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복 입었을 때가 제일 편해”···꾸준함의 미학 ‘천생 골퍼’ 노승희
아이언샷 집중훈련 결과로 지난해부터 성적↑
노승희표 골프는 위기 없이 차분하고 꾸준함
“동료들의 물세례 좋아서 빨리 2승째 하고파”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던 꼬마 자동차 붕붕의 모습이랄까. 사복을 입었을 때 다소 어색했던 미소와 몸짓은 온 데 간 데 없다. 스폰서 로고가 달린 경기복으로 갈아입은 노승희는 금방이라도 펄펄 날아오를 듯한 모습이었다. 연신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포즈를 취했고 호탕한 웃음소리로 스튜디오 내 스태프들까지 미소 짓게 했다. 거기다 골프채를 쥐어주니 요술 빗자루처럼 다리 사이에 낀 채 높이 뛰어오르기도 했다. 노승희의 ‘본업 모드’가 켜지는 순간이었다.
노승희의 골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잔잔하면서도 진한 향을 내뿜고 있다.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나 국가상비군 경험이 없는 그는 썩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202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뒤에도 3년 차까지 시드 유지에 급급했다. 하지만 매년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 해마다 성장하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데뷔 첫해 상금랭킹 51위에 오른 그는 2년 차 때 45위, 3년 차 때 46위에 자리했다. 4년 차였던 지난해에는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찍으며 상금랭킹 22위로 뛰어 올랐다.
올해 노승희는 또 훌쩍 성장했다. 2022년 공동 7위, 지난해 공동 9위를 기록했던 한국 여자오픈에서 올해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LPGA 투어 120번째 출전 대회에서 거둔 생애 첫 승. 그것도 메이저이자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대회에서 나흘 내내 선두를 지킨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일궈냈다. 한국 여자오픈에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 나온 것은 2006년 신지애 이후 18년 만으로, 4라운드 규모로 바뀌고 나서는 노승희가 처음이다. 또 2015년 박성현 이후 9년 만에 생애 첫 승을 한국여자오픈에서 올린 주인공이 됐다.
빛나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노승희의 행복은 반짝이는 화려함보다 잔잔한 안정감에서 비롯된다. 노승희의 말이다. “가장 큰 행복을 주는 것은 안정감이에요. 생활 패턴도 그렇고 전 항상 안정적인 걸 추구해요. 크게 변하지 않고, 마음에 동요도 없고. 그래서 제 골프도 차분하고 꾸준하게 큰 위기 없이 안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 촬영에서 골프복을 입으니까 분위기가 확 달라지던데.
“골프 옷을 입는 시간이 사복을 입는 시간보다 많아서 더 편안한 느낌이다. 또 사진이나 방송 화면에서도 골프하는 모습이 나가다보니 골프복이 자연스럽다. 사복을 입었을 때는 사진 찍자하면 포즈도 어색한데 골프복 입으면 조금 덜하다.”
아버지의 ‘로망’ 때문에 골프를 시작했다고?
“당시 아버지는 싱글 핸디캡 골퍼였는데 로망이 온 가족이 함께 라운드를 나가는 거였다. 그래서 10살 때 엄마랑 같이 취미로 골프를 시작했다. 11살 여름에 재미 삼아 초등학생들이 나가는 시합에 나갔는데 생각보다 또래 친구들이 골프를 많이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당시 122타를 쳤는데 싱글을 치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때 아버지가 선수로 골프를 계속하든지 아니면 그만두든지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그때 골프가 너무 재미있어서 선수를 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11살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중학교 올라가서 아빠를 처음 이겼다. 근데 골프선수가 됐지만 막상 아버지 로망이었던 온 가족 라운드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골프가 자식의 업이 되니까 아버지가 흥미를 잃으셔서 취미로만 생각할 수도, 마냥 즐길 수만도 없으셨던 것 같다.”
골프의 어떤 매력에 빠졌는지.
