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피소, 방송 진행자는 해고당해… XY 염색체 강펀치는 계속된다
지난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내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성별 논란’의 후폭풍이 계속해서 거세게 불면서, 미국 미디어 업계와 정가까지 뒤흔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진 선수가 여성 선수와 맞붙어 경쟁하는 것이 과연 공정하냐는 논란이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논쟁으로 확산되고, 해당 선수를 비판하는 글을 쓴 이들이 ‘온라인 괴롭힘(bullying)’ 혐의를 받으며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까지 놓이자 파장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자사의 인기 프로그램 ‘선데이 NFL(미국풋볼리그) 카운트다운’의 진행자 샘 폰더를 해고했다고 최근 밝혔다. 폰더는 계약 기간이 한 해 정도 남은 상태였다.
처음 해당 사실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주변에선 “ESPN이 재정적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폰더의 연봉이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ESPN은 그러나 작년 중순에 이미 비용 절감을 위해 간판 출연자를 정리 해고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에 폰더가 지난 7일 X(옛 트위터)에 ‘XY=남성, XX=여성’이라고 쓴 것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폰더가 쓴 글은 당시 올림픽 여자 복싱 66㎏급과 57㎏급에서 각각 금메달을 딴 이마네 켈리프(25·알제리)와 린위팅(29·대만)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켈리프와 린위팅은 앞서 작년 3월 국제복싱협회(IBA)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혈액 검사 결과 여성부 경기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를 받은 바 있다. IBA는 규정상 염색체(XX·XY)를 기준으로 성별을 구분하는 만큼, 두 선수에게서 XY 염색체가 검출됐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런 두 선수가 이후 올림픽에 출전하자 논란에 불이 붙은 것이다. 폰더의 글은 이 두 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폰더의 해고 소식이 전해지자 전미대학스포츠협회(NCAA) 수영 선수 라일리 게인스는 즉각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ESPN은 NFL이 시작하기 3주 전에 ‘남성은 여성 스포츠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한 폰더를 해고한 것인가”라고 쓰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각종 커뮤니티도 들끓었다. “ESPN은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으로 과도한 PC주의를 뜻함) 미디어” “이것이 ESPN이 실패하는 이유”라는 식의 비난도 쇄도했다.
한쪽에선 켈리프의 성별을 두고 “남성”이라고 주장한 이들이 ‘온라인 괴롭힘 혐의’로 검찰 수사 및 재판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켈리프가 올림픽이 끝난 뒤 자신의 성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유명 인사들을 검찰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피고소인 명단에는 X에 켈리프를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던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롤링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포함됐다.
일각에선 이번 논란이 정치적 올바름을 둘러싼 또 다른 논쟁과 의견 대립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XY 염색체를 지닌 선수가 여성으로 출전하거나, 혹은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성 부문에 출전하는 선수가 잇따라 나오면서 이를 ‘공정한 경쟁’이라고 보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빗발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선 트랜스젠더 여성이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하거나 월등한 실력을 보여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 염색체를 가진 선수가 사실상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트랜스젠더가 된 수영 선수 리아 토머스다. 일각에선 그가 “남성부로 출전했을 땐 462위였지만 2022년 3월 여성부로 출전한 NCAA 여자 자유형 500야드(약 457ⅿ)에 나왔을 땐 1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진보 진영에선 반면 이 문제를 성소수자의 권리 문제로 해석한다. 켈리프와 린위팅은 성전환자도 아니고 실제 XY 염색체를 가졌는지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는데, 예민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피해자라는 시각이다. 진보 성향의 미 매체 MSNBC는 “이 모든 논란은 트랜스젠더 반대 운동이 얼마나 더 멀리 확산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개인의 신념과 성향에 따라 이 문제를 바라보는 의견이 격돌하자, 정치권도 해당 논란에 발을 들이는 모습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 펜실베이니아주(州) 유세에서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남자였고 여성으로 성전환해 복싱에 출전했다”면서 “남성을 여성 스포츠에서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선수들이 성전환 수술을 받은 적은 없지만, 잘못된 주장을 펼치면서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반면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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