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스토리]“폐동맥 고혈압, 조기 발견하면 장기생존 가능”

차준호 기자 2024. 8.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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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란(가명·40) 씨는 최근 몸이 붓고 피로감이 심해지면서 숨이 차는 증상을 자주 경험했다.

신성희 인하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흉부 방사선검사, 심전도,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우측 심장이 커지고 우심실 기능이 크게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폐동맥 고혈압'을 의심했다.

과거 폐동맥 고혈압을 진단받으면 평균 생존율이 2∼3년에 불과했지만 최근 진단 기술과 폐동맥 고혈압 약물 치료가 발전하면서 조기 진단이 이뤄지면 장기간 생존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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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폐 사이 혈관 좁아지는 질환
과도하게 혈압 올라 심부전 위험도
피로감-호흡곤란-부종 땐 진료 필요
초기 약물치료하면 20년 이상 생존
신성희 인하대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조기 발견과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김정란(가명·40) 씨는 최근 몸이 붓고 피로감이 심해지면서 숨이 차는 증상을 자주 경험했다. 동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엑스레이 검사에서 심장이 커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의료진은 대학병원에서의 진료를 권유했고 김 씨는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신성희 인하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흉부 방사선검사, 심전도,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우측 심장이 커지고 우심실 기능이 크게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폐동맥 고혈압’을 의심했다.

김 씨는 입원을 통해 우심도자술(폐혈관 압력을 직접 측정하는 검사)을 받았다. 검사 결과, 폐동맥 혈압이 높고 폐 저항이 상승한 것이 확인돼 폐동맥 고혈압이 확진됐다.

김 씨는 현재 약물 치료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폐동맥 고혈압을 진단받으면 평균 생존율이 2∼3년에 불과했지만 최근 진단 기술과 폐동맥 고혈압 약물 치료가 발전하면서 조기 진단이 이뤄지면 장기간 생존이 가능하다.

신 교수에 따르면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과 폐 사이에 있는 폐혈관이 좁아지면서 폐동맥 저항이 올라가고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폐동맥의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혈압과는 달리 폐순환계 내의 혈압 상승이 일어나 우심실의 부담을 가중해 ‘심부전’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폐동맥 고혈압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대한폐고혈압학회는 관련 연구를 통해 폐동맥 고혈압을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10∼20년 이상으로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폐동맥 고혈압은 조기 진단이 어려운 질환 중 하나다. 발생률이 낮은 희소 질환인 데다,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초기에 오진 가능성이 높다.

폐동맥 고혈압은 피로감, 호흡곤란, 부종 등 일반적인 빈혈이나 심장질환, 폐질환 등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의료계에선 폐동맥 고혈압을 제대로 진단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환자가 해마다 4500∼6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기준으로 2022년에 폐동맥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3300명에 불과하다.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숨겨진 환자가 많다는 의미다.

폐동맥 고혈압을 제때 진단받지 못하거나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 사망률이 높은 만큼 관련 경험이 많은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통해 빠르고 정확히 진단받아 치료해야 한다. 더욱이 폐동맥 고혈압은 희소 질환이어서 진단과 치료 역량을 갖춘 병원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심장내과와 류머티즘내과,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등 여러 진료과와의 협진 체계도 갖춰야 한다.

폐동맥 고혈압은 완치되는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약제가 개발되면서 평균 생존 기간이 확진 후 2.8년에서 7.6년으로 늘어났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 약을 2가지 이상 쓰는 병합 치료를 초기에 시행하면 생존율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신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희소 질환이고 생존 기간이 짧다는 인식이 강해 진단을 받으면 미리 두려워하는 환자가 많다”며 “최근 약물과 치료법의 발전으로 장기 생존도 가능해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기 진단이 치료의 핵심인 만큼 필요한 경우 환자는 빠르게 전문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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