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모집에도 겨우 21명 지원…'전공의 없는 병원' 현실로
수련 대신 일반의로 취업하는 이 늘어
전공의 자리 PA간호사·전문의로 채우고
중증 비율 높이는 3차병원 구조전환 추진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호소하며 하반기 수련 모집을 연장했으나 이번에도 대다수의 전공의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정부는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을 막연히 기다리는 대신 전공의 의존도를 낮춰 상급종합병원을 운영하는 방식의 시범사업에 곧 착수한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하반기 전공의 수련 추가 모집 결과 총 모집인원 7282명 중 21명(0.3%)만이 지원했다. 이중 인턴은 4명, 레지던트는 17명으로 집계됐다. '빅5 병원'엔 총 7명이 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추가 모집은 지난달 말 있었던 첫 전공의 모집에서 전체 채용인원의 1.36%밖에 되지 않는 104명만이 지원하자 정부가 모집 기간을 연장해 시행한 것이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수련 복귀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겠다"며 지원을 독려했다. 그러나 지원율은 지난번보다 낮았다.
진료과목별로 보면 지원자가 '0명'인 곳이 많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진료과목별 지원자 수는 ▲산부인과 2명 ▲가정의학과 3명 ▲내과 4명 ▲정형외과 3명 ▲이비인후과 2명 ▲영상의학과 2명 ▲마취통증의학과 1명으로 나타났다.
필수의료 과목으로 분류되는 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에 지원한 사람은 없었다. 이들 과는 첫 모집 때도 지원율이 1% 안팎으로 저조했었다.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이 철회되지 않고, 복귀한 동료들을 배척하는 업계 분위기 등을 고려해 수련 재개를 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의정갈등 초기인 올해 3월부터 하반기 모집이 진행된 7~8월 최근까지 병원에 남아있거나 의료 현장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의 신상을 특정하고 비방하는 글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왔다. 주요 병원 교수들이 수련 보이콧을 시사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사직 전공의 중 수련이 아닌 일반의로 취업하는 방식으로 의료현장에 복귀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사직 레지던트 중 971명이 의료기관에 취업했다. 이는 일주일 전인 5일 (625명) 대비 약 350명 증가한 것이다. 971명 중 42%는 병원급 이상, 58%는 의원급에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계에선 사직 전공의들의 진로 지원을 위해 힘쓰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달 30일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진로지원TF(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구인구직게시판을 활성화하고 진료과목별 연수 강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경기도의사회에선 전공의를 위한 개원 준비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대다수 전공의들의 수련 미복귀가 현실화된 가운데,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는 내용이 포함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40%에서 20% 이하로 단계적으로 줄이고 그들의 빈자리를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로 채워 운영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진료지원 간호사를 제도화하는 간호법의 국회 통과도 지원한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비중증진료를 줄이는 대신 중증진료 비율을 높이는 대책들이 동반 시행되기 때문에 대형병원에 전공의 인력이 줄어도 운영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50% 수준인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비중을 3년 내 6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인데, 이와 관련해선 중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땐 비용 부담을 낮추고 경증 환자가 권역응급센터를 방문하는 경우엔 부담을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 같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와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8월 말에서 9월 초께 확정될 전망이다. 이후 공모를 진행해 9월부터 시범 사업이 시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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