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이 부른 호황에 일감만 100조…K방산 ‘파죽지세’
[비즈니스 포커스]
중동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방산 종목 주가가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군사적 긴장으로 전 세계적 무기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에 방산 관련주는 일제히 상승 중이다.
지난 8월 1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로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운이 고조되며 미국이 중동에 유도미사일 잠수함 배치 계획을 공개하자 이날 현대로템은 장중 5만4000원을 찍으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 방산주들은 우상향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올해 137%가량 급상승했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시스템 주가도 최근 폭락 장세 속에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2분기 역대급 실적 축포 쏜 ‘빅4’
국내 방산업계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 방산 빅4의 합산 영업이익은 총 5950억원으로 추산된다. 상반기로 보면 이들 4개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총 7920억원에 달했다.
해외 수주 성과가 올해 2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7860억원, 영업이익 35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357% 증가했다.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의 폴란드 수출이 본격화하는 등 방산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행 K2전차 인도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2분기 매출 1조8423억원, 영업이익 1128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9%, 67.7% 증가한 수치다. 현대로템이 분기 기준으로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현대로템은 지난해 디펜스솔루션(방산) 사업이 레일솔루션(철도차량·설비) 사업 매출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KAI는 2분기 영업이익이 7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5.7% 급증했다. 매출은 8918억원으로 21.6% 증가했다. LIG넥스원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한 491억원을 기록했다.
넉넉한 수주잔고도 호실적에 한몫했다. 2분기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0조3000억원, KAI 23조2591억원, LIG넥스원 19조53억원, 현대로템 18조9915억원 등 4사 합산 수주잔고가 91조5559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했다.
징병제 되살리고 재무장…“하반기도 장밋빛”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다. 두 개의 전쟁으로 급증한 무기 수요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서다. 전쟁으로 러시아의 위협에 놓인 스웨덴은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중립 노선을 버리고 올해 3월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에 공식 가입했다. 스웨덴은 국방비 지출을 2020년 대비 2배가량 늘렸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는 올해 국방비를 GDP 대비 4%까지 늘렸다. 2022년 2월 시작된 전쟁이 2년 반 이상 이어지면서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냉전 이후 폐지했던 징병제가 속속 부활하고 있다.
라트비아는 18년 전 폐지했던 남성 징병제를 부활시켰고, 남성 대상 징병제만 실시하던 덴마크는 최근 복무 기간을 기존 4개월에서 11개월로 늘리고 여성 징병제도 실시하기로 했다. 독일도 병력을 늘리기로 하면서 2011년 폐지한 징병제 재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와 K9 자주포 308문에 대한 잔여 계약이 남아 있으며 이집트에 K9 수출도 진행한다. 지난 7월에는 루마니아와 1조30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54문 등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K9 자주포는 한국을 비롯해 유럽, 아프리카, 호주, 인도 등 10개국에서 운용되는 베스트셀러 입지를 굳히게 됐다. 특히 나토 회원국 중 K9 자주포를 도입한 국가는 6개국까지 확대됐다.
한화는 폴란드 방산 수출에 힘입어 세계 방산기업 톱 20위권에 진입했다. 미국 군사 전문지 디펜스뉴스가 최근 발표한 ‘2024 세계 100대 방산기업’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해 방산부문 매출 64억1893만 달러(약 8조8250억원)로 세계 1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6위에서 7계단 상승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6월 ‘2024 유로사토리’ 전시회에서 오는 9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를 계기로 현대로템의 K2 전차를 추가 수출하는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2022년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 납품 계약을 맺은데 이어 2년여 만에 4조원대의 2차 납품 계약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LIG넥스원은 유도로켓 비궁의 미국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비궁이 미국 국방부 주관 해외비교시험(FCT)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적으로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 하반기 수출 계약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가성비와 빠른 납기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방산 수출 호조로 정부가 내세운 수출 목표치인 200억 달러(27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35억 달러(18조8200억원) 대비 48% 늘어난 규모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한국의 세계 무기 시장 점유율은 2.0%로 세계 10위다.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은 폴란드(27%)다. 필리핀(19%)과 인도(15%)는 그 다음으로 높다.
美 대선, 누가 되든 K방산엔 긍정적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K방산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하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두 사람 모두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방비 지출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방산 수출 호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나토 회원국들은 GDP 대비 2%의 방위비 지출 목표 달성을 가속화하며 글로벌 군비 지출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만, 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에 대응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 주요국들의 국방비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방위산업 기반 강화를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방위비 분담 비율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세계 군사력 균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국가들이 지출한 국방비는 2조2000억 달러(약 2930조원)로 전년보다 9%가량 늘었다. 특히 나토 회원국(32개국)의 국방비 지출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GDP의 2%를 국방비로 투입하는 유럽 국가는 2014년 2개국에서 2023년 말 기준 10개국으로 늘어났다. 보고서는 올해 각국의 국방비 지출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지역적 갈등이 심화되고 분쟁이 잦아지며 안보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주 국방력 강화, 군 장비 현대화를 위해 세계적인 국방비 증액 기조는 당분간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정세 변화에 발맞춰 현지화와 기술 이전, 부대 창설 지원 등을 결합한 포괄적 패키지를 요구하는 구매국들이 늘고 있는 만큼 방산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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