그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길 위가 한산하기만 하다.

하지만 상상과 달리 일상을 붙잡는 수많은 일들 때문에 누군가는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언제나 그렇듯 조용히 성실히 하루를 일하며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촉촉이 음악으로 적셔진 감성을 통해 우리는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메마르지 않은 감성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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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남서울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찌는 듯한 더위에 그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길 위가 한산하기만 하다.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또는 한적한 산 길에서 각자의 행복한 휴가철을 즐기고 있을 사람들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이럴 때 음악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저기 라디오에서 여름을 예찬하는 노래를 들으면 누구나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상상과 달리 일상을 붙잡는 수많은 일들 때문에 누군가는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언제나 그렇듯 조용히 성실히 하루를 일하며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누군가는 트로트를, 누군가는 대중가요를, 누군가는 클래식을 들으며 당겨진 신경을 내려놓고, 가득 채워진 일정표를 멀리 한 채 음악을 통한 달콤한 휴식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

클래식 작곡가 카미유 생상의 많은 곡들 중 작곡가 생전에 만들어진 '동물의 사육제'라는 제목의 곡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은 프랑스 언어의 멜랑꼴리(Melancholy)함과 프랑스인들의 민족성과 결합되어 학창 시절 도저히 표현이 안 되던 답답함을 주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연습해도 뭔가 프랑스적이지 않은 느낌이 싫어 나름 샹송을 들어보고 프랑스의 사진도 보면서 나름의 분위기를 따라 가려 했으나, 언제나 2% 부족한 나의 모자람에 프랑스 작곡가의 곡들에 대하여 나 스스로 멀리했던 시절이 있었다. 마치 외국인이 아무리 열심히 레시피를 익혀 김치를 담아도 한국인의 김치와 알 수 없는 다름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런 나에게 '동물의 사육제'는 정말 신기하게도 바로 이해가 되고 표현이 용이한 멋진 곡이다. 곡 중에 등장하는 각종 동물들의 인상에 맞게 다양한 악기를 통해 표현되는 이 곡들은 선명해서 좋고, 짧아서 좋다. 총 14곡의 모음곡으로 되어 있는 곡 들중 특히 '수족관'이라는 소제목의 7번째 작품은 더운 여름에 정말 딱 들어맞는 명곡이다. 다른 곡들과 달리 상상과 유연함이 잔뜩 들어 있는 곡으로 자유롭게 일렁이는 바닷속 해초와 물결, 신비로운 악기 소리까지 마치 바닷속 인어공주를 따라 자유롭게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 곡은 칸 영화제 레드카펫 주제곡에 활용될 정도로 유명한데 어찌 들으면 살짝 서글프게도 들리는 이 곡은 쭉 감상 하다 보면 프랑스 작곡가 특유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만 가슴에 남는다. 이렇게 촉촉이 음악으로 적셔진 감성을 통해 우리는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메마르지 않은 감성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과학 문명이 발달하며 모든 것들이 인간미를 점차 잃어가고 존경과 존중 대신 이기와 욕심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바싹 말라버린 마음의 텅 빈 공간을 이런 아름다운 음악을 통해 적셔보는 것은 어떨까. 메마르지 않는 촉촉한 마음으로 서로를 보다 보듬으면서 생상의 명곡을 들으며 오늘도 건조한 마음에 음악이라는 분무기로 충분히 적셔 보자. 늘 생기로 멋져 보이는 우리를 기대하며…. 이수정 남서울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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