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토크쇼의 원조 '필 도나휴' 88세로 별세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4. 8. 2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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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필 도나휴에게 '평생 공로상'을 수여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마이크를 들고 관객들 사이를 들고 다니면서 동성애나 페미니즘 등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주제에 대해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1960~1990년대 방송가를 주름잡은 ‘토크쇼의 제왕’ 필 도나휴 (Phil Donahue)가 18일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 등이 19일 보도했다. 향년 88세다. AP에 따르면 도나휴는 방송계에 몸담는 동안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상인 에미상을 20차례 수상하고, 올해 5월엔 방송계에서 활동한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는 등 미국인들에게 낮 시간대 텔레비전 토크쇼의 전설과 같은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도나휴가 수천 번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국가의 담론을 이끌었다”고 했다. 1980년엔 방송계에서 권위 있는 피바디상을 수상했다.

1935년 미 오하이오주(州)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난 도나휴는 1967년 11월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한 방송국에서 ‘필 도나휴 쇼(나중에 도나휴로 바뀜)’라는 토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첫 방송의 게스트가 미국의 무신론 운동가이자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여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매덜린 머레이 오헤어였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토크쇼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초대돼 거침없는 토론을 벌이곤 했다. NYT는 “도나휴는 인권과 국제 관계처럼 고상한 주제부터 ‘남성 스트리퍼’와 ‘안전한 난교 섹스’처럼 얼굴을 붉힐 정도로 저속한 주제까지 질문을 던졌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까지만 해도 토크쇼의 공식처럼 여겨졌던 오프닝 때 진행자의 독백이나 밴드, 조연, 소파도 없이 오로지 그와 게스트가 하나의 주제에 대해 대화를 하며 때로는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밀고 질문을 하는 등 파격적인 진행 방식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또 냉전 시대 말기인 1980년대 당시 소련 언론인 블라디미르 포즈너와 함께 실험적인 국제 방송인 ‘미국-소련 스페이스 브리지’라는 방송을 했는데, 방송에 참여한 청중들은 화면을 보며 상대방 국가의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지도 했다. 그의 토크쇼 방식은 후배 방송 진행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필 도나휴가 없었다면 ‘오프라 윈프리 쇼’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 적도 있다.

도나휴 쇼는 전성기였던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는 전국 200여개 방송국을 통해 송출됐고 당시 평균 시청자수는 800만명에 달했다. 사람들은 스튜디오 티켓을 구하기 위해 1년6개월을 기다리기도 했다고 한다. 팝스타 엘튼 존, 복서 무하마드 알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등 수없이 많은 유명인이 그의 방송에 출연했다. 하지만 1980년대에 시작된 ‘오프라 윈프리 쇼’ 등 수십 개의 후발 토크쇼에 밀리기 시작하며 1996년 방송계를 떠났다. 2002년 미 MSNBC에 복귀해 ‘도나휴 쇼’를 진행했지만 이 역시 부진해 6개월 만에 종영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는 진지하고 솔직한 주제를 다뤘고 시청자가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경쾌한 포맷을 대중화해 오프라 윈프리 등 후계자에게 문을 열어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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