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가 오페라 투란도트를 연출했다고?"

이은지 2024. 8. 20.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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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4년 8월 18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솔 오페라단 이소영 단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성규 : 오늘은 101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국내 최초로 유치한 분 모셨습니다.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인물, 문화 예술 분야에서는 이분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솔 오페라단의 이소영 단장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소영 : 네 안녕하세요. 이소영입니다.

◆ 이성규 : 101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 오페라 축제. 근데 이 〈투란도트〉가 우리나라에 그동안 진짜 안 왔었어요?

◇ 이소영 : 네 처음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오는 건 물론이고요. 아레나 디 베로나 이 전체 버전이 해외에서 공연하는 것도 처음입니다.

◆ 이성규 : 왜 그렇죠?

◇ 이소영 : 워낙 무대가 크고 육중하기 때문에 이거를 움직이는 게 장난이 아니에요.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에 어디 움직이기가 좀 힘들죠. 그리고 이게 극장을 위해서 만들어진 공연이 아니고 야외 공연장이잖아요. 그럼 우리 한국 극장에는 소위 말하는 바턴이나 기술 장치들이 없어요. 거기만 특화된 무대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공연하는 게 굉장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 이성규 : 그런데 그거를 어떤 계기로 이쪽으로 유치하게 되셨나요?

◇ 이소영 : 사실 올해가 한국과 이탈리아의 수교 140주년 되는 해이고요. 그래서 작년 초부터 저희가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서 어떤 공연을 할까. 이태리 문화원과 대사관과 논의하던 과정에 전 사실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었고 그냥 스칼라 오케스트라 데려오는 거 정도로 생각을 했었는데 이태리 측에서 이걸 제안해 주셨어요.

◆ 이성규 : 그런데 이번 공연은 아까 말씀하셨지만 세계적 영화감독이면서 또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가 연출한 작품이죠?

◇ 이소영 : 네 그렇습니다.

◆ 이성규 : 근데 버전별로 조금씩 다른가요?

◇ 이소영 : 오페라는 누가 연출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작품이 되는데요. 그러니까 시대적인 배경도 그렇고 공간적인 배경도 그렇고 연출자가 바꿀 수 있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모방적인 것 같지만 재현하는 오페라 예술이잖아요. 근데 또 창의적이기도 해요. 연출가에 따라서 그래서 누가 연출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세계적인 연출가라고 할 수 있는 프랑코 제피렐리의 버전이라서 이번 공연이 더 특별한 거죠.

◆ 이성규 : 어떤 면이 더 특별한가요?

◇ 이소영 : 제피렐리는 역사적으로 무대 세트나 의상이나 이런 것들을 다 고증을 해요. 고증에서 머물지 않고 그걸 더 화려함의 극치로 만들고 더 정교하고 섬세하고 규모를 확장시키는 게 이 사람의 특징 중에 하나예요. 이번 작품도 그렇거든요. 무대 장면이 바뀌는데. 사실 야외 오페라 극장은 막이 없어서 이렇게 돌릴 수 없잖아요. 회전도 안 되고. 근데 장면이 확 바뀌면 사람들이 저도 같이 오프닝 공연까지 제작에서부터 참여해왔지만 사람들이 탄성을 자아내요. 너무너무 대단합니다.

◆ 이성규 : 야외무대니까 실내에 있는 것보다도 웅장하면서도 또 변화를 주는.

◇ 이소영 : 네 그렇죠. 그거는 정말 아이디어로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분이 대단한 거죠. 근데 제피렐리를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 기억하기에는 아마 이사장님께서도 기억하실 텐데요. 예전에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했던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 기억나시죠? 그리고 《끝없는 사랑 Endless Love》라는 영화도 있어요. 《챔프 The Champ》라는 영화도 있었어요. 이걸 감독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감독 아니냐고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영화감독 맞는데 이 사람이 더 빛을 발하는 분야는 오페라였어요. 그래서 오페라 120편을 연출한 분이세요. 대단한 분이죠. 그래서 제피렐리가 있던 시대와 제피렐리가 없던 시대의 오페라가 다르다고 할 정도로 아주 굉장한 인물입니다. 그분의 작품을 저희가 이번 10월에 만나게 되는 거죠.

