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다 주고 사는 LH 매입 임대, 시장 자극 우려 크다"

이화랑 기자 2024. 8. 20.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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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비판 목소리… 혈세 낭비에 개발업자만 배불리기 우려 지적
정부가 8·8부동산대책 일환으로 LH를 통해 매입사업을 본격화한 가운데 집값 안정 효과보다 개발업자만 배불리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정부가 8·8부동산대책 일환으로 수도권 미분양 주택 매입 확약과 서울 내 임대주택용 신축빌라 무제한 매입을 예고하며 사업자 모집에 나서자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업계는 개발 호재에 분위기가 들썩이는 반면 집값 안정 효과보다 개발업자만 배불리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수 있다고 본다.

2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14일 신축 매입임대주택 추가 매입을 위한 사업자 모집공고를 시작한 데 이어 전날부터 오는 12월31일까지 수도권 LH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민간의 미분양 주택에 대한 매입 확약에 들어갔다.

이는 지난 8일 제8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 후속 조치다.

앞서 정부는 수도권 도심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빌라·다세대·오피스텔 등 신축 비아파트를 대량으로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며 내년까지 신축매입임대를 11만가구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은 비아파트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이날부터는 수도권 LH 공공택지에서 민간의 미분양 주택이 발생하면 준공 이후 LH가 매입하는 확약도 맺는다. 미분양 리스크를 LH가 덜어줌으로써 민간 부문의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매입 확약은 LH가 공급한 수도권 공동주택용지 가운데 내년까지 건축 착공이 이뤄지는 토지 내 주택 약 3만6000가구가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 매입 가격은 미분양률, 세대 규모 등을 감안해 분양 가격의 85~91% 수준에서 차등 적용되며 분양 전환형 임대주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매입 확약은 민간 건설업체에는 미분양 우려를,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을 더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10만5000가구 인허가, 5만가구 주택착공, 5만가구 신축매입과 더불어 이번 매입 확약이 수도권 집값 안정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전환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집값 안정보다 띄우기 정책"… 우려 커진 날림 공사


정부가 8·8부동산대책 일환으로 LH를 통해 매입사업을 본격화했지만 집값 안정 효과보다 개발업자만 배불리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부동산관계장관회의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개발업계는 호재라는 분위기다. LH의 매입 확약에 따른 신용보강으로 조달 금리가 인하되는 등 사업 여건이 대폭 개선돼서다. 수도권에서 신축매입임대용 사업을 진행할 경우에는 사업비의 90%까지 1금융권 저리 대출이 가능하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목표 물량을 맞추려고 입지가 좋지 않거나 부실시공 우려가 있는 주택까지 매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금이 낭비돼 재정이 고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매입임대사업에서 정부는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라고 짚었다. 이어 "수조원씩 시장에 돈을 풀 수 있는 수요자가 없는데 정부는 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시세를 다 주고 주택을 사들이기 때문에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그 결과로 떨어져야 할 집값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비관했다.

정 팀장은 "미분양 주택은 건설업체 입장에서 하루빨리 떨쳐내야 할 악성 부채이고 정부가 제값을 다 주고 사겠다는 것은 엄청난 특혜"라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국민 세금을 들여 집값을 부양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빌라시장은 전세사기 등 문제로 역전세 현상이 더 심한데 공급 정책이라니 앞뒤가 안 맞다"며 "매입임대가 유의미하려면 시장 가격보다 싸게 매입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다. 엉망으로 지어서 비싼 값에 팔아도 정부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매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벌써 시장에서는 해당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며 "정부가 물량 쿼터를 정한 상태에서 LH 등 현업 부서들은 입지를 고려하지 않고 날림으로 지어졌어도 옥석을 가리지 않고 매입하는 데만 혈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건설업체가 시장 예측에 실패해 미분양이 났다면 분양가 이하로 매수하는 게 맞다"며 "공공임대주택은 어떤 경우에도 민간한테 매각하는 게 아니라 계속 총량을 늘려가야 한다. 매수한 주택은 분양 전환하지 않고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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