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는 게 최우선”… 모습 드러낸 카멀라노믹스

류재민 기자 2024. 8. 2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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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값 바가지 씌운 기업 엄단”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장에서 처음으로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6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취임 100일’ 경제 구상을 발표했다. 만약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처음 100일 동안 가장 중점을 둘 경제정책이 무엇인지 밝힌 것이다. 현 정부를 이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드노믹스(바이든의 경제정책)’와 ‘카멀라노믹스(카멀라 해리스의 경제정책)’의 청사진이 얼마나 다를지 그 윤곽을 처음 드러낸 만큼 시선도 집중됐다.

해리스는 서민 경제 회복을 위한 물가 안정에 가장 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회의 경제’라고 이름 붙인 자신의 경제정책을 설명하며 “중산층의 경제적 안정성을 진전시키는 데에 집중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나치게 높은 미국 가계의 생계 물가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에 대해 “바이든은 중산층을 부흥시키기 위한 핵심 포인트로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잡았지만, 해리스는 ‘물가 잡기’로 방향을 튼 것 같다”고 했다.

해리스의 ‘1호 경제정책’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식료품 가격 폭리 근절’이다. 기업이 식료품 가격을 인상해 고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못하도록 연방 차원에서 규제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 부당 착취와 폭리 취득’을 방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연방거래위원회와 주 법무장관에게 위반 혐의를 받는 기업을 조사·처벌할 권한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대기업 임대업자들이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사모펀드와 투자 기업들이 임대주택을 대량 사재기할 경우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정부가 시장가격에 부당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트럼프 캠프는 “역사상 가장 사회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모델에 필적한다”면서 “베네수엘라나 쿠바에서나 내놓을 법한 가격 통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대기업에 돌리는 것을 주저했던 ‘바이드노믹스’의 경로에서 급격히 벗어나 식료품 가격을 인상한 기업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고물가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추가로 재정을 투입해 지원하겠다는 또 다른 정책들도 잇따랐다. 신생아가 있는 가정에는 최대 6000달러까지 아동 세액공제를 해주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겐 2만5000달러 계약금을 지원한다고 했다. 처방약 자기 부담 한도를 최대 2000달러(2025년 기준)까지 낮춘 메디케어(미국의 노인 의료보험 제도) 혜택을 전 국민에게 확대하고 의료 채무 탕감을 해주는 서민 지원책도 포함했다. 이에 반대편에선 ‘물가는 반드시 잡겠다’고 발표해 놓고, 긴축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 돈줄을 묶어 물가를 낮추는 ‘정공법’을 피한 채 땜질식 포퓰리즘 처방만 내놓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카멀라노믹스’의 불안한 첫 출발에 친민주당 성향의 미 언론들도 우려를 표시했다. 오바마 행정부 경제 자문을 맡았던 제이슨 퍼먼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장점은 없고 단점만 있는 정책”이라며 “합리적이지 않다. 가장 큰 희망은 결국 (이날 발표한 경제정책이) 수사(修辭)로 그치고 현실화되지 않길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WP 역시 16일 사설에서 “해리스는 실질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대신 포퓰리즘적 속임수로 시간을 낭비했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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