“어렸을 때 공부를 하면 항상 어머니나 아버지가 옆에서 봐주시곤 했는데 그게 조금 부담스럽고 싫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골프를 칠 때는 어머니, 아버지의 터치를 받지 않고 코치님과 같이 운동한다는 게 좋았다. 사실 골프를 시작했을 때가 너무 어려서 골프의 매력보다는 그냥 그런 부분이 좋았다, 그런데 또 옛날 일기장을 보면 골프를 너무 좋아해서 골프채 사달라고 부모님께 조르고 그랬더라. 당시에는 공부를 피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긴 한데, 또 골프가 재밌기도 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다른 스포츠에는 흥미가 없었나.
“골프 말고 다른 운동하는 것도 다 좋아했다. 체육 시간이면 항상 열정적으로 임하는 학생 중 한 명이었다. 계주대회하면 꼭 1등하고 싶어 했고, 운동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어릴 때부터 굉장히 강했다. 지금도 여전히 달리기는 잘한다.”
친구들 사이 별명은?
“옛날 별명은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지금 별명은 노씨랑 느림보를 합쳐서 ‘노림보’다. 뭐 하나 하면 행동이 굼뜨고 항상 약속 시간에 늦거나 그래서 노림보라고 불린다. 전지훈련 같은데 가도 룸메이트보다 먼저 일어나서 준비해도 항상 나가는 건 제일 늦다. 전예성 프로가 지어줬는데 어느 정도 나한테는 맞는 별명인 것 같다.”
올해 한국 여자오픈 우승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이제 우승한 지 조금 지났는데 어떤가?
“우승 후 많이 알아봐 주시고 사인 부탁도 많다. 그런 것들 때문에 ‘아 내가 진짜로 우승을 했구나’하고 느낀다. 그런데 또 스스로 느끼기에는 우승하기 전과 후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우승하고 나면 뭐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매주 새로운 대회에 출전하다 보니 크게 변하는 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계속 똑같이 열심히 해야 하구나’하고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럼 우승 직후에는 어땠나?
“사실 우승 상상을 많이 했었다. ‘TV 중계에서 우승자 인터뷰할 때 질문을 받으면 귀에 잘 들릴까? 동료들한테 축하 물세례를 맞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우승한 친구나 언니들한테 직접 물어보기도 했었는데 직접 경험하니까 물 맞을 때가 진짜 안 잊힌다. 그것 때문에 우승을 또 해보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당시에는 진짜 안 믿겼다. 항상 우승할 수 있을까하고 상상만 했는데 현실이 돼서 믿어지지 않았다.”
그럼 실제 우승 순간은 평소 상상했던 모습과 같았는지.
“상상했을 때는 우승 직후 눈물 나고 할 줄 알았는데 눈물이 바로 나지는 않았다. 울지 않고 우승 인터뷰하는 언니들 보면 더 멋져 보여서 정말 울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부모님 이야기를 하게 되니까 진짜 안 울고 싶었는데 울컥하면서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났다. 너무 많이 울어서 그게 좀 창피하고 ‘흑역사’를 남긴 것 같다. 다음에는 웃으면서 우승 인터뷰하고 싶다. 정말 안 울고 그 순간을 즐기고 싶었는데. 쿨한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
부모님 얘기를 하면서 특히 눈물을 많이 흘렸다. 부모님이 하신 말씀이 있나?
“담당 매니지먼트 업체가 따로 없다 보니 우승 후에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다. 그런 일들을 부모님이 다 해줘야 했고, 또 처음이다 보니까 바빠서 우승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그럴 시간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셨다. ‘아빠가 너 우승하기 전에 샷 감이 많이 좋아지고 경기력도 좋아서 곧 우승할 수도 있겠다’라고. 아버지가 저한테는 우승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우승 압박도 없었고 저 자신도 우승하기에는 부족하다고만 생각하면서 채워나가려고만 노력했다. 우승하려면 무조건 더 보완해야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빠가 그런 말씀을 했다고 해서 놀랐다. 사실 스스로도 ‘이제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느낌이 저랑 아버지랑 같았나보다.”