◆ 이성규 : 네. 그 작품 혹시 이태리에 계실 때 보신 적 있어요?

◇ 이소영 : 많이 봤죠. 투란도트는 여러 버전을 많이 봤습니다. 근데 저희가 이 투란도트를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오프닝 공연한 작품을 마치고 짐을 싸서 컨테이너 55개에 실어서 한국으로 갖고 오는 거예요. 저도 참여를 했지만 이렇게 근사한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 이성규 : 이런 얘기하는 이 무대 이 스튜디오도 상당히 근사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투란도트는 중국 공주 투란도트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칼라프 왕자가 목숨을 걸고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 나서는 내용이잖아요. 감상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될까요?

◇ 이소영 : 먼저 이 3개의 수수께끼를 한번 풀어볼까요? 이사장님 아실지 모르겠어요. 첫 번째 문제는 어두운 밤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환상, 모두가 원하는 환상, 밤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아침이 되면 죽는 것. 이게 무엇일까요?

◆ 이성규 : 무엇일까요?

◇ 이소영 : 어렵죠. 쉽지 않죠. 바로 희망입니다. 두 번째 문제 나갑니다. 불꽃처럼 타오르지만 불꽃은 아니고, 삶이 다하면 차가워지고, 정복을 꿈꾸면 불타올라요. 근데 색깔은 석양처럼 붉습니다. 무엇일까요?

◆ 이성규 : 욕망?

◇ 이소영 : 욕망도 비슷하네요. 피입니다. 그런데 그리고 마지막 문제인데요. 이거는 칼라프가 되었다. 내가 칼라프라고 생각하시고 문제를 한번 잘 들어보세요. 그대에게 불을 붙이는 얼음, 그대가 타오를수록 차가워지는 얼음. 이것이 당신을 노예로 삼으면 당신은 왕이 된다. 무엇일까요?

◆ 이성규 : 사랑.

◇ 이소영 : 사랑도 틀린 답은 아닌 것 같아요. 정답은 투란도트였습니다. 투란도트가 '당신을 노예로 삼으면 당신의 왕이 된다.' 이 세 가지 문제를 투란도트라는 공주가 수수께끼를 내고 맞히면 결혼하고 틀리면 처형되는 거예요.

◆ 이성규 : 저는 지금 처형이네요?

◇ 이소영 : 처형됐죠. 그래서 북경 성 앞에 13명의 머리가 이미 꽂혀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참수당한 머리들이 꽂혀 있는데 그걸 보면서 칼라프가 도전을 하게 되죠. 도전을 해서 이 수수께끼를 다 맞혀요. 맞추면 결혼해줘야 되잖아요. 근데 거부를 해요. 그러니까 포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역제안을 해요. '네가 만약에 내 이름을 동 트기 전에 맞추게 되면 내가 포기할게.' 이렇게 칼라프가 얘기를 합니다. 그러자 투란도트는 온 백성들을 잠도 재우지 않고 취조를 하기 시작하는데 특히 칼라프하고 같이 있었던 주변 인물들을 취조하기 시작하는데요. 그중 하나 칼라프 왕자를 어린 시절부터 흠모했던 짝사랑했던 시녀 '류'가 있어요. 류를 막 공주가 압박하고 취조를 하고 협박을 하자 자기도 모르게 이름을 발설할까봐 자결을 합니다. 그래서 이 투란도트의 관전 포인트는 뭐냐면, 류의 사랑과 투란도트의 사랑이 굉장히 다르죠. 이 두 개의 사랑이 전혀 다르다는 그 두 가지의 사랑을 비교해 보시고 또 투란토트의 핵심 키워드는 희망과 사랑입니다. 그거를 생각하시면서 보시면 훨씬 더 재밌을 거예요.

