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만큼 흔한 ‘세균성 질염’, 체내 지방산으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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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여성의 절반 이상이 살면서 한 차례 이상 겪는 세균성 질염은 '여성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흔하고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과학자들이 인체에 흔한 천연 지방산으로 세균성 질염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한국계 과학자 권 교수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세균성 질염 치료법은 물론 전 세계 여성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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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여성의 절반 이상이 살면서 한 차례 이상 겪는 세균성 질염은 ‘여성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흔하고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과학자들이 인체에 흔한 천연 지방산으로 세균성 질염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의 고민을 손쉽게 해결할 단서를 찾은 것이다.
더글러스 권(한국명 권선우) 하버드 의대 교수 연구진은 세균성 질염을 인체나 동물성, 식물성 기름에 흔한 올레산(oleic acid, 올레인산)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셀(Cell)에 공개됐다. 이번 연구는매사추세츠 공대(MIT)·하버드대의 라곤 연구소, 브로드 연구소, 세인트 주드 어린이 연구병원 연구진이 함께 진행했다.
세균성 질염은 질 미생물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치료 성공률은 50% 정도로 재발 확률이 높다. 세균성 질염을 치료하지 않으면 임신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될 위험도 커져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질염을 일으키는 세균 중 ‘락토바실러스 이너스(Lactobacillus iners)’에 주목했다. 질염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면 오히려 락토바실러스 이너스가 크게 늘어 미생물의 균형을 깼다. 연구진은 락토바실러스 이너스보다 더 안정적인 미생물군을 만드는 락토바실러스 크리스파투스(crispatus)를 늘리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실험을 시작하자마자 우연히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세균을 배양하기 위한 배지 성분을 확인하다 올레산 성분이 락토바실러스 이너스를 제외한 락토바실러스류 세균에게 필수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올레산은 신체에 가장 풍부한 지방산으로, 해로운 세균인 락토바실러스 이너스의 성장을 억제하고 락토바실러스 크리스파투스와 같은 건강한 미생물의 성장은 촉진했다. 올레산과 비슷한 다른 불포화 긴사슬 지방산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락토바실러스 이너스만 올레산을 내보내는 효소가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락토바실러스 이너스를 제외한 락토바실러스 종류들은 올레산을 체내에서 격리했다가 내보내는 펌프를 가지고 있었다. 올레산을 분해하는 ‘올레산 수화효소(hydratase)’도 분비해 올레산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
다음으로 세균성 질염과 관련된 세균을 락토바실러스 이너스, 락토바실러스 크리스파투스와 함께 배양한 뒤 올레산을 주입했다. 올레산은 락토바실러스 이너스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일부 균주를 포함해 세균성 질염을 일으키는 세균들의 성장을 억제했다. 즉 올레산이 질 미생물군의 균형을 되찾아 세균성 질염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의 세균성 질염 치료법의 성공률은 동전을 던져 어느 한 면만 나오는 확률과 같은 50%로, 지난 40년간 그대로였다”며 “질 미생물학 연구자들이 접하지 못했던 최첨단 유전학 도구를 사용해 반복적인 질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한국계 과학자 권 교수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세균성 질염 치료법은 물론 전 세계 여성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Cell(2024),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4.0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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