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우주 의약품 개발 걸음마 수준… 지원 절실” [차 한잔 나누며]
무중력 땐 기존 약 효능 떨어져
심혈관 등 치료제 개발 힘 쏟아
암세포 담은 위성 2027년 발사
무중력 상태 항암제 반응 관찰
세계 첫 시도… “정부 투자 늘려야”
“머잖은 미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거주할 인류를 위한 약을 만듭니다.”

연구는 암세포 등을 담은 바이오 모듈을 위성에 담아 우주로 쏘아올린 뒤 무중력 상태에서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반응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위성을 지구로 귀환시켜 정밀 유전자 분석을 시행한다.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연구방식이다. 위성은 2027년 발사 예정이다. 박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우주에서의 약물 효용성 기전을 밝혀내고 우주용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우주 의약품 개발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의약품을 지상에서 만들 때보다 저렴하게 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100㎎에 280만원 정도 하는 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경우 지상에서 만들면 수율이 10%에 불과하지만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90% 이상”이라며 “우주에서 1㎏만 만들어도 위성 발사 비용을 넘어서는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화이자(미국), 머크(독일)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약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성이 크다 보니 각국 정부와 다국적 제약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박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2015년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 만난 러시아 과학자와의 일화를 예로 들었다. 당시 러시아 과학자는 위성 발사체가 없는 우리나라를 북한보다 못한 국가로 평가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2022년에야 독자기술로 개발한 ‘누리호’를 발사해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이어 발사체를 쏘는 데 성공했다.
박 교수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미래융합기술개발 과제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으나 올해부터 연구개발 예산이 대거 삭감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선진국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에서도 우주개발 분야에 거액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을 묻자 박 교수는 “달에서 극지 식물을 키워보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극지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식물 중 진공상태와 영하 70도인 극한에서도 살아 있는 이끼류가 있다”며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이 식물이 달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개량한다면 식량 제공은 물론 광합성으로 산소까지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가 우주에 거주하게 됐을 때 한국이 연구한 식물이 반드시 필요하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되는 것”이라며 “우주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춘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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