◆ 이성규 : 희망과 사랑. 오페라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 이소영 : 오페라 다들 어려워하시죠? 오페라는 원래 '오프스'라는 라틴어인데요. 오프스는 '일', '작품' 이런 말이에요. 거기서 유래한 말이고 처음에는 '오페라 인 무지카' 그러니까 '음악 속에 있는 작품, 음악이 있는 작품' 혹은 '드라마 인 무지카', '음악이 있는 드라마' 이렇게 쓰였어요. 그런데 복잡하고 길잖아요. 그러니까 간단하게 오페라라고 쓰기 시작합니다. 오페라는 그러니까 아까 이름에서 보여주듯이 드라마가 있어야 돼요. 거기에 음악도 있어야 되고 미술, 건축, 분장, 의상 다양한 종류의 장르들이 결합해서 하나의 작품이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예술의 종합 선물 세트예요. 그러니까 우리 종합 선물세트 어릴 때 받았을 때 기억나시죠? 감동 그 자체잖아요. 오페라도 감동까지 주기 때문에 오페라는 예술의 종합 선물 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성규 : 그러면 이제 뮤지컬하고 구분을 한다면 어떻게 돼요?

◇ 이소영 : 뮤지컬이나 오페라가 두 가지 다 드라마가 있는 종합 예술임에는 틀림없어요. 공통점이죠. 근데 뮤지컬은 연극적인 요소가 강조되고 오페라는 음악적인 요소가 더 강조가 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차이점을 얘기하자면 뮤지컬은 아마 공연 가서 들어보셨고 오페라도 보셨겠지만 차이가 굉장히 나는 게 있어요. 뭐라고 생각하세요?

◆ 이성규 : 오페라는 마이크를 안 쓰는 것 같아요.

◇ 이소영 : 정답입니다. 오페라에 대한 지식이 많으신데요.

◆ 이성규 : 투란도트가 이걸 물었어야 되는데.

◇ 이소영 : 그러게요. 그랬으면 처형도 하지 않았을 텐데. 뮤지컬은 마이크를 써서 소리를 증폭시켜서 하는 반면에 오페라는 성악적 발성, 기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자기 몸을 악기로 소리를 증폭시켜서 마이크 없이 관객들에게 전달을 해야 되는 거죠. 그래서 발성적인 측면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보통 이야기할 때 '뮤지컬 배우, 오페라 가수' 이렇게 부르지 '오페라 배우, 뮤지컬 가수' 이렇게 안 하잖아요.

◆ 이성규 : 뮤지컬 배우. 오페라 가수. 여기에 딱 있네요.

◇ 이소영 : 네 거기서 차이점을 딱 드러내 보이죠. 그래서 그런 차이점이 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있다면 오페라는 정통 클래식이다 보니까 오케스트라를 풀 버전으로 써요. 60명, 70명 많게는 120명까지 이렇게 오케스트라를 쓰지만 뮤지컬 같은 경우는 기타, 건반 이런 것들로 밴드를 조직하기도 하고 아니면 소규모의 오케스트라 아주 한 10명 내외의 오케스트라에다가 MR을 곁들여요. MR은 이미 녹음된 거를 말하죠. 그걸 같이 곁들이기도 하고 MR만 따로 쓰기도 하고.

◆ 이성규 : 뭔가 좀 정통이라고 그러면 오페라 같은 그런 느낌이 드네요.

◇ 이소영 : 조금 더 대중적이고, 조금 더 예술성을 강조하고 이런 점이 차이가 있고요. 이런 차이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점은 두 가지 모두 관객 감동을 준다는 그거는 둘의 공통점이자 장점이죠.

◆ 이성규 : 그러니까 이제 오페라가 처음 유래된 건 어디예요?

