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소멸위기 현주소④]청년마을이 쏘아올린 공 '나비효과'

송창헌 기자 2024. 8.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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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형 청년마을, 2022년 5곳 시작으로 3년새 17곳
소통 공간, 탐방·창업·기부 디딤돌, 특산물 상품화도
영광 유별난 안터마을, 순천 브룽브룽마을 등 '핫플'
영광 유별난 안터마을. (사진=선행공동체일곱빛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광·순천=뉴시스] 송창헌 기자 = 청년마을이 지방소멸을 막는 버팀목이자 '떠나는 농어촌'을 '머무는 농어촌'으로 돌려세우는 의미있는 해법이 되고 있다.

청년들에게 자율권과 주도권을 최대한 보장해 지역 특색에 맞는 마을을 조성, 주민과의 상생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022년 5곳을 시작으로 2023년 10곳, 올 상반기 2곳을 추가 선정해 모두 17곳에 조성됐다.

주거·활동·커뮤니티 공간 등 청년복합문화 공간 조성과 창업교육, 지역탐방, 문화활동, 지역주민과 청년들의 네트워크,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정착 등을 위해 청년단체와 기업에 2년간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청년들이 주축이 돼 살고 싶은 공동체를 계획하고 구현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영광 '유별난 안터마을'

영광군 군서면 '유별난 안터마을'. 광주에서 거주하던 채지혜(39) 대표가 청년들과 뜻과 땀을 모아 일궈낸 청년공동체다.

안터마을 안에는 안터농장, 안터상회, 안터공방 등 7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안터지기(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주민과 청년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어 가꿔가고 있다.

안터농장은 치유농업을 위한 공동체농장으로, 엉겅퀴와 구절초 등을 재배해 그 수확물을 활용한 엉겅퀴앙금떡, 엉겅퀴조청, 흑하랑상추차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다.

청년 로컬푸드마켓인 안터상회를 통해 상품을 전시·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안터공방에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안터와락은 디자인과 농수산물 가공을 주력으로 하는 협동조합으로, 2년 전 전남도 예비마을기업에도 선정됐다. 청년 거점공간인 안터마을 '뜨락'에는 안터와락에서 제작한 캐릭터 조형물들이 방문객을 먼저 반긴다.

어르신이나 이주청년 가족을 마을공동체가 함께 돌보는 안터돌봄과 청년치유 문화축제 등을 통한 지역민과의 교류와 소통은 '청년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라는 안터마을 슬로건에도 걸맞다.

안터마을 운영 청년단체인 '선행공동체일곱빛깔'은 활동을 통해 거둔 수익으로 성금기탁, 떡 기부 등을 통해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나눔과 선행으로 지역사회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 넣고 있다.

이같은 노력끝에 안터지기 참여자 60명 중 17명의 청년과 그 가족들이 전남으로 이주했다. 대도시 광주와 수도권 경기에서 3가족이 전입했고, 안터마을 내 청년공유주택에는 수도권에서 이주한 3명의 청년들이 살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살던 한 청년은 50대 부모와 형제 부부, 조카까지 3대(代) 7명이 안터마을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7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17개의 청년 일자리도 창출했다.

채 대표는 "청년마을이 개개인의 삶의 변화와 성장으로 이어지고, 궁극엔 '시골에 살아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과 교훈을 심어주는 것 같다"며 "구체적 미래를 그려나가고 조속히 변화하는 농어촌의 발전을 위해선 지역구성원과 기관의 지원과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천 브룽브룽 청년마을. (사진=브룽브룽마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순천 '브룽브룽마을'

순천시 조곡동에 위치한 브룽브룽 마을. 맥주로 '호프'(희망)에 '시동(브룽브룽)'이 걸리는 마을을 뜻한다. 수제맥주를 매개로 맥주제조 교육과 지역살이 체험, 맥주축제 등을 통해 청년을 유입하고, 지역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한달살기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을 알아가기 위한 오리엔테이션, 관광지 탐방, 지역자원의 콘텐츠화, 디자인, 주류 제조 등의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 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들과 협업을 통해 지역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수제맥주의 이름도 지역색을 담아 '와온해변', '순천만', '낙안읍성' 등으로 지었다.

맥주를 함께 시음하고 공유하는 '비어쉐어링'을 통해 청년문화와 원도심을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주민과의 소통과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 22종의 맥주를 무료로 시음하는 행사도 성황리에 개최했다.

한달 살기를 통해 청년들이 스스로 로컬맥주를 만들고 소상공인과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를 고도화하고 맞춤형 수제맥주를 제작하고, 맥주축제를 통해 주변 상가의 영수증을 소지하면 수제맥주를 증정하는 이색 이벤트로 상생을 꾀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브룽브룽마을은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소득 증대와 건강한 지역관광 생태계를 구축한 점을 두루 인정 받아 지난해 관광두레 전국대회에서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청년 유입도 현실화되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자 중 순천에 정착한 청년은 19명으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만 14명이 순천행 남행열차를 탔다. 영남권인 부산과 대구에서도 5명의 청년이 이주를 결심했다.

브룽브룽마을 김승철(31) 이장은 "브룽브룽마을은 수제맥주를 아이템으로 지역 자원과 로컬 크리에이터, 청년들을 엮어 다양한 체험과 교육, 멘토링을 통해 지역에 청년들을 정착시키고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기획됐다"면서 "수많은 청년들이 지원하고 알찬 프로그램을 위해 곳곳을 누비면서 저도 몰랐던 순천을 알게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은 지난해 종료됐지만 브룽브룽마을은 여전히 남아 비어쉐어링과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며 활동 중"이라면서 "올해 10월 2년차 맥주축제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김명신 전남도 인구청년이민국장은 20일 "청년이 살기좋은 전남,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에 행정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며 "창의적인 발상, 뜨거운 열정, 끊임없는 도전이 청년마을의 힘"이라고 말했다.

영광 안터마을, 순천 브룽브룽 청년마을 개발 제품들. (사진=안터마을, 브룽브룽마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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