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종 칼럼] 흔들리는 정보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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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견고해 보이지만 속은 허물어져 가는 낡은 2층 집'.
최근 우리 정보기관을 논할 때 가장 자주 떠오르는 비유다.
지난 달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의 기소 사건은 한미 동맹의 안보 협력과 직접적으로 연관 짓기 어려울 수 있으나, 이 사건이 드러낸 우리 정보기관의 임무수행상의 허점은 국가 안보를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국가의 안전과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를 탐지하고 신속히 대응하는 정보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견해는 다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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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견고해 보이지만 속은 허물어져 가는 낡은 2층 집’. 최근 우리 정보기관을 논할 때 가장 자주 떠오르는 비유다. 외관은 위엄을 지닌 듯하지만, 내부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로 그동안 쌓아온 평판과 위상은 심각한 퇴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의 기소 사건은 한미 동맹의 안보 협력과 직접적으로 연관 짓기 어려울 수 있으나, 이 사건이 드러낸 우리 정보기관의 임무수행상의 허점은 국가 안보를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국가의 안전과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를 탐지하고 신속히 대응하는 정보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견해는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충격적인 사건이 최근 대북 정보의 최전선에 위치한 국군정보사령부에서도 발생했다는 사실은 그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이번 사건은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된 ‘블랙 요원’의 신상 등 해외 정보망이 단번에 유출된 중대한 사태로, 이를 복구하는 데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 시스템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근본적인 재정비를 통해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이 잠복해 있던 기강 해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외부의 위협보다 내부의 위협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전략과 인재를 갖추고 있더라도, 조직의 기반이 흔들리면 유사한 사고는 언제든 재발 할 수 있다.
얼마 전 ‘위키리크스’는 미국 국가안보 국(NSA)이 전 세계 국가수반들을 대상으로 감청 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는 미국이 첩보 활동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첩보 초강대국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목적이 단순히 반(反) 테러뿐만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패권 장악에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첩보 비용이 군사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정보력이 군사력보다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를 통제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로 군림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 모든 국가는 군사 주권보다 정보 주권이 더 중요한 ‘첩보 제국주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가 국가의 생존을 위해 '정보기관 대전(大戰)'에 돌입하고 있지만, 지금 한국의 민·군 정보기관은 오히려 점차 그 역량을 상실하고 후퇴하고 있다.
국정원은 대공수사권을 잃어 스파이 검거 능력이 약화되었으며, 군 정보망은 기강의 붕괴와 정보 유출로 인해 심각한 혼란 상태에 빠져 있다. 사이버 안보법 제정과 '간첩죄'의 적용범위 개정논의조차 정치적 이해관계에 묻혀 지지부진하다.
이번 사건들은 정보기관의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가치가 필요한지 깊이 고민해야 할 중요한 전환점이다. 단순히 임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우연의 사고라는 잘못된 전제는 정보기관의 역할을 묵살한 채 조직의 퇴행을 조장할 뿐이다.
정보기관의 활동이 법을 넘어 인권을 침해하고 국민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과 핵·미사일 도전에 직면한 우리에게 정보활동은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실은 늘 규범을 앞선다. 정보활동의 궁극적 명분은 정치적 논쟁을 넘어, 오직 국익을 위한 당위적 논리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정보 역량이 더 이상 무너지기 전에, 어떤 정보활동이 더 적절하고 효과적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가장 큰 위기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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