◇ 이소영 : 이태리 피렌체에 16세기 말에 바르디 백작이라는 사람 집에서 우리 요즘 인문학 모임 많이 하잖아요. 삼삼오오 모여서. 그 당시에도 바르디 백작 집에서 그런 인문학 모임이 있었어요. 근데 그 당시의 음악은 종교 음악이 중심이었는데 종교 음악이 쭉 발전하면서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발전을 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까 이 사람들이 모여서 좀 더 쉽고 편안하고 좀 알아듣기 쉽게 만들 수 없을까. 이래서 만든 게 오페라입니다. 모노디 운동이라고 하는데요. 하나의 성부로 해서 알아듣기 편하게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처음에는 사실 이렇게 귀족의 집에서 시작을 하고 귀족들을 위한 전유물처럼 느껴졌지만 대중들에게도 쉽게 파고들고 유럽 전역에서 오페라가 가장 인기 있는 예술 장르가 됐었죠.

◆ 이성규 : 근데 우리가 즐기러 가면 이 오페라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즐기고 향유하고 이럴까. 그거를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한테 팁 좀 주실 수 있나요?

◇ 이소영 : 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있죠. 알고 보면 훨씬 쉽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다 그렇잖아요. 알아야 재미가 있잖아요. 저처럼 요즘은 인터넷에 보면 너무 설명이 잘 돼 있어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글을 올려서 오페라에 대해서 혹은 이번 투란도트를 보신다면 투란도트에 대해서 한번 찾아보시고 줄거리를 알고 가서 보시면 훨씬 감동을 배가시킬 수 있습니다.

◆ 이성규 : 그러니까 미리 그 풀이 스터디를 해야 되겠네요.

◇ 이소영 : 그럼요.

◆ 이성규 : 우리가 이쯤에서요 중간에 노래를 하나씩 듣거든요. 어떤 노래를 추천을 좀 해 주시겠어요?

◇ 이소영 : 투란도트에 나오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한번 들어볼까요? 아까 말씀드렸던 칼라프가 부르는 노래인데요. 광고나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많이 삽입되어서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도 들으시면 '아, 이 노래' 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이성규 : 투란도트 중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듣고 왔습니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솔 오페라단 이소영 단장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단장님, 근데 저는 옛날부터 개인적인 관심이기도 했는데 언제부터 음악을 꿈꾸셨나요?

◇ 이소영 : 음악을 꿈꾸기 시작한 거, 글쎄요. 저는 사실 부모님들 영향을 되게 많이 받아서 돌때 사진도 보면 이렇게 이어폰 끼고 레코드 판 들고 있는 이런 사진들이 있던데. 음악을 쭉 듣고 성장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악기를 어릴 때부터 시작을 했었고. 또 어릴 때는 사실 그게 싫기도 했어요. 친구들 밖에 나가서 뛰어노는데 전 맨날 피아노 연습하고 있고. 방에 갇혀서 있고 이게 싫기는 했지만 연습하다 보면 동이 트고 자연스럽게 그러면서 또 카세트 테이프 아시죠? 예전에 기억나시죠? 네모난 거 큰 거 들고 나가서 마당에 텐트 치고 밤새 음악 듣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음악 속에 젖어든 것 같아요. 그래서 꿈이라기보다는 당연하게 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그렇게 자랐던 것 같습니다.

◆ 이성규 : 그러시다가 베로나 국립음악과를 들어가셨군요. 여기서 어떻게 성악하고 피아노를 같이 했어요?

◇ 이소영 : 저는 원래 피아노랑 성악을 같이 공부하면서 성악과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부모님들이 반대를 하셔가지고 피아노과를 갔어요. 악기를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피아노과로 들어갔다가 유학 가서 부모님 안 계시니까 피아노과 들어간다고 그러고 성악과를 먼저 시험 쳐서 학교 다니다가 다시 피아노과도 시험 쳐서 다니고 두 가지를 전공하느라고 되게 사실은 버거웠지만.

