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아파트 매입→ 대출 연체→ 파산→ 경매 '빚의 악순환'

김성아 기자 2024. 8. 20.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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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시중은행 주담대 7조5975억원↑… 집합건물 임의경매 5484건
각각 2014년, 2011년 이후 사상 최대치… 20~30대 부채 경고등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 신청 건수가 13년8개월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빚내서 집 사는' 서민이 늘고 있어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19일 서울 용산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법원에 경매로 넘어간 집합건물이 13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빚내서 집 사는' 서민이 늘고 있어 가계부채 부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법원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고금리 상황 속 대출금을 갚지 못해 임의경매에 넘어가는 아파트 등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 신청 건수가 7월 기준 5484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3547건)에 비해 54.6% 증가했고 2010년 11월(5717건)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집합건물은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으로 해당 물건이 경매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영끌족의 파산과 연관된다는 지적이다.

2020~2021년 집값 상승기에 맞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산 영끌족이 시장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부동산 경매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이자를 갚지 못해 은행 등에서 신청한 경우가 대다수"라며 "집합건물 임의경매 물건이 쏟아진 것은 영끌족과 경기 악화로 무리하게 담보 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고금리 지속으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담대 연체액 규모 1조800억원… 2018년 이후 사상 최대치


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영끌 부작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문제는 이런 영끌 현상의 부작용이 속속 현실화되는 가운데 또다시 빚내서 집 사는 주택 매수세에 불이 붙었단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하며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8% 상승했다.

실거래가지수는 해당 월에 거래된 주택 가격과 직전 거래의 실거래가를 비교하는 수치로 지난해 2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주택담보대출이 견인하는 가계대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562조990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559조7501억원에서 이달 들어 3조2407억원 더 늘었다.

시중은행 주담대는 지난 7월 7조5975억원 증가했는데 지난달 증가 폭은 은행들이 월별 대출잔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래 사상 최대치다.

우려되는 부분은 주요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주담대 연체액 규모가 1조800억원가량인 점이다. 이는 2021년 상반기 5793억원 대비 50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관련 통계 집계가 이뤄진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한 것인데 연체액 규모가 커진 만큼 임의경매로 넘어오는 부동산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통상 대출 연체액 규모는 금리 수준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앞으로 금리 수준이 낮아지면 부실 가능성이 점차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영끌 부작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초저금리 시기와 비교해 여전히 대출금리가 높은 고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리금을 갚지 못해 경매시장으로 넘어가는 부동산 규모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편에선 부동산 상승 기대감에 영끌 수요가 늘어나는, 그야말로 '빚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 100 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고금리와 경기 불황으로 인한 영끌족 파산과 더불어 최근 지방과 비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해소가 안되다 보니 경매에 넘어가는 물량이 증가한 것이고 앞으로도 가계부채 연체율이 상당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 입지가 아닌 경우에는 경매에서도 유찰되는 경우가 잦아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2021년에도 집값 전고점에서 대출을 끼고 부동산을 매수해 수많은 20·30이 파산하고 임의경매로 내몰렸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불안으로 인한 주택 매수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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