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예능 거쳐 프로 무대 입성
지난 18일 롯데와 키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는 10회말 롯데 전준우의 끝내기 홈런으로 롯데가 5대4 극적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전준우는 명품 조연일 뿐. 주연은 3회초 구원 등판해 6회까지 ‘인생투’를 던진 신인 투수 정현수(23)였다.
롯데는 3회초 선발 이민석이 연달아 볼넷을 내줘 1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이날 2군에서 올라온 정현수를 올렸다. 그는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와 커브로 삼진을 잇따라 잡아냈다. 6회초 사직 홈 관중 환호와 기립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3과 3분의 1이닝 7탈삼진. 11타자 중 7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뒤이어 나온 한현희가 동점 홈런을 내줘 데뷔 후 첫 승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첫 홀드를 기록했다.
정현수는 송원대 출신으로 프로야구 신인 선발에서 외면받다가 작년 야구 예능 방송 ‘최강야구’에서 인상적 투구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2024 드래프트(2라운드 13번)로 롯데에 지명돼 프로 무대 입성에 성공했다.
올 시즌 주로 2군에 머물며 종종 1군에 올라왔지만 신통치 않았다. 지난 4월 프로 데뷔 첫 등판(삼성전)에서는 1볼넷 1실점, 지난 6월 키움전 생애 첫 선발 등판에선 2와 3분의 1이닝 4볼넷 3피안타 1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다. 7월에도 두 차례 구원 등판했지만 ‘최강야구’ 시절 예리한 커브와 제구력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은 6점대. 김태형 감독은 “아직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포심 패스트볼은 최고 시속 143km, 최저 139km로 방송 출연 때보다 빨라졌다. 주 특기인 커브를 11개, 슬라이더를 19개 던졌는데 모두 절묘하게 꺾이며 상대 타자 방망이를 피해 가거나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꽂혔다. 이날 던진 공 48개 중 36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 “변화구 제구를 저렇게 완벽하게 할 수 있느냐”는 감탄이 나왔다.
정현수가 이대로 호투를 이어간다면 8월 들어 12경기 9승을 거두며 ‘가을 야구’ 열망을 가열하는 롯데로선 말그대로 가뭄에 단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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