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에어컨 설치 중 사망…“1시간 가까이 방치”
[KBS 광주][앵커]
보신 것처럼 광주와 전남에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장성의 한 학교 급식실에서는 20대 노동자가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다 온열질환 증세를 보이며 숨졌는데요.
유족들은 1시간 가까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장성의 한 중학교 화단.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 속에 작업복 차림의 청년이 쓰러져 있습니다.
지난 13일 학교 급식실에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27살 양준혁 씨가 열사병 증세를 보이다 쓰러져 숨졌습니다.
입사한 지 이틀째 되는 날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소방당국 관계자/음성변조 : "직원이 이상하다고, 누워있은 지 10분 이상 됐는데 몸이 이상하다고 신고가 들어왔거든요."]
병원 기록에 따르면 양씨가 열사병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건 당일 오후 4시 40분쯤입니다.
주위를 빙글빙글 돌거나 구토를 하는 등의 증세를 보이던 양씨는 점차 의식이 불분명해졌습니다.
당시 장성의 낮 최고기온은 35도에 육박했고, 작업 현장에는 선풍기 두 대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들은 곧바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양씨가 이상 증세를 보인지 50분이 지난 오후 5시 반쯤에야 소방당국에 신고했습니다.
유족은 회사 관계자들이 양씨를 1시간 가까이 방치해 사망한 것이라며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신우정/유족 : "그대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고 1시간가량 방치해 체온을 측정할 수 없는 고온으로 (숨졌습니다)."]
회사 측은 사고 경위와 대처 과정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현장에 대해 부분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회사 관계자들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박영민/공인노무사 : "(CCTV를 보니) 너무 힘드니까 다시 한 번 나와서 구토한 다음 지그재그로 걸음이 뒤틀리는데 뒤따라오던 팀장과 관리자는 그걸 보고만 있습니다."]
경찰도 현장 관계자와 해당 업체 등을 대상을 업무상 과실 등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호입니다.
촬영기자:박석수
김호 기자 (k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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