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들끓는 바다'…고수온·적조·해파리 이례적 '삼중고'
"고수온 심각"…양식어류 140만 마리 폐사
"자연재해 빈도·강도 갈수록 강해질 전망"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기록적인 폭염으로 바다의 표층 수온이 높아지면서 양식 어류의 폐사가 잇따르고, 적조와 해파리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고수온, 적조, 해파리 특보가 동시에 발효되는 등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하면서 어민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당분간 고수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잦은 양식장 폐사와 어획량 감소 등으로 수산물 수급 불안과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에 따르면 현재 전국 해역에서 고수온과 해파리, 적조, 산소부족 물덩어리, 냉수대, 저염분수 등 다양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일 폭염에 '뜨거운 바다'…고수온에 양식장 어류 140만 마리 폐사
이에 따라 해수부는 기존에 운영 중이던 고수온 비상대책반을 해수부 장관이 총괄 지휘하는 비상대책본부로 격상했다. 어업인 대상으로 양식장 관리요령 홍보를 강화하고, 현장점검 확대, 고수온 대응 장비 총동원 등 어업인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고수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어류 140만 마리가 폐사했다. 행정안전부의 '국민 안전관리 일일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1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양식장에서 폐사한 우럭과 돔, 광어, 쥐치 등이 140만 마리로 집계됐다.
고수온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양식업계는 비상이다. 경남 통영에서 해상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는 홍모(56)씨는 "앞으로 수온이 내려가지 않으면 더 많은 물고기가 폐사할 것 같다"며 "피해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적조 확산에 어민들 초비상
적조는 바닷속의 부영양화로 부유미생물이 대량으로 증식하면서 바닷물 색깔이 빨갛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일조량이 많은 여름철에 주로 발생한다.
적조가 발생하면 대량 번식한 플랑크톤이 해양 생물에 독성 물질을 분비해 폐사시켜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양식업 집단 폐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해수부는 지난 2일 오후 2시부로 적조 위기 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수과원이 지난달 28일 충남 천수만에 적조 예비특보를 발표하고, 이날 전남 고흥군 득량만 등 5개 해역에 예비특보를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적조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단계로 이어진다. 주의 단계는 예비특보 해역이 2개 이상 발생하거나 적조주의보 해역이 1개 이상일 때 발령된다.
해수부는 적조 위기 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함에 따라 적조 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또 적조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적조예찰 정보 및 확산 전망 등을 유관기관 및 어업인에게 신속히 전파해 효율적인 방제작업과 양식장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여름 불청객 독성 해파리 '노무라입깃해파리' 출몰 최대
수과원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 국내 연안에 유입된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바다 1㏊(헥타르·1㏊는 1만㎡)당 108마리로, 관찰을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다. 통상 20∼40마리 수준으로 지난해에는 같은 면적당 0.3마리에 그쳤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중국 연안에서 발생해 해류의 흐름에 따라 떠다니며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해파리다. 지난 5월부터 동중국해에서 출현했다. 현재 강원과 전남 전체 해역에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 단계 특보가 발령됐다.
수과원의 해파리 모니터링 주간 보고를 보면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노무라입깃해파리 출연율은 56.5%로 집계됐다. 이는 3주 전보다 13.4%p포인트, 전년 비슷한 기간보다 30%p 이상 각각 높은 수준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독성이 매우 강한 해파리로, 쏘이면 피부가 심하게 부풀어 오른다. 또 심각한 통증과 함께 발열, 오한 근육 마비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나 신경이 마비되기도 한다.
해파리 쏘임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가급적 피부 노출이 적은 수용복을 착용하고, 유속이 느리고, 부유물이 많은 곳은 피해야 한다.
해파리 쏘임 사고도 늘고 있다. 해수부와 수과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6월 전국 해수욕장 개장 이후 이달 5일까지 접수된 해파리 쏘임 사고는 총 2989건으로 집계됐다. 폭우 등으로 관광객이 줄어든 2023년(753건)을 제외하면 2021년 2434건, 2022년 2694건보다 많다.
여름철 고수온과 해파리, 적조 등 자연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올여름 고수온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수온 변화를 지속해서 관측하고, 어업 현장에 예측 결과를 신속하게 공유·제공해 수산 재해로 인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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