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고 합시다”… 한끼에 빠진 TV

이복진 2024. 8. 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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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음식 예능' 전성시대
전문셰프 아닌 연예인들이 직접 요리
‘어남선생’ 류수영 앞세운 SBS ‘정글밥’
오지에서 현지 식재료로 한식 만들어
팝업 도전기 등 프로그램 10여개 달해
tvN ‘서진이네’ ‘백패커’는 시즌2 제작
“인간 본연의 욕구 다뤄… 방식 진화”
“내용 엇비슷해 식상함 우려” 지적도
‘식(食) 예능 전성시대.’

최근 음식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먹방’(음식을 먹기만 하는 방송)이나 ‘쿡방’(요리하는 방송)이 아니라 출연자들이 자급자족하는 것부터 식당을 차리는 등 다양하다. 게다가 특이한 점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요리사·셰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0년 후반만 해도 전문 요리사들이 출연해 요리실력을 뽐냈다면, 요즘에는 배우나 가수, 일반인 등이 출연해 요리한다.

SBS는 지난 13일 ‘정글밥’을 새롭게 내놨다. 류수영, 이승윤, 서인국, 유이가 정글 오지에서 구한 현지 식재료로 요리한 한식을 전파하는 식문화 교류기 프로그램이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쉽고 간편하지만 조리방법을 알려줘 많은 사랑을 받은 ‘어남선생’ 류수영이 실내(스튜디오)가 아닌 야외(정글)에서 한식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진호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지난해 7월 ‘녹색 아버지회’에서 류수영과 스리랑카로 촬영하러 갔을 때 ‘현지 요리 프로그램을 하면 어떻겠냐’고 얘기했다. 오지에서 어떻게 하면 한식이 통할지 등과 관련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생존이 아닌 오지에 사는 분들과 식문화 교류를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정글밥’이 야생의 날것을 담았다면, tvN ‘서진이네2’는 같은 해외이지만 준비된 공간에서 ‘찐’(진짜) 한식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윤식당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서진이네2’는 이서진을 필두로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고민시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tvN ‘언니네 산지직송’은 나영석 사단의 삼시세끼 언니 버전이다. 여배우 염정아와 안은진, 박준면과 뜨는 얼굴 덱스가 어촌마을에 가서 다양한 일을 하고 산지에서 얻은 식재료로 요리하는 내용이다. 또한 진짜 ‘삼시세끼’도 준비 중이다. 차승원, 유해진이 출연하는 ‘삼시세끼 어촌편 6’이 올해 방송을 예고한 것. 촬영지는 강원도 평창으로, 배우 김고은과 가수 임영웅 등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출연자들이 해외 유명 식당을 한국에 팝업스토어(짧은 기간 운영되는 매장)로 문을 여는 KBS2 ‘팝업상륙작전’, 방송인 전현무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 지인을 불러 음식을 대접하는 ENA ‘현무카세’, 재정비 후 돌아온 코미디TV ‘더(THE) 맛있는 녀석들’ 등 현재 방송하고 있는 음식 관련 예능 프로그램만 10여개나 된다.
왼쪽부터 SBS ‘정글밥’,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tvN ‘언니네 산지직송’. 올해 음식 관련 예능 프로그램은 십여 가지를 넘는다. 각 방송사 제공
특히 그중 가장 많은 음식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사람은 백종원이다. 요리연구가이자 요식업 회사 더본코리아의 대표이사인 백종원은 특유의 친근한 모습과 뛰어난 요리실력 등으로 방송가에선 서로 모셔가려고 안달이다. 그가 올해 출연하거나 출연할 예정인 프로그램만 여섯 가지. 해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tvN ‘장사천재 백사장2’(지난해 10월29∼2월4일), 해외 맛집을 찾아 떠나는 SBS플러스 ‘백종원의 배고파’(3월22일∼), 다양한 장소에서 요리를 대접하는 tvN ‘백패커2’(5월26일∼), 푸드 인문 다큐멘터리 KBS1 ‘치킨 랩소디’(5월30∼31일), 100인의 요리사 경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9월 예정) 등이다.

이처럼 음식 관련 예능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과도 관련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아무래도 이간의 기본적인 조건과 관련된 의식주를 다루기 때문에 소재 자체가 본능적이고, 그래서 스테디셀러(꾸준히 판매되는)일 수밖에 없다”며 “먹방, 쿡방 등으로 진화를 해왔고 최근에는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경쟁을 하는 방식이 섞이면서 변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V에서 전문 요리사들이 사라진 것에 대해선 대중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김동기 다이닝주연 오너셰프는 “요리사들의 몸값(출연료)이 올라가면서 배우 등을 활용해 대중이 쉽게 따라 할 수 있거나 관심을 가지는 요리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뀐 것 같다”며 “요리사들은 (TV보다) 유튜브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 예능 범람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 평론가는 “트렌드(추세)에 맞춰 변형돼 명맥을 유지해왔으나 워낙 많이 해서 더 이상 새로운 게 있을까라는 지적이 있다”며 “내용은 비슷한데 선수 교체하듯 새로운 인물만 투입해 ‘진짜 새로운 것’보다는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들이 나오면서 식상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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