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대전 소제동과 공주 제민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전역 동광장 건너편은 몇 년 전부터 '핫플레이스'가 됐다.
대전 동구 소제동 이야기다.
소제동은 대전 1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동네이다.
1905년 경부선이 개통하면서 대전이 철도교통 중심지로 성장하자 일본 철도공사 종사자들이 소제동에 관사를 짓고 거주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전역 동광장 건너편은 몇 년 전부터 ‘핫플레이스’가 됐다. 대전전통나래관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포진한 옛 일본식 가옥들은 음식점과 카페가 됐다. ‘대전의 익선동’, ‘뉴트로 성지’로 불리며 소셜미디어(SNS) 입소문을 탔다. 주말엔 이곳을 찾는 이들로 왕복 4차선 도로 양옆은 주차로 몸살을 앓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거기서 그쳤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 입소문이 나 수익을 창출하는 데엔 성공했으나 지역주민은 외면당했다. 주민과의 연대 없는 소제동은 그저 ‘철도관사촌’에서 ‘카페촌’이 됐을 뿐이다. ‘지역가치를 찾는 마중물이 되겠다’던 익선다다는 2022년 이곳을 떠났다. 남은 건 폭등한 부동산 가격과 임차인을 찾고 있는 일부 카페이다. 외지인에 의해 숨이 불어넣어진 과거의 소제동은 현재에서도 외지인에 의해 소생할 뿐이다.
소제동은 무얼 놓쳤나. 충남 공주 제민천마을이 있다. 이곳 역시 옛 충남도청사 이전 등 세월 속에 공동화 현상을 오래 겪었다. 2013년 외지인이 차린 카페 ‘루치아의뜰’이 터를 잡고, 2018년 민간기업 퍼즐랩이 한옥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 ‘봉황재’ 문을 열었다. 카페·책방·술집은 골목과 골목을, 주민과 주민을 잇는다. 게스트하우스와 호텔도 생겼다. 각양각색의 가게가 들어선 마을백화점은 동네 주민과 외지인을 연결해주는 커뮤니티다. 퍼즐랩이 제민천마을에 정착하면서 본 가능성은 지역공동체였다.
봉황재가 들어선 지 5년이 지난 지금, 제민천의 시간은 다시 흐르고 있다. 2021년 퍼즐랩이 진행한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거쳐간 142명 중 20여명의 청년이 제민천에 남았다. 이들은 마을에서 창업한 곳에 채용되거나 창업·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민천마을의 확장성은 저렴한 임대료도, 여유로운 도시 풍토도, 다른 지역과의 지리적 접근성도 아닌 주민들과의 융화에 있었다. 제민천에 정착한 박진서(28·대구 출신)씨는 “가장 마음이 동한 건 마을 사람들”이라며 “마을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한 동시에 나의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주민이 배제된 민간자본의 도시재생엔 한계가 명확하다. 멈춘 시간을 흐르게 하는 건 지역민과의 소통에 달려 있다. 제민천엔 있지만 소제동엔 없었던 것, 소제동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강은선 사회2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