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불황에, 밀폐용기가 불티난다

이기우 기자 2024. 8. 2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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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소재·기능 앞세워 인기

생활용품점 다이소에서는 최근 밀폐 용기 ‘말랑핏’이 인기다. 다른 플라스틱 용기보다 유연한 소재로 냉동실에 장기간 보관해도 파손 우려가 적다는 게 주부들 사이에서 소문을 탔다. 다이소가 5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이달까지 200만개 넘게 팔렸다. 다이소 관계자는 “이 제품은 요즘 입고하면 거의 품절되곤 한다”고 말했다.

홈쇼핑과 이커머스 등에서도 밀폐 용기 판매가 늘었다. 홈쇼핑 업체인 GS샵에서는 올해 상반기 주문액이 1년 전보다 193% 늘었다. 외식 물가가 급등하면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직장이나 학교로 도시락을 사들고 가는 ‘도시락족’이 늘어난 것이 밀폐 용기 매출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올여름 유난스러운 폭염과 내수 부진 장기화에 밀폐 용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나쁘고, 물가가 오를 때 밀폐 용기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6월부터 계속된 무더위로 가정에서 식품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밀폐 용기가 잘 팔리는 이유로 꼽힌다.

밀폐 용기 업체들도 새로운 소재와 보관 기술을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냉동실에 보관해도 잘 깨지지 않고, 진공 기술로 보관 기간을 늘리는 등의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과거 ‘락앤락’으로 대표되던 국내 밀폐 용기 시장이 최근에는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 제품군이 가세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

◇불황, 폭염이 다시 불러낸 밀폐 용기

국내 밀폐 용기 시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성장이 정체됐다. 집마다 기능이 비슷한 플라스틱 용기를 갖춘 탓에 밀폐 용기를 새로 장만하는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1999년 처음으로 사각형 밀폐 용기 업계를 출시한 락앤락은 2017년 사모펀드에 인수됐고, 2021년부터 영업이익이 줄더니 지난해 18년 만에 211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시장 1위 업체 락앤락이 주춤할 때 다른 업체들은 채소·과일 보관용, 냉동실 보관용, 에어프라이어·오븐 조리용 등 세분화한 제품을 내놓으며 차별화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고물가가 이어지자 소비자들이 다시 밀폐 용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판매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밀폐 용기 기능의 차별성에 큰 관심이 없던 소비자들이 다양한 디자인과 용도를 갖춘 제품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교체 주기도 과거 5년에서 최근엔 1~2년 정도로 짧아졌다”고 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국내 브랜드 ‘바퀜’ 제품은 밀폐 용기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드는 기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용기 내부를 진공으로 바꾸면 마늘·대파 등 채소는 보관 기한을 최대 두 달까지 늘릴 수 있다. 대량으로 구매했다가 남은 식재료를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다시 진공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코멕스산업의 ‘에코 클리어’ 제품은 내부가 유리에 가까울 정도로 투명한 플라스틱 소재를 써 뚜껑을 열지 않고도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밀폐 용기가 인기를 끌면서 제조 업체들의 실적도 개선됐다. 코멕스산업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밀폐 용기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4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바퀜 브랜드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메이커빌 관계자는 “작년 1년간 바퀜 매출이 약 1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120억원을 기록했다”고 했다.

◇해외 고가 제품도 판매 늘어

타파웨어, 그린박스 같은 고가의 해외 밀폐 용기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이 제품들은 용기 20여 개가 포함된 1세트 가격이 20만원에 육박하지만, 홈쇼핑 등에서 판매액이 작년보다 훨씬 늘었다.

타파웨어는 냉동실 전용 제품을 비롯해 냉장실이나 전자레인지에서만 사용하는 용기 등 세분화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타파웨어의 국내 매출은 32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400억원까지 늘 전망이다. 미 업체 데비마이어의 ‘그린박스’는 과일·채소 등 신선 식품을 최장 3주까지 보관할 수 있는 기능성 제품으로 인기가 높다. 올해 상반기 GS샵의 그린박스 주문액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해 밀폐 용기 제품 중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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