우승 후 코치인 김국환 프로 얘기도 하던데.
“프로님께 4년 정도 지도를 받고 있는데 프로님이 공식 연습일이 아닌 날에 대회장에 오신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대회 최종일에 프로님이 오시는 것도 몰랐기 때문에 프로님을 보니까 깜짝 놀라기도 하면서 긴장이 풀렸다. 프로님이 18홀 내내 따라다녀 주셔서 감사했고 프로님이 보는 앞에서 우승할 수 있어서 더 뜻깊었다, 사진도 같이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
우승 후 주변 반응은 어떤가?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연락을 받았다. 축하 메시지 몇 백 개가 왔었다. 그거 다 답장하는 데에 진짜 오래 걸렸다. 그리고 평소에 자주 연락 안 하던 분들에게서도 축하 메시지를 받으면서 그분들이 저를 잊지 않고 계속 응원을 해줬단 사실을 알게 돼 더 기뻤다. 가슴 속으로 다 응원을 하셨던 거다. 너무 많은 축하를 받아서 응원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 컸다.”
기록적인 한국 여자오픈 우승이었다. 2006년 신지애, 2015년 박성현 같은 선수들과 함께 거론되는 기분이 어떤지.
“그런 기록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경기했었다. 끝나고 기자분들이 얘기해서 알게 됐다. 완전 대단한 선배 언니들이랑 같이 언급돼 영광스러울 뿐이다. 우승해서 마냥 너무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한국 여자오픈이라는 대회가 ‘한국’이라는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대회고 권위 있는 대회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 대단한 선배 프로님들과 함께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우승 상금으로 3억 원이나 받았다.
“상금 관리를 직접 한다. 보통은 톱10 했을 때 상금 10%만 용돈으로 사용하는데 이번 우승으로 용돈이 엄청 커져서 좋았다. 사실 우승하기 2주 전에 차가 필요한 시기가 돼서 차를 샀다. 아버지가 상반기가 끝나기 전에 차 값을 다 벌면 좋겠다고 했는데, 차가 아직 출고도 안 된 상황에서 갑자기 우승해 차 값 이상을 벌게 됐다. 상반기 끝날 때까지 벌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확실한 목표가 생기니까 악바리처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감이 좋아서 차 값 정도는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우승할 거라고는 생각 못 하셨다고 했다.”
트로피는 어떻게 했나?
“한국 여자오픈 순회배를 똑같이 만들어줘서 받았다. 어머니가 집 거실 한가운데 트로피랑 축하 난이랑 재킷을 걸어뒀는데 그게 아직도 거실 앞에 나열돼 있다.”(웃음)
데뷔 후 120경기만의 우승.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을 텐데.
“우승을 못 해서 힘들었던 건 아니고 ‘왜 이렇게 실력이 빨리 늘지 않을까’라며 고민했던 시간이 많았다. 우승하기에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우승은 아니더라도 그 근처에서 자주 이름을 올리려면 어떤 걸 더 보완해야 할지 생각했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그런 보완점을 채워가니까 기량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우승 한번 해볼 수 있겠다’라며 스스로를 믿을 수 있을 때 우승이 나와서 기뻤다. 지난해 연장 나가서 우승하지 못하고 준우승을 했는데 우승을 못한 아쉬움보다 오히려 2등 했으니까 이제 우승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해 준우승 경험이 약이 됐다.”
우승 전까지의 시간을 돌아봤을 때 가장 소중했던 순간,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올해 1월 전지훈련이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면 전지훈련 때밖에 기회가 없어서 열심히 하기도 했고 프로님과 대화도 정말 많이 했다. 연습했던 그 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크게 달랐던 거는 없는데 지난해가 성적으로는 제일 좋았던 시즌이었고, ‘그린 적중률이 좋아지니까 성격이 잘 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전지훈련 때 아이언 샷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도 자신감이 있어야 공격적으로 아이언 샷도 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쇼트 게임도 집중해서 연습했던 기억이 있다.”
