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살인 감추려? 수술 의사, 태아 시신 화장했다

주형식 기자 2024. 8. 1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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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유튜버의 36주 태아 낙태 사건과 관련, 경찰은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12일 수사 의뢰를 한 다음 날 태아 시신이 화장된 정황을 수사 중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이날 오전 낙태 수술를 한 수도권 소재 A병원과 병원장 등 의료진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20대 여성 유튜버가 지난 6월 25~26일쯤 이 병원에서 낙태 수술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병원장은 이 여성이 임신 중이던 36주 태아가 죽어서 태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낙태죄가 사라지면서, 독립 생활이 가능한 36주 태아가 생존한 채 태어났다면 살인죄가 적용 가능하다. 실제 여성과 병원장은 살인죄로 입건된 상태다.

하지만 병원장이 사산(死産)을 줄곧 주장하고 있고, A병원이 화장 업체에 제출한 사산증명서도 있는 상태다. 진료기록부 등 기록에도 사산이라고 나와 있다고 한다. 사산한 태아의 시신을 절차에 따라 화장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무혐의를 주장한다면 경찰의 혐의 입증도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병원장 등의 주장대로라면 이 태아는 6월 말 낙태 수술 이후 20일 가까이 방치돼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경찰은 수사 개시 뒤 살인 증거를 감출 목적으로 수사 개시가 알려진 직후 시신을 화장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당초 의료폐기물로 태아 시신을 처리했음에도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사산을 입증하려는 목적으로 화장 확인서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신 4개월 이전 사산아는 의료폐기물로 간주돼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처리된다”며 “30주 이상 된 태아를 낙태하는 대부분 병원들은 비용 문제 등으로 화장보다는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2019년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34주 태아를 낙태 수술한 의사에 대해 살인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당시엔 제왕절개 수술로 살아서 태어난 태아를 의사가 물에 넣어 질식사시킨 혐의가 입증돼 살인 혐의를 명확히 적용할 수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A산부인과 병원장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관련 자료들을 압수수색했고 진술도 들어보면서 면밀히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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