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한일 이색 협업①] 언어·장르 초월한 음악의 힘
김다현X스미다 아이코&소희X카노 미유 이색 조합
"문화는 국가를 초월해 교류"
엔카의 일본과 트로트의 한국. 최근 '한일가왕전'을 통해 비슷한 듯 다른 엔카와 트로트 대결이 펼쳐졌다. 경쟁을 넘어 문화 교류의 의미까지 있었던 서바이벌을 넘어 양국 가수들의 특별한 협업까지 이뤄지고 있다. 그 의미를 짚어보고 가수들의 소감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한국과 일본의 콘텐츠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드라마와 예능은 물론이고 음악까지 그 영역이 전방위적이다. 특히 음악 영역에선 이제 K팝 그룹에 일본인 멤버가 없으면 허전할 정도고 아예 한일 합작 그룹들도 있다. 이 흐름에 트로트도 합세했다. 예능으로 시작한 협업이 한일 듀엣으로까지 이어졌다.
매일 매일 수많은 곡이 쏟아지는 가요계에서 듀엣 곡과 리메이크 곡은 사실 새로울 게 없다. 그런데 한국 가수와 일본 가수가 뭉쳐 가요사에 한 획을 그은 곡을 새롭게 부른다면 제법 신선하다. 최근 연이어 공개된 Lucky팡팡(김다현X스미다 아이코)의 '담다디'와 아틀란티스 키츠네(소희X카노 미유)의 '어머나!'가 그렇다.
이들 조합이 탄생한 배경엔 MBN '한일가왕전'이 있다. 한국의 '현역가왕'과 일본의 '트롯 걸즈 재팬'의 각 톱7이 한 자리에서 음악으로 대결을 펼친 프로그램이다. 최종 MVP를 거머쥔 김다현을 비롯해 상큼 에너지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주목을 받은 스미다 아이코 그리고 걸그룹 네이처 출신 소희와 카노 미유 모두 여기서 맹활약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트롯 걸즈 재팬'이다. 이미 비슷한 느낌의 음악 장르 엔카가 굳건하게 뿌리내린 일본에 트로트를 소개한다는 게 자칫 무모한 도전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트롯 걸즈 재팬'을 기획·제작한 정창환 n.CH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작지만 유의미한 가능성을 봤고 이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는 <더팩트>에 "트로트가 K팝 같이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도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가지고 오랜 기간에 걸쳐 제작했다"며 "지금은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트로트 열풍이 일고 있다. 한국 트로트라는 이름으로 일본인 가수들이 활동을 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크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러한 각국 대중문화가 음악으로 서로 교류하고 융합되게 하는 것이 K팝 글로벌화의 시작이었고 트로트 영역으로 넓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한일 트로트 듀엣으로 프로젝트를 확장한 이유다.
정 대표는 "김다현과 스미다 아이코는 10대 특유의 밝고 맑은 에너지를 갖고 있고 실력도 특출난 천재 소녀들이기에 이 조합을 한국과 일본의 팬 분들이 모두 응원하는 시선으로 봐주실 거라 생각했다", "소희와 카노 미유는 K팝과 트로트의 결합을 가장 잘 보여줄수있는 조합이라고 생각했고 기존의 트로트에서 음악도, 콘셉트도, 비주얼도 모두 더 진화한 형태의 걸그룹을 만들고 싶었다"고 Lucky팡팡과 아틀란티스 키츠네 탄생 배경을 소개했다.
프로그램에서 걸출한 실력과 다채로운 매력으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것에 그치지 않고 한일 듀엣을 결성해 정식 음원을 출시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데 이들이 리메이크한 곡이 무려 한 시대를 풍미한 '담다디'(1988)와 '어머나!'(2004)다. 가수 조합부터 곡 선정까지 여러 면에서 유의미한 프로젝트다.
Lucky팡팡과 아틀란티스 키츠네 두 팀은 각각 이상은과 장윤정의 솔로인 원곡 '담다디'와 '어머나!'를 듀엣으로 바꿨고 시대에 맞게 젊은 감각을 더했다.
Lucky팡팡은 '담다디'를 디스코 버전으로 재해석했다. 레트로한 신디사이저와 화려한 일렉트로닉 드럼 사운드로 80년대 디스코텍, 롤러장 분위기를 재현했다. 원곡의 유쾌한 바이브와 더불어 후렴구에 중독적으로 반복되는 '팡팡' 사운드를 통해 과즙이 '팡팡' 터지는 듯한 생기를 강조했다.
아틀란티스 키츠네에 의해 20년 만에 재탄생한 '어머나!'는 풍부한 신디사이저와 키치한 사운드 이펙트, 어택감을 끌어올린 악기들로 중독성과 흥을 극대화해 더욱 영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유로댄스를 연상케 하는 신나는 리듬과 댄스 브레이크까지 20년 전 장윤정이 그랬던 것처험 폭넓은 세대의 흥을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 대표는 "한국에서 유명하고 좋은 곡임과 동시에 일본의 발매와 활동까지 염두에 뒀을 때 아티스트들의 색깔을 잘 살리면서도 한일 양국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곡을 선택하려고 고민했다"며 "두 곡 모두 반복되는 멜로디와 발음이 일본 사람들에게도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한국어로 된 노래를 일본 친구들이 불러야 하는 부분과 언어적, 문화적 부분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 가장 컸다. 그런데 이 부분은 스미다 아이코와 카노 미유가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해줘서 좋은 결과물이 탄생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엔카가 익숙한 스미다 아이코와 카노 미유에게 한국어로 트로트 명곡을 재해석하는 것은 생소하고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훌륭하게 소화했다.
스미다 아이코는 "엔카와 트로트는 듣다 보면 멜로디의 가락이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곡이 많다는 것도 공통점인 것 같다. 다른 점은 창법, 감정을 담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엔카는 감정을 억제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은데 트로트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가왕전'에서 한국 가수 노래를 듣고 반했다. 가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에도 노래에 담긴 감정이 전해져 감격했다.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음악에 좋은 의미에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언어가 완전히 전달되지 않아도 감정이 전달된다는 것은 음악의 힘과 위대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카노 미유는 "엔카와 트로트의 비슷한 점은 멜로디의 한음 한음에 실린 가사의 무게감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는 국가를 초월해 교류함으로써 서로를 리스펙트하는 마음이 자라기 때문에 매우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일본에서 K팝이 팬들의 활력인 것처럼 한국 팬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에너지를 드리고 싶다"고 바랐다.
한일 트로트 듀엣 프로젝트는 활동 영역이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Lucky팡팡의 '담다디'는 오는 21일, 아틀란티스 키츠네의 '어머나!'는 오는 9월 중 일본에서 일본어 버전으로 정식 발매된다. 더불어 '트롯 걸즈 재팬' 출연자들은 지난 17일 '2024 트롯 걸즈 재팬 1st 콘서트 - 돌아와요 부산항에'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정 대표는 "일본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앨범의 신곡들도 준비 중이다. 또 우타고코로 리에도 9월에 한국에서 한국어로 솔로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며 한국과 일본에서 '트롯 걸즈 재팬' 콘서트를 지속적으로 개최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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