노승희는 데뷔 시즌인 2020년 그린 적중률이 69%(67위)에 불과했지만 2021년엔 70.93%(55위)로 올랐다. 지난해에는 73.34%(11위)까지 올라서더니 올해는 76.68%(8위)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노승희는 “아이언을 잘 쳐야 성적이 나온다고 생각해 매년 전지훈련 때마다 아이언 샷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 집중했다”면서 “아이언 샷을 갈고 닦은 효과가 올해 들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코치인 김국환 프로는 “전지훈련 때마다 아이언 샷의 체중 이동과 탄도, 스핀 연습을 꾸준하게 많이 했다”면서 “더불어 70~80야드 웨지 샷과 30야드 안쪽의 쇼트 게임 연습도 정말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아이언 샷 팁을 알려준다면.
“샷을 할 때 백스윙이 빨라지지 않게 항상 여유 있게 하도록 노력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백스윙이 빨라지면 스윙 리듬이 급해지게 되고, 급해지면 타이밍이 안 맞으면서 미스 샷이 날 확률이 높다. 그래서 항상 그 부분을 신경 쓰면서 연습하고 코스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프로들도 라운드를 계속하다 보면 에이밍이 틀어질 수 있다. 내가 원하는 타깃과 방향을 맞게 에이밍을 하는지도 중요하게 확인하고 신경 쓰면 더 좋은 샷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한국 여자오픈 우승이 하이라이트 아닐까. 지금까지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승 영상을 계속 보게 된다. 첫 우승이다 보니 더 소중하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터닝 포인트라고 할 만한 순간도 있나?
“올해 첫 대회 때 톱5에 든 게 상반기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 상반기 때 성적이 잘 안 나서 항상 하반기 마지막까지 시드 걱정하고 부담감 속에 경기했기 때문에 상반기 성적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첫 대회부터 좋은 성적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다른 대회들에서도 마음 편하게 조금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래서 톱10에 자주 들고 상금랭킹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올 시즌 19개 대회에 출전 중인 노승희는 한국 여자오픈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일곱 차례 들었다. 상금 랭킹 5위, 대상 포인트 3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선수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항상 내 자신에 대해 부족한 부분만 생각하고 어떻게 그걸 채울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은 나에게는 매년 성장하는 선수라고 평가해 주시는 게 의미가 큰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고 확신을 받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게끔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다음 우승 때 해보고 싶은 세리머니가 있나.
“이번 우승 때는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세리머니를 못 했다. 사실 원래 세리머니 같은 거를 못하는 스타일이다. 버디를 해도 아무것도 못 하는 스타일이다. 그냥 다음 우승 때는 만세만 해도 저한테는 굉장히 큰 세리머니일 것 같다.”
노승희표 골프의 장점과 단점을 꼽는다면.
“장점은 차분하고 꾸준하게 큰 위기 없이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는 것. 단점은 공격적으로 치지를 못하니까 많은 버디를 잡거나 타수를 확 줄이면서 폭발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은?
“7번 아이언. 그리고 5번 유틸리티도 자신 있는 클럽 중 하나다. 아이언을 피칭웨지부터 6번까지만 쓰고, 또 장타자도 아니라서 5번 유틸리티를 잡을 상황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 있는 클럽이 됐다.”
데뷔 시즌과 올 시즌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과 같은 점은?
