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의 반걸음 육아 33] 잘 자라고 있겠지

교사 김혜인 2024. 8. 2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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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김혜인] 키즈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공기가 반긴다. 아이도 즐겁게 트램펄린으로 달려간다. 이곳이 없다면 이 더운 여름 어떻게 아이를 키울까 싶어 절로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

작년까지만 해도 키즈카페에 간 날을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여름엔 매주 서너 번 가고 있다.

아이는 키즈카페에도 적응이 필요했다. 처음 주먹만 한 플라스틱 공이 가득 찬 볼풀에 함께 들어갔을 때다. 아이는 곧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는 듯이 울면서 내 손을 이끌고 나왔다. 그러나 이제는 볼풀장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서 공에 얼굴을 파묻어 보기도 한다.

엄마 마음에 욕심이 생겼다. 다음 목표는 작은 편백 나무 조각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편백 나무 방이다. 다른 애들은 장난감 삽이나 굴착기로 편백 나무 조각을 퍼담았다 쏟아부으며 논다.

내 아이는 아직 들어가 본 적조차 없다. 나는 또 다시 아이를 유인하기 위해 내가 먼저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엔 아이가 우는 대신 아예 나를 외면하고 다른 데로 가버렸다. 머쓱하게 있는데 어떤 아이가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가 인사하며 편백 나무 조각을 한 움큼 쥐어 발에 뿌려주니 아주 좋아했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 보니 그 아이 아빠가 와서 민망히 웃으며 데려갔다.

모름지기 키즈카페는 아이를 풀어놓고 엄마, 아빠는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며 쉬는 곳이건만, 나는 아이가 새로운 시도를 하게 하려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함께 놀아준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 보이는지, 부모와 떨어져 놀던 다른 애들이 은근슬쩍 내게 와서 같이 놀고 싶어 한다. 나는 키즈카페에서 꽤 인기가 많다.

또 하나 꾸준히 노력 중인 게 있다. 아이가 트램펄린에서 두 발로 점프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것이다. 트램펄린은 감각통합치료를 받을 때 치료사마다 많이 권한 활동이다. 전정감각과 고유수용감각을 자극하여 발달에 좋다고 했다. 두 발 뛰기를 할 수 있느냐는 두 돌이 되는 시기에 점검하는 발달 지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키즈카페에서 보면 더 어린애들도 점프를 잘한다. 내 아이는 트램펄린 위에서 냅다 달리거나 다른 애들이 뛰는 곳 근처에 가서 누워 있기 일쑤다. 자기도 점프하고 싶을 땐 내게 와서 두 손을 잡고 쳐다본다. 그렇게 손을 잡고 마주 서서 내가 뛰면 그 반동으로 아이 두 발이 바닥에서 뛰어오른다.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에 신나게 뛰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다른 집은 애들 체력을 빼러 키즈카페에 간다고 하는데, 나는 내 체력을 다 소진하고 온다. 때로는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에 빠진 엄마들이 부럽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있을 수 있겠지.

아이가 난생처음 키즈카페에 갔을 때가 떠오른다. 아이는 바닥에 누워서 천장 조명만 바라보았다. 그때 별것 아닌 장난감만으로 해맑게 웃는 다른 애들을 보며 내 아이도 저렇게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까 부러웠다.

“아이 에 야 야.” 이제는 트램펄린에서 놀면서 어찌나 시끄럽게 소리 내며 키득거리고 웃는지, 다른 애들이 다 쳐다본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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