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힌 반딧불이 신호 조작해 다른 반딧불이 유인하는 거미

이병구 기자 2024. 8.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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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직접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 방법 외에도 종에 따라 거미줄을 쳐 먹이를 잡기도 하는 영리한 사냥꾼이다.

어떤 거미는 거미줄에 걸린 반딧불이의 신호를 조작해 다른 반딧불이를 속여 유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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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왕거미가 거미줄에 걸린 수컷 반딧불이를 거미줄로 감싸고 있다. Xinhua Fu 제공

거미는 직접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 방법 외에도 종에 따라 거미줄을 쳐 먹이를 잡기도 하는 영리한 사냥꾼이다. 어떤 거미는 거미줄에 걸린 반딧불이의 신호를 조작해 다른 반딧불이를 속여 유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이친 리 중국 후베이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산왕거미(학명 Araneus ventricosus) 거미줄에 걸린 수컷 반딧불이 신호가 암컷처럼 바뀌어 다른 수컷 반딧불이를 유인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1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공개했다.

반딧불이는 어두울 때 몸에 있는 생체 발광(發光) 기관에서 빛을 내 서로 소통하고 짝을 찾는 곤충이다. 애반딧불이(학명 Abscondita terminalis) 수컷은 빛을 내는 부위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여러 번 반짝이고 암컷은 하나의 발광 부위가 한번씩만 반짝거린다. 덕분에 수컷과 암컷은 서로의 신호를 구분하고 다가가 짝짓기를 할 수 있다.

수컷 반딧불이 2마리가 산왕거미 거미줄에 걸려 붙잡혔다. Xinhua Fu 제공

연구팀은 산왕거미 거미줄에 걸린 반딧불이 중 암컷 반딧불이가 거의 없고 수컷 반딧불이만 다수 발견된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졌다. 거미가 반딧불이의 반짝이는 행동을 조작해 수컷을 유인하는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현장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거미가 거미줄에 있을 때 수컷 반딧불이가 더 자주 거미줄에 걸렸다. 거미줄에 걸린 수컷 반딧불이는 거미가 있을 때 두 개로 나뉜 발광 기관 중 하나만 사용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암컷의 신호와 비슷해져 다른 수컷 반딧불이가 유인된 것이다. 반면 거미가 없는 거미줄에 걸려 있을 때는 다른 수컷을 유인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거미가 덫에 걸린 수컷 반딧불이의 발광 신호를 감지하면 거미줄로 여러 번 감싸거나 물어서 '먹이 처리 절차'를 진행한다"며 "거미의 독이나 물렸다는 사실 자체가 수컷의 발광 패턴에 변화를 일으키는지 알아내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cub.2024.07.011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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