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 새 강령 “트럼프는 한국 협박, 우린 동맹 외면 않겠다”

시카고/김은중 특파원 2024. 8. 20.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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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해리스 정부’ 강령 발표하며 전당대회 개막
“트럼프는 北 김정은에 아첨하고, 주한미군 철수 위협”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가 18일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국제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면서 나란히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위축됐던 당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정말 해볼 만하다는 희망을 느낀다.” “선거가 더 흥미진진해지지 않았나. 우리가 승리하리라는 확신이 점점 강해진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추인하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19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일리노이주(州) 시카고는 대선 출정식이 개막하기 하루 전인 18일 이미 전국에서 당원과 지지자가 집결해 흥분이 고조됐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지지자들은 부진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물러난 후 등판해 한 달 만에 선거 판도를 흔든 해리스의 선전(善戰)을 높이 평가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첫 흑인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에 기대를 드러내는 이가 많았다. 시카고는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2009~2017년 재임)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공화당은 앞서 지난달 15~18일 대표적 경합주인 위스콘신의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J D 밴스 상원의원을 각각 대통령·부통령 후보로 확정했다.

그래픽=김현국

민주당은 이날 해리스가 당선될 때 내놓을 정부의 핵심 정책 방향을 적시한 정당 강령(정강)을 이날 공개했다. 정강은 2021년 취임 이후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를 핵심 외교 슬로건으로 내세운 바이든의 외교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동맹국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국 등 인도·태평양 국가의 중요성을 수차례 다루고 한국을 14차례(북한 포함) 언급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동맹국, 특히 한국 편에 서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날 저녁 공개된 92쪽 분량 정강은 트럼프를 150차례 언급할 정도로 ‘트럼프와 다른 점’을 부각했다. 특히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는 북한 독재자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으며 그에게 아첨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 미국을 당혹스럽게 했다. 트럼프는 무역 분쟁 및 주한 미군 철수 등으로 우리(미국)의 소중한 동맹인 한국을 직접 위협했다”고 적었다. 지난달 발표한 공화당 정강은 한국에 대한 언급 없이 “동맹들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확실하게 이행하도록 하겠다”며 방위비 추가 분담 압박 등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확실히 했다.

그래픽=김현국

민주당 정강은 전당대회 첫날인 19일 대의원 투표로 확정할 예정이다. 정강에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및 동맹 경시 기조와 차별화한, ‘민주당의 미국’은 동맹 중시 노선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트럼프 1기 당시 미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철강 등에 대한 관세 인상 등으로 한국을 압박했다.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한국에 또다시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전방위적으로 한국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재협상, 주한 미군 철수 등이 재차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지난달 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발표한 공화당 정강은 ‘공동 방위 의무’를 언급함으로써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고립주의 노선에 대한 동맹국들의 불안을 의식한 듯 정강에서 트럼프를 150차례나 언급해 차별화를 확실히 했다.

민주당은 정강에 한국을 ‘소중한 동맹(valued ally)’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같은 동맹과 함께 서겠다. (북한 도발 등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강압에 저항하기 위해 전통적 동맹을 계속 굳혀가는 한편 지역 동반 관계를 확대하겠다”고 적었다. 캠프데이비드에서 치른 한·미·일 정상회의와 지난해 4월 한미 정상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 등을 언급하고 “바이든의 지도력에 따라 세 나라가 역사적인 회의를 개최했다. 한국과는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으며, 일본과 제3국 억지력 논의를 확대했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 임기 때도 바이든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연결되고 번영하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는 인도·태평양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강은 바이든이 사퇴(지난달 21일)하기 닷새 전에 편집돼 아직 ‘바이든’을 ‘해리스’로 수정하지 못한 채 공개됐다. CNN은 민주당 관계자들 말을 인용해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해리스가 정강 골자를 수정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정강은 북한을 여섯 차례 언급하면서 “북한의 불안정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따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북의 급격한 군사 밀착을 언급하면서 “러시아는 군사 장비 판매와 경제 동반 관계를 통해 전 세계의 자유를 공격하려는 노력에 북한·이란·중국을 동참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올해 공화당 정강이 북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2016·2020년 대선을 앞두고 채택한 공화당 정강엔 북한에 대한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 요구 등 한반도 정책이 언급됐지만 이번엔 사라졌다. 이런 흐름은 트럼프가 최근 유세 도중 김정은에 대해 “날 기다릴 것” “핵무기 많은 자와 잘 지내면 좋다” 등 추켜세우는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민주·공화당 정강이 일치하는 측면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적대적 대중(對中) 정책이다. 민주당 정강은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의도와 군사·경제·외교·기술 역량을 결합한 유일한 글로벌 행위자”라며 “우리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이익에 반해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일을 경계하겠다”고도 했다. 공화당 정강도 “불공정 무역으로 미국 노동자와 농민이 피해 보지 않도록 보호하겠다”며 중국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 인상 등 무역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악수를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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