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호중 방지법’ 방해하는 극렬 팬덤, 정치권도 책임 느껴야

2024. 8. 19. 23: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5월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한 트로트 가수 김호중은 반대편 도로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났다가 매니저를 대신 자수시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는 의도적으로 또 술을 마시는 등 사법방해가 늘면서 공권력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국회가 음주 측정거부와 '술 타기'(음주 후 또 술 마시기) 등을 막기 위해 '김호중 방지법'으로 이름 붙인 도로교통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한 배경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한 트로트 가수 김호중은 반대편 도로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났다가 매니저를 대신 자수시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음주 뺑소니’를 저질러 놓고도 갖은 거짓말과 조직적 은폐로 의혹을 부인하다 폐쇄회로(CC)TV 영상 등에 음주 정황이 드러나자 뒤늦게 음주 사실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극성 팬들은 막무가내로 김씨를 옹호했다. 비뚤어진 스타 의식은 물론이고 극렬 팬덤 문화까지 사회적 공분을 키웠다.

이 사건으로 법의 사각지대도 드러났다. 김씨가 사건 발생 10여일이 지나 경찰에 출석하는 바람에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특정하지 못해 음주운전 혐의는 빠진 채 기소됐다. 자연히 김씨의 음주 뺑소니 수법을 따라 하는 모방범죄가 잇따랐다. 심지어 대통령실 소속 선임행정관이 음주 후 경찰관 측정 요구를 거부한 사실이 공개될 정도였다.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는 의도적으로 또 술을 마시는 등 사법방해가 늘면서 공권력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사고 피해자들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국회가 음주 측정거부와 ‘술 타기’(음주 후 또 술 마시기) 등을 막기 위해 ‘김호중 방지법’으로 이름 붙인 도로교통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한 배경이다. 법률안에 사건 가해자·피해자 등 특정 인물 이름을 따 ‘○○○법’ 같은 별칭을 붙이는 것은 정치권에서 흔히 있는 관례다. 그런데 김씨의 극성 팬들이 이번에도 “(법안에 가수의 이름을 붙인 것은) 한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에게 “낙선 운동을 하겠다”, “당신들은 악마 같다”는 등 1만건이 넘는 전화·문자 폭탄을 날리고 있다고 한다.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나 도가 지나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식 밖 행동이 국민 호응을 얻을 리 있겠나.

‘팬덤 정치’의 폐해가 어느새 우리 사회 전반에 침투한 것 같아 걱정스럽다. 그동안 정치인이나 그 지지세력이 팬덤과 분노 정치를 활용하는 행위가 심해질수록 누구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봐왔다. 김씨 팬덤의 국회의원 공격과 입법 방해 행위에 대해 정치권도 무겁게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어제 열린 2차 공판에서 김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김씨와 그 동조세력, 국회의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팬덤에게도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