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나온 음악, 실제로 작곡"...자각몽, 현실과 연결한다?

한건필 2024. 8. 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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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몽 경험케 하고 이를 현실과 연결시키는 기술들 속속 개발돼
자각몽은 뇌가 깨어있는 상태의 렘(REM) 수면 상태에서 꾼 꿈이라 꿈 내용에 개입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꾸는 꿈을 자각몽(lucid dream)이라고 한다. 자각몽은 뇌가 깨어있는 상태의 렘(REM) 수면 상태에서 꾼 꿈이라 꿈 내용에 개입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깨어나서도 또렷이 기억된다. 이러한 자각몽은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다. 찰스 디킨스와 살바도르 달리 같은 예술가는 물론 토마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 같은 과학자도 자각몽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모든 사람이 자각몽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인구의 약 절반이 평생에 한 번 이상 자각몽을 경험한다. 또 약 5분의 1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자각몽을 경험한다.

최근에는 이런 자각몽을 실제 경험하고, 이를 현실과 연결시키려는 여러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꿈속에서 문제를 풀고, 미술이나 음악을 창조하고, 심지어 수면 중 테니스 서브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세상이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영국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과학자들은 최근 몇 개월 동안 자각몽을 꾸고 있는 상태에서 꿈속의 리듬을 현실로 옮기고, 실제 전기주전자를 켜고, 컴퓨터 화면에서 가상 자동차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연구를 주도한 미국 수면연구회사 렘스페이스(REMspace Inc)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라두가 대표는 "조만간 누구나 쉽게 또는 비교적 쉽게 자각몽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나 도구가 나올 것"이라며 "우리는 이 무의식의 세계와 현실의 두 세계를 연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꿈과 현실 세계의 소통...꿈꾸는 동안 미세한 근육 수축 등 활용해 음악 리듬 전달 가능해

2021년 학술지 《현재 생물학(Current Biology)》에 발표된 국제적 연구는 자각몽을 꾸는 동안 음성 또는 불빛으로 전달되는 모스 부호를 사용해 사람들에게 기본적 수학계산 같은 질문을 전달이 가능하며 꿈꾸는 사람이 눈동자를 움직이거나 안면 근육을 수축해 예/아니오 또는 수치로 대답하는 것이 가능할 것임을 시사한 적이 있다. 라두가 대표를 필두로 한 과학자들은 실제 이러한 기술을 확장해 꿈꾸는 사람과 깨어 있는 세계 간의 소통을 넓혀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해 사람들이 깨어 있는 동안 음악에 맞춰 팔 근육을 수축하도록 가르친 뒤 자각몽을 꾸는 동안 동일한 기술을 적용해 동일한 음악 리듬을 전달함으로써 자각몽에서 음악적 리듬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렘 수면 중에는 근육이 대부분 마비되지만 꿈을 꾸는 동안에도 근육은 미세한 수축을 일으키며 이는 피부의 전기 센서를 통해 감지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이 방법을 사용해 자각몽 상태에서 흘러나오는 독특한 선율을 전달하는 것이다.

라두가 대표는 이러한 연구가 10대 시절 독일 록 밴드 람슈타인이 한 곡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지켜봤던 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 곡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곡"이라며 "음악가는 아니지만 내 뇌, 그리고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뇌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만드는 것보다 더 나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각몽 꾸는 사람의 손·얼굴·허벅지 근육과 실제 활동을 연결하는 연구도 활발

최근의 다른 연구에서 자각몽을 꾸는 사람의 손과 얼굴 근육에서 나오는 전기 자극을 그들의 꿈 안에서 현실 세계의 전구, 전기 주전자, 라디오를 켤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스피커로 변환해 잠이 든 상태에서 아침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른 연구에서는 참가들에게 이두근과 팔뚝 및 허벅지 근육의 활동과 연결된 가상 자동차를 운전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나서 그들이 렘 수면 상태에 빠졌을 때 꿈속에서 플래시 빛으로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꿈속의 사람들은 동일한 근육 수축을 통해 반응했다. 이 기술은 결국 꿈의 세계에 대한 공간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라두가 대표는 "나는 이 두 영역을 연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작은 단계이지만 10년 또는 20년 후에는 사람들이 깨어나기 전에 업무와 관련된 일이나 개인적 일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뇌졸중 환자 신체 회복·운동 능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단, 문제점도 있어

