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에 “답변 않겠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사진)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를 ‘매매’ 형식으로 장남에게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자가 공직에 있던 시절 현금자산 보유액이 약 7000만원에 불과했던 장남이 2년 뒤 28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한 것이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9일 공개한 안 후보자의 매매 아파트 등기부등본 등을 보면, 안 후보자는 1998년부터 살았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우성아파트를 2020년 5월30일 장남 A씨(39)에게 28억원을 받고 소유권을 넘겼다. A씨와 배우자는 공동명의로 해당 아파트를 샀다. 근저당 채무는 없었다.
안 후보자 부자의 부동산 거래에 대해 매매로 위장한 ‘편법 증여’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증여세보다 매매로 인한 양도소득세 부담이 현저히 작기 때문이다. 한 세무 전문가는 “28억원대 아파트를 증여할 경우 10억원 이상의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주택 장기 보유, 1주택 등 세제 혜택을 적용해 매매하면 5000만원 이하의 세금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A씨가 2020년에 28억원대 주택을 현금으로 매수할 능력이 있었는지도 관건이다. 안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재임한 마지막 해인 2018년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A씨 재산은 현금 7248만원이었다. 변호사인 A씨는 이후 대형 로펌에 입사했다. 불과 2년 만에 28억원대 아파트를 매수할 만큼 많은 재산을 불렸다는 뜻이다.
안 후보자는 지난 6월 펴낸 책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에서 “기적같이 IMF 때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며 장남에게 넘긴 아파트의 매입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하루는 아내가 주변 상황을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의향을 물어 ‘공직자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므로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고 썼다.
안 후보자는 대치동 아파트를 장남에게 매각할 즈음 서울 강남구 수서동 강남더샵포레스트 아파트를 23억2000만원에 샀다.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였다. 부부 간에 6억원이 넘는 금액이 오가면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배우자가 주택 매수 재원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증여로 인정됐다면 증여세를 냈는지 등도 인사청문회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자는 장남의 재산 형성 경위와 증여 해당 여부 등을 묻는 질의에 “장남이 독립생계 유지를 사유로 고지를 거부한 사안”이라며 “장남 부부의 개인 민감 정보에 해당돼 답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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