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필리핀 선박, 남중국해서 충돌…잠정 합의 한 달 만에 또다시 ‘긴장’

박은하 기자 2024. 8. 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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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로 박아” “불법 기동”
양측, 피해 책임 떠넘겨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19일 새벽 중국 선박의 공격으로 손상을 입었다며 공개한 해경선 케이프 엔가노(왼쪽)와 바카가이. AP연합뉴스

중국과 필리핀 선박이 19일 남중국해 분쟁지역에서 충돌했다고 양국이 밝혔다. 중국과 필리핀이 지난달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관리하기로 합의한 이후 첫 번째 충돌이다.

중국 해경은 이날 간위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필리핀 해경선 두 척이 허가 없이 셴빈자오(사비나 암초·필리핀명 에스코다 암초) 인근 해역에 불법 침입했다”면서 “이 중 한 척이 반복적 경고를 무시한 채 비전문적이고 위험한 방식으로 중국 선박 한 척과 고의로 충돌했다”고 밝혔다.

중국 해경은 이날 오전 3시23분과 3시25분 두 차례에 걸쳐 충돌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중국중앙(CC)TV가 이날 오전 공개한 영상에는 필리핀 선적으로 확인된 한 선박이 이동하기 전에 중국 선박의 왼쪽 측면을 들이받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 다른 영상에는 중국 선박이 필리핀 선박의 후방을 들이받는 모습이 담겼는데, 필리핀 선박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충돌했다는 자막이 달렸다.

중국 해경은 필리핀 선박에 대해 법에 따라 조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달 중국과 필리핀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보급과 관련해 맺은 협정을 언급하며 “위반과 도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필리핀이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은 충돌 책임이 중국 측에 있다고 반박했다. 조너선 말라야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자국 해경선 두 척이 스프래틀리 제도 내 암초에 물자를 보급하러 가던 중 사비나 암초 부근에서 중국 선박의 “불법적이고 공격적인 기동”으로 해경선 케이프 엔가노에 약 13㎝ 구멍이 생겼다고 밝혔다. 말라야 대변인은 15분 후 또 다른 자국 해경선 바카가이가 중국 해경선에 두 번 들이받혀 사소한 구조적 손상을 입었다고 했다. 그는 필리핀 승무원들은 무사했으며, 필리핀이 주둔하고 있는 섬들에 대한 보급 임무를 계속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지난달 21일 중국과 필리핀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 보급 문제를 두고 잠정 합의한 이후 처음 일어난 해상 충돌이다. 지난 11일에는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상공에서 중국 공군이 필리핀 군용기에 대해 위협 비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합의 한 달도 되지 않아 남중국해 전역으로 충돌 지점이 넓어지는 모양새다. 중국이 2012년 스카버러 암초를 점거했을 때와 군사 충돌 양상이 유사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당시 필리핀은 중국을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해 2016년 승소했으나 중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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