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명·친문 다 챙긴 이재명 2기 지도부…‘금투세 강행’ 진성준 재신임

김윤덕 사무총장도 유임 결정
대선캠프 때부터 검증된 ‘찐명’
최측근 천준호는 전략기획맡아
수석대변인 조승래도 통합인선
22일 文 예방해 계파갈등 불식
국힘 “일극체제 강화 죽은 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이튿날인 19일 주요 당직 인선을 단행하면서 ‘이재명 대표 2기’ 진용을 신속하게 갖췄다. 이 대표는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에 각각 김윤덕(전북 전주갑)·진성준(서울 강서을) 의원을 유임하고, 최측근 중 한 명인 천준호 의원을 전략기획위원장으로 기용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재명 대표 1기 체제에서 2기 체제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안정성과 연속성을 고려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나란히 3선인 김 사무총장과 진 정책위의장은 지난 4월 이 대표가 같은 직책에 임명했던 인물들이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 대선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조직혁신단장을 맡는 등 친이재명계 핵심 인사로 꼽힌다. 진 정책위의장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금융투자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두고 이 대표와 견해 차를 드러내면서 교체 전망도 나왔지만 재신임을 받았다.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임명된 천준호 의원(재선)은 대선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함께 한 이후 ‘이재명 대표 1기’ 체제에서는 비서실장까지 역임하며 지근거리에서 이 대표를 보좌해왔다. 이 대표는 전날 3선 조승래 의원을 수석대변인으로, 재선 이해식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이해식 의원은 전국자치분권지도자회의(KDLC) 멤버로 이 대표와 인연을 맺었으며 대선 경선 때부터 이 대표를 도왔다. 자치분권특보단장을 거쳐 후보 배우자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기 지도부에서도 조직부총장을 역임하고 22대 총선 후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이 대표의 손과 발이 되어줄 인물들로 2기 라인업이 완성된 셈이다.

전날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 중에서는 김민석·김병주 의원이 ‘찐명’으로 꼽힌다. 1위를 차지하며 수석 최고위원이 된 김 의원은 이 대표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병주 의원도 대선 캠프 때부터 이 대표를 도왔다. 한준호 전현희 이언주 최고위원도 선거 과정에서 친명 후보를 자임한 만큼 앞으로 ‘원 보이스’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 정책위의장의 유임과 조 수석대변인 임명을 두고는 이 대표가 당내 계파를 통합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진 정책위의장과 조 수석대변인은 친명계로 분류되지만 둘 다 전임 정권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 ‘친문(문재인)계’ 인사로 불리기도 한다. 친명계인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진 정책위의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정책과 관련해 디테일한 부분을 챙기는 스타일이라 통하는 측면이 많다”며 “금투세와 종부세에 대한 일부 이견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대표는 22일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를 예방한다. 같은 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만날 계획이다. 민주당 대표에 취임하면 전직 대통령을 예방하는 게 관례이긴 하지만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전당원대회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당내 경쟁에서 어느 편에 섰는지는 우리 대업 앞에서 중요하지 않다”며 “확장을 가로막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행태를 단호하게 배격하자”고 했다. 이에 일부 강성 당원들은 야유를 보내는 등 당내에서는 계파간 갈등이 여전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를 포함한 신임 지도부는 이날 첫 일정으로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정국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국민들의 민생을 챙기는 일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민주당 새 지도부에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도 “다양성이 실종된 일극 체제에서 당내 민주주의는 질식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왜 이렇게 김민석 표가 안 나오냐’는 이 대표의 한마디에 김민석 후보가 1위로 올라섰고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정봉주 후보는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는 반명 발언으로 끝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며 “친명 마케팅 경연장이었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 대표가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며 “다른 목소리를 낼 조금의 공간도 없는 ‘죽은 정당’이 돼버린 민주당은 ‘닥치고 이재명’만 외쳐댈 것이다. 김정은의 조선노동당과 합당을 한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