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기준 위반...투자주식 부당 평가"
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 상실 처리와 관련해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고 명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의혹 사건에 전부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다소 엇갈리는 결과다. 같은 사안을 두고 형사소송과 행정소송 재판부의 판단이 다소 다르게 나오면서 항소심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삼성바이오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면서도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 등의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별다른 합리적 이유가 없는 상태에서 단독지배에서 공동지배로 변경됐다고 주장하면서 시점을 2015년 12월 31일로 보아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처리를 했다"며 "이는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에피스 투자주식을 공정가치로 부당하게 평가함으로써 관련 자산 및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 측은 2015년에 에피스 주요 제품의 국내 판매승인 및 유럽 예비승인 등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의 성과가 나타난 것을 계기로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가 됐고,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에피스의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단독지배하는 것이 아닌 바이오젠과 공동지배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구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콜옵션을 부채로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자본잠식을 회피하기 위해 삼성바이오가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 방안을 논의했다고 봤다. 지배력 상실 처리를 위해 다른 부분을 꿰어 맞췄다는 것.
재판부는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가 당초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을 지배력 상실의 주된 사유로 고려하고 있었지만, 나스닥 상장이 무산되자 2015년 말에 있던 '에피스 주요 약품에 대한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 긍정 의견' 등을 대안으로 주장하고 나왔다고 봤다.
재판부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성과가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의 합당한 이유가 된다는 삼성바이오의 주장도 반박했다. 국내 판매 승인 등은 에피스 설립 시부터 이미 계획된 것으로 2012∼2015년 에피스 사업계획에 따라 일관되게 진행돼오던 것이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특성상 제품 개발의 실패 위험이 높지 않기 때문에 중대 이벤트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허가기관으로부터 확인을 받아 임상시험에 착수했다는 것은 허가기관이 요구하는 오리지널 신약과 품질 동등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라며 "임상에 진입한 경우라면 성공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고, 판매승인까지 무난히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가 지배력 상실 시기로 2015년 12월 31일을 정해놓고 이를 위해 근거자료를 임의로 만들어냈다는 해석도 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가 채권평가기관 등에 2014년 12월 31일을 평가기준일로 해 콜옵션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평가 공문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하였고, 그 평가 공문의 내용까지 스스로 작성했다"며 "게다가 해당 평가 공문의 작성일을 2014년 12월 31일로 소급해 기재해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삼성바이오가 2014년에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하지 않고 2015년도에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하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관련 근거자료를 임의로 만들어내려고 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이 회장 등의 형사사건 1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과 엇갈리는 부분이 많다. 당시 재판부는 CHMP의 판매승인권고 등을 근거로 "콜옵션은 2015회계연도부터 실질적인 권리에 해당했으므로 에피스의 성과에 따라 기업가치에 본질적 변화가 있었다"며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자본잠식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이 삼성바이오의 지배력 상실 시점을 처음부터 2015년 말경으로 정해두고 회계처리를 위한 사건을 모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러 증거를 종합했을 때 삼성바이오의 지배력 상실 처리는 합당했고, 그런 만큼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었다.
행정소송 1심 재판부 역시 전제사실이 잘못돼 있다며 증선위 제재를 모두 취소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지만 세부적으로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향후 항소심 과정에서 삼성 측과 검찰, 금융당국 간 공방이 전망된다. 다만 이 회장 형사 1심 무죄 판결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과정만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지배력 변경 자체의 타당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한 것인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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