◆ 이성규 : 더 오래 하셨겠네요.

◇ 이소영 : 남들보다 좀 오랜 시간 공부를 했고. 근데 그 시간이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저에게는 굉장히 보물 같은 시간이죠. 지금 제가 하는 일에 어떤 원동력이 되어주고 또 그런 기초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지금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 이성규 : 그러면 이태리에 몇 년 계셨습니까?

◇ 이소영 : 91년부터 99년까지 긴 시간을 있었습니다.

◆ 이성규 : 그동안 일화가 많겠네요.

◇ 이소영 : 저희는 참 운이 좋았던 게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 도밍고, 베르곤지 이런 분들이 노래하는 걸 현장에서 다 볼 수 있었어요. 지금은 오페라는 거 보기 힘들고 돌아가시기도 하고 파바로티 같은 경우는 그랬지만. 저희는 참 어쩌면 행운의 시절을 보낸 가장 좋은 시절을 보낸 세대라고 볼 수 있죠.

◆ 이성규 : 돌이켜서 생각해 보시면 이태리 음악계의 분위기와 한국 음악계의 분위기가 좀 어떻게 차이가 있나요?

◇ 이소영 :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많지만 오페라 관련해서 얘기를 먼저 해보자면 제작 시스템이 너무나 많이 달라요. 아레나 디 베로나도 그렇고 다른 극장들도 그렇고 모두 극장 자체가 기획을 하고 공연을 하기 때문에 리허설 시간도 충분하고 무대 셋업 시간도 충분하고 이런데. 한국 같은 경우는 저희가 극장을 대관했었으니까 극장 대관 일정이 있잖아요. 시간이 너무 타이트하다 보니까 이태리 극장 프로덕션을 초청해서 올 때 항상 그 시간들이나 이런 것들 때문에 서로 좀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고. 또 유럽 사람들 입장에서는 극장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해를 하기가 어렵죠. '어떻게 이 짧은 기간 안에 셋업을 하고 어떻게 이 짧은 기간 동안 리허설을 해.'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죠.

◆ 이성규 : 근데 이번에도 대관하셨어요? 어디서 하세요?

◇ 이소영 : 올림픽 체조 경기장이 지금 KSPO돔이라고 해서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했는데요. 1만 5천 석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인데 저희가 약 1만 석 정도를 객석으로 만들고 5천 석 정도를 무대로 만들었어요. 야외가 아니고, 우리 아레나 디 베로나는 야외 공연이지만 가장 비슷한 사이즈의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데를 다 찾아봤어요. 근데 KSPO돔이 가장 적합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여기를 선정을 했는데 대관이 하늘의 별따기에요. K팝 공연들이 다 10월에 시즌이에요. 그래서 대관 경쟁이 치열한데 그걸 공모해서 저희가 PT 준비를 많이 해서 다행히 공모 기획 작품으로 선정이 됐어요. 그래서 KSPO돔과 함께 이렇게 기획 공연으로 하게 됐습니다.

◆ 이성규 : 다행입니다. 10월에. 날짜도 정해졌나요?

◇ 이소영 :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8회 공연을 합니다.

◆ 이성규 : 이 가을에 참 많은 기대가 됩니다. 근데 단장님은 그러다가 오페라는 언제 관심을 가지셨어요?

◇ 이소영 : 제가 어릴 때부터 음악을 다 좋아했지만 오페라를 보러 갈 기회가 예전에 저희 어릴 때는 한국에서는 많지 않았어요. 근데 어머니랑 우연히 오페라 나비 부인을 보러 갔는데요. 첫 장면 있잖아요. 나가사키 언덕을 신부 친구들 여자들이 양산을 쓰고 합창을 하면서 올라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오페라 자체에 매료된 게 그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부터 성악 혹은 오페라 관련 음악을 많이 들었죠.