스위스 베른대의 엠마 피터스 박사과정 연구원은 자각몽의 빈도를 증가시키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그것들이 언젠가 뇌졸중 환자들의 신체적 회복을 돕거나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자각몽 중에 다트를 던지거나 동전을 던지는 것과 같은 신체적 동작들을 연습하는 것이 실제 생활 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증거에 대한 연구는 이미 축적돼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피터스 연구원은 "자각몽의 장점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문제는 바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알파인 스키를 연습하고 싶다고 가정해보면 슬로프와 날씨를 내가 만들 수 있지만, 스키를 타고 산을 내려가다가 우주 공간에 도착할 수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자각몽은 경험이 풍부한 수행자라 하더라도 유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피터스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각몽을 꿀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음 단계는 더 나은 꿈 제어를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와 시인에게 자각몽 가르치면 글의 질 향상된다?..."꿈속에서 아이디어 발견 가능할 것"

잠자는 뇌의 창의적인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있을지도 모른다. 영국 스완지대의 로라 로클레이저 연구원은 작가와 시인에게 자각몽을 꾸는 법을 가르치면 글의 질이 향상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미 그러한 개인들이 자각몽을 꾸기 쉽다는 증거를 수집했다.

종전 연구들은 인구의 약 45%가 훈련을 통해 자각몽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로클리어가 자각몽 훈련을 시킨 29명의 작가 중에서는 83%나 되는 사람들이 8주의 훈련 기간 중 한 번 이상 자각몽을 경험했다.

로클리어 연구원은 꿈에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작가들이 잠들기 전에 '새로운 스토리의 아이디어를 찾는다' 또는 '꿈에서 내 캐릭터 중 한 명을 만난다'와 같은 작품 관련 의도를 설정하게 한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최근 연구에서는 작가들이 꿈 훈련 전과 후에 작성한 단편 소설에 대해 독립적인 심사위원들에게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그 결과 감정적 내용부터 상징성, 설정, 캐릭터, 줄거리 등 다양한 항목에서 "훈련 후에 그 모든 것이 개선된 것처럼 보였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자각몽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예술 뿐 아니라 과학과 비즈니스에서도 가능하다면서 "가장 큰 장점은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이 각종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오늘날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거기서 거기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꿈속에서는 더 진정성 있는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각몽 꾸는 방법?...꿈 일기 쓰고 현실 테스트·외부 자극 등으로 훈련하기

꿈 일기=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꿈에 대해 기억하는 모든 것을 적어두거나 음성 녹음 장치에 녹음해두라. 그렇게 하는 것은 당신이 잠들었을 때 꿈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게 하면서, 당신의 꿈에 익숙해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실 테스트=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실시하는 이 훈련은 꿈과 현실을 더 잘 구분하도록 뇌를 훈련시켜 잠든 후의 명료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하루 중 일정한 간격으로 잠시 멈춰서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는 평소와 다른 점이 있는지 살펴보라.

의도 설정= 어떤 사람들은 꿈을 꾸는 동안 자각하게 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자각몽의 빈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번 자고 나면 꿈을 꾸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와 같은 문구를 반복하면 자각몽의 빈도를 높일 수 있다.

다시 자기= 대부분의 꿈은 렘수면 중에 발생하는데 이는 밤의 후반부에 더 많이 발생한다. 평소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에 알람을 설정하고 다시 잠들면 꿈에 빠질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꿈에서 깨어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외부 자극= 자각몽을 꾸는 동안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고안된 연구들은 렘수면 동안 부드러운 진동, 전기 자극 또는 점멸등으로 신호를 보내 꿈에서 이를 자각하고 거꾸로 신호를 보내게 하는데 사용했다. 이러한 방법들 중 일부는 자각몽의 빈도를 증가시키는 도구로서도 연구되고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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