“루키 때는 TV에서 보던 언니들을 옆에서 보고 같이 플레이를 한다는 자체가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됐다. 코스도 너무 어렵고 여러 가지로 달라진 상황들에 적응하기 급급했다. 내가 지금 이 투어에 있어야 하는 선수가 맞나 생각이 들 정도로 스트레스도 받고 매주 대회를 할 때마다 기대가 되는 게 아니라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지금은 5년 동안 투어 생활을 유지하다 보니 친한 선후배들도 많이 생기고 편해졌다. 코스도 많이 쳐보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상황들도 겪으면서 여유가 조금은 생긴 것 같다. 이제는 어떤 어려운 상황이 있어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먼저 든다.”
이번 우승 후에 동문인 고려대 세종캠퍼스 학생들에게 커피 트럭으로 대접했다던데.
“올해 여름 졸업을 했다. 학교 다닐 때 골프 대회에 관해 물어보시고 잘 챙겨주시고 또 관심 가져주시는 교수님이 계셨는데, 그분께 우승하면 커피 트럭을 쏘겠다고 약속했었다, 재학 중일 때 우승했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우승 했으니까 기분은 좋았다. 학교를 엄청 열심히 다니긴 했는데 강의 듣기만 해서 친구들이 딱히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같이 조별 과제 했던 친구들이 커피 잘 마셨다고 연락을 줘서 뿌듯했다.”
KLPGA 투어에서 가장 친한 선수는?
“동기들끼리 다 친한데 이제영 선수와 가장 친하다. 고등학교 때까지 서로의 집이 3분 거리에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회장에서도 보니까 일주일 내내 얼굴 보고 그랬다. 아직도 시합 때 한 끼 이상은 같이 먹는 편이다.”
이제영과 함께 찍은 사진도 SNS에 많더라.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올해까지 연례행사처럼 매년 프로필 사진을 같이 찍고 있다. 중1 때 처음 찍고 나서 매년 남기면 큰 추억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뭔가 성장 일기처럼 쭉 볼 수 있을 것도 같아서 해마다 찍기로 서로 약속했다. 항상 시즌 시작 전에 찍는다.”
평소 쉴 때는 어떻게 시간 보내나?
“친구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카페 가는 게 전부다. 푹 쉬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성격이고 뭘 계속 해야 하는 성격이다. 1주일 중에 월요일 하루 쉬다 보니 병원도 가야하고 레슨도 받아야 하고 할 게 많다.”
평소 성격은 어떤 편인가?
“친한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괜찮은데 처음 보는 사람과는 낯을 좀 가리는 편이다. 상대가 먼저 풀어주면 금방 말도 잘하고 하는데 같이 서로 낯가리면 한 마디도 못 한다.”
인생 모토가 있다면.
“현재에 충실하게. 지금 내가 할 거 생각하고 다른 거는 선수 생활 끝나고 다시 생각하자.”
골프선수 노승희의 최종 목표?
“단지 우승을 많이 해야겠다 이런 거보다는 앞으로 10년 동안은 정규 투어에서 뛰면서 이 생활을 유지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KLPGA 투어 시드 10년을 유지하는 ‘K10’ 가입이 목표다.”
그럼 사람 노승희가 이루고 싶은 꿈은?
“조금 웃길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아기를 좋아해서 언젠가 결혼해서 엄마가 되고 싶다. 아기랑 같이 커플 옷 입고 문화센터 가고. 그러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이번 우승으로 많은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우승하기 전부터도 응원 많이 해주셨는데, 팬 분들은 우승하기를 바라시고 그걸 위해서 응원을 많이 해주시니까 그거에 보답해 꼭 더 우승하고 싶다. 우승 후에 팬분들이 더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게 느껴진다. 그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2승째를 하고 싶다. 잘 될 때나 안 될 때나 힘이 돼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PROFILE
출생: 2001년 | 정규 투어 데뷔: 2020년 | 소속: 요진건설산업
주요 경력:
2024년 제38회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 우승
2024년 E1 채리티 오픈 공동 4위
2023년 KG 레이디스 오픈 준우승
2021년 KG ·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공동 3위
2019년 드림투어 with 영광CC 2차전 우승
정문영 기자 my.ju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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