◆ 이성규 : 네. 서울오페라단을 창단을 하셨잖아요.

◇ 이소영 : 네.

◆ 이성규 : 춘향전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 이소영 : 네. 저희가 춘향전을 여러 차례 해외 공연을 했었어요. 동부권에 가서도 하고 유럽에서도 하고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서 6개 나라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산마리노 공화국, 이태리 등 이렇게 순회공연을 했었는데요. 전 깜짝 놀란 게 남미에서 이렇게 한국을 좋아할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어요. 사실은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이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춘향이가 옥에 갇혀가지고 이렇게 탄식가 부를 때 같이 막 훌쩍훌쩍 우시고. 또 몽룡이가 감옥으로 찾아오잖아요. 춘향이 만나서 재회할 때는 이분들이 함께 박수를 치고 막 이러면서. 끝나고 나니까 기립박수를 다 하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너무너무 뜨거워서 관객들 반응이 참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었죠.

◆ 이성규 : 그때만 해도 국내에서 창작 오페라를 가지고 승부를 걸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였을 텐데요.

◇ 이소영 :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페라 제작자 입장에서는 창작 오페라 반응을 아직 모르는 거 입증이 안 된 작품을 가지고 도전을 하는 건 모험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하려면 이 서양 오페라는 400년이란 세월 속에서 축적된 노하우와 역량이 있는데. 저희는 이제 불과 70년이잖아요. 그래서 물론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고 대단한 나라임에는 틀림없죠. 그래서 당연히 오페라도 짧은 시간 내에 그렇게 그러리라고는 생각을 하지만 아직은 축적된 경험이나 노하우가 부족해서 대본과 음악을 만드는데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이거를 그냥 민간에 맡겨두기보다는 정부에서 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K팝 못지않게 K오페라가 세계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도록 좀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 이성규 : K오페라를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세요?

◇ 이소영 :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정말 모든 방면에 대단해요. 저희 아레나 디 베로나가 한국에 오기로 결정한 것도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엄청나게 본 거예요. 아레나 디 베로나 와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거예요. 티켓팅을 요즘 다 전산으로 하다 보니까 한국에서 티켓팅하는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난대요. 그러면 문화는 서로 교차하고 교류하는 거잖아요. 서양 사람들이 우리 불교나 동양 '도'나 이런 것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예술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그쪽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그쪽에서도 한국 문화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이렇게 함께 성장하게 될 것이고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도 우리 한국의 작품이 오르지 않을까. 또 그거를 꿈으로 가져봅니다.

◆ 이성규 : 네. 근데 평상시에 제가 이 글 저 글을 보니까 '오페라가 치유 기능이 있다. 엄마처럼 포근하다 또 그런 오페라를 만들겠다.' 또 '섬마을이나 오지에 그런 향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또 좀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런저런 계획이 있으셨는데 앞으로 계획은 어떠십니까?

◇ 이소영 : 그러니까 음악의 치유의 힘은 정말 대단하죠. 그래서 태교에서도 음악이 참 중요하잖아요. 어릴 때 봤던 오페라 한편이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어요. 요즘 청소년 범죄도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늘어나고 또 사회도 너무 팍팍해지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음악 속에서 어린이들의 감성이 이렇게 개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오페라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사명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가족 오페라 시리즈를 매년 하고 있어요. 올해는 워낙 큰 프로젝트 아레나 디 베로나가 있어서 가족 오페라를 못했지만 매년 하면서 음악적으로 음악을 만나기 힘든 오지나 섬마을이나 이런 데를 찾아가서 이런 가족 오페라들을 보여주고 하는 것이 저의 사명, 소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이성규 :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10월에 한국 최초로 투란도트를 유치하신 솔 오페라단의 이소영 단장과 함께 오페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 함께 나눠봤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이소영 : 네 감사합니다.

◆ 이성규 :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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