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K콘텐츠, 재주만 넘고 돈은 누가?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4. 8. 20. 00: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 /뉴스1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혼다 센터. 디즈니의 최대 팬 축제 ‘D23′ 쇼케이스 무대에 오른 조시 다마로 디즈니 익스피리언스(Experience·경험) 회장이 공격적인 크루즈·테마파크 확장 계획을 공개하자, 현장에 있던 1만2000여 명의 디즈니 팬은 우레 같은 환호와 박수로 회답했다. 디즈니 놀이공원·크루즈·리조트 등 체험형 상품을 총괄하는 그는 3시간 동안 ‘역대급 확장’이라 불릴 만한 신규 프로젝트를 조목조목 공개했다. 현장의 한 팬은 “어릴 적부터 디즈니랜드는 가장 행복한 곳이었고, 확장 소식이 너무 반갑다”며 “내 아이를 데리고 재방문할 것”이라고 했다.

디즈니는 지난해 체험 사업 확장을 위해 향후 10년 동안 600억달러(약 80조원)를 쓴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지출한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D23 직전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익스피리언스 부문 영업이익이 소폭 하락한 지난 2분기 실적이 발표됐음에도 다마로 회장은 “오늘 공개한 모든 것은 꿈같은 얘기(blue sky)가 아니다”라며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다.

디즈니가 체험 사업을 이토록 중시하는 이유는 이 부분이 이른바 ‘플라이휠’ 전략의 핵심 구성이기 때문이다. 1957년 월트 디즈니가 고안한 ‘플라이휠’ 전략은 디즈니가 보유한 영화·캐릭터 등을 체험 사업에 적용해 잊기 힘든 ‘몰입 경험’을 만들고, 평생 디즈니를 찾는 충성 소비층을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체험 부문의 영업이익은 디즈니 전체 영업이익의 69%를 차지했다. 체험이야말로 디즈니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는 것이다.

101년 역사를 지닌 디즈니의 공격적 투자를 보면서,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의 체험 산업 육성의 현주소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글로벌 인기를 휩쓴 ‘K명작’은 너무 많다. 하지만 이를 활용해 꾸준히 관광 수익을 내고, 팬들을 자꾸만 돌아오게 하는 ‘K체험 명소’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은 드물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에 앞서 오는 10월 뉴욕에서 대형 몰입 체험관을 연다는 소식에 K드라마의 변화한 위상에 감탄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아쉬워지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오징어 게임처럼 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타고 글로벌 인기를 얻는 K콘텐츠의 사례는 훨씬 많아질 것이다. D23 현장에서 만난 에릭 슈라이어 디즈니 TV 스튜디오 및 글로벌 오리지널 전략 부문 사장은 “K콘텐츠의 완성도는 장르 불문 세계 정상급”이라 치켜세우며, 디즈니 플러스·넷플릭스·애플TV 등이 뛰어난 한국 제작자·배우들을 잡으려 치열한 쟁탈전까지 벌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할리우드의 나라 미국의 극찬을 받았다는 사실에 고무되기도 잠시, 또다시 생각이 많아졌다. 번영하는 K콘텐츠의 ‘플라이휠’ 주도권은 한국이 잡고 있는 게 맞을까. 칭찬에 기뻐만 하기엔 